[기자수첩] 금융위의 '불통'과 'C등급'
[기자수첩] 금융위의 '불통'과 'C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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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유 기자님, 금융위원회에서는 뭐래요?"

취재를 하다 만난 A사 관계자의 질문이다. 업무상 문의사항이 있어 금융위에 전화를 걸었는데, 통화연결음만 듣다가 하루를 보냈다는 볼멘소리도 함께였다. 정책 내용에 대해 속 시원한 답변을 들을 수 없다며 답답해했다. 

금융위의 '닫힌 행정, 소통 부재'는 비단 전화 문의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KDB생명 노조는 금융위가 8개월 넘게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과를 알려주지 않은 탓에 매각을 마무리 짓지 못했을 뿐 아니라 경영상황도 악화됐다며 심사 결과를 이달 안에 내달라고 촉구했다. 

KDB생명 관계자는 "금융위에 여러 차례 '심사 결과 발표가 언제쯤 나올 예정인지' 질문을 던져도 묵묵부답이었다"며 "승인을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적격이든 부적격이든 하루빨리 결정이 나와야 앞으로의 일을 계획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금융위의 '소통 문제'가 금융업계의 불만을 산 사례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가상자산(암호화폐) 업계와의 소통 강화 필요성에 대해 지적받은 바 있다. 정책 이슈와 규제 관련 논의는 한창인데, 정작 업계와의 제대로 된 소통 창구 하나 없다는 질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굳게 닫힌 입'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공평하다(?). 금융위가 내놓은 정책·관리방향·계획 등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금융위의 통화연결음이 익숙하다. 분명 통화 중인 상황이 아닌데,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관계자나 담당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고 있다면 연락해 궁금한 내용들을 질문할 수 있다. 

커뮤니티에도 '금융위가 전화를 안 받는다', '금융위 직원들은 다 재택근무인가'라는 금융 소비자들의 증언과 의문이 가득하다. 금융위가 의도적으로 외부 통화는 받지 않아,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물론 업무량 자체가 많기로 유명한 금융위라, 인력이나 시간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내부 관계자 설명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업무 현안이 많아 어쩔 수 없다"는 해명이 반복되다 보니, 상황도 매번 도돌이표다. 문제의식이 없으니,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셈이다. 전담 콜센터라도 둬야 할 지경인데 그 전에 전화수신 조작을 했는지부터 조사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고강도 대출규제로 소비자 문의가 많을 수밖에 없었던 지난해에도 국민의 알권리는 현안에 밀렸다. 국민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가계부채 방안이 발표됐지만, 금융위와 전화 연결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수화기에선 통화연결음만 들릴 뿐이었다. 

금융위의 일방통행식 소통 때문일까. 금융위는 지난해 정부 업무평가에서 가장 낮은 등급인 'C'를 받았다.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서민·실수요자의 불편과 피해가 발생하는 등 정책효과에 대한 세밀한 예측과 관리가 부족했다는 이유에서다. 업무평가는 일자리·국정과제, 규제혁신, 정부 혁신, 정책 소통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평가한다. 급기야 대통령이 나서 격려금을 전달, 금융위원장은 직원들에게 커피쿠폰을 돌려 사기저하를 막으려 애썼다. 

금융위의 비전은 '혁신적 금융, 포용적 금융, 신뢰받는 금융'이다. 혁신·포용·신뢰는 불통과는 거리가 멀다. 금융위가 올해도 통화연결음만 울리는 행보를 보인다면, 다시 한번 '소통이 불통(不通)'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업다. 자체적인 소통강화 노력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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