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주열 "동결했지만 금리수준 여전히 완화적"
[일문일답] 이주열 "동결했지만 금리수준 여전히 완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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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금리 1.75~2.00%' 시장 전망, 합리적인 판단 바탕"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박성준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우크라이나 사태는 물가 상승 압력 중 가장 두드러지는 요인"이라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으로 간다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이 곧바로 국내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에 대해서는 동결 결정을 내렸지만, 금리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으로 판단했다. 이번 동결 결정이 숨고르기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통화정책은 지금과 같은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금융 불균형 위험을 줄여나갈 필요성도 여전하다는 점에서 완화 정도를 계속 그리고 적절히 조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이목이 집중된 신임 총재 임명 시기와 기축통화국 이슈에 대해서는 '정치이슈화'될 수 있다는 이유로 말을 아꼈다. 다만 차기 총재의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공백 기간이 없거나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다음은 이주열 총재의 일문일답]

- 지난 1월 물가 오름세 확대, 미 연준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화 등이 예상되면서 시장에선 올 연말 기준금리를 1.75~2.00%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기대가 적절한가?

△ 시장의 기대수준을 직접적으로 평가하기는 쉽지는 않다. 그렇지만 시장이 기준금리를 예상할 때 올 한해 성장세, 물가 전망,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대할텐데 시장이 예상하는 것과 한국은행이 바라보는 것과 큰 차이는 없다고 판단한다. 시장이 한국은행과 같은 경제 흐름을 예상하고 기준금리를 예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 직접적으로 표현한다면 시장의 기대가 합리적인 경제전망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통화정책 완화 정도는 앞으로의 경제 상황 전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씀 드린다.

-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 3.1%로 전망했다. 한편으로는 경제성장 하락압력도 있어 기준금리 인상이 힘들다는 의견도 있는데.

△ 변이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상당히 급속하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어떻게 전개돼 우리에게 영향을 줄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대내외 여건의 변화가 국내외 경기흐름을 크게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물가 측면으로 보면 공급 외 수요 측 영향이 커져서 물가상승압력이 크게 확대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완화 정도를 줄여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다 감안해 보면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지속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금통위 다수의 의견이다.

- 국제 유가가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해외기관 전망이 나왔다. 추가 편성 등 재정지출 확대가 향후 물가 경로에 어떤 영향을 주나. 추가적인 물가 목표 상향 가능성은?

△ 추경 편성을 하고 정부의 재정지출이 확대되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의견이 충분히 제시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 추경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받은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차원이기 때문에 물가에 영향을 주는 것이 제한적이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물가 안정 목표는 단년도 목표가 아니라 중기적인 목표다. 어느 한 시점에서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해서 물가안정목표를 조정하는 것도 본래 취지와 맞지 않다. 물가안정 목표제에 대한 수준, 기간, 운영 개선 등은 2년 주기로 점검하고 있다. 그때 다룰 문제다.

- 이번 동결 결정에 우크라이나 사태와 국제유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는가.

△ 글로벌 경기 회복,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를 모두 감안해서 물가 전망을 조정했다. 물가 상하 압력이 다 있는 게 사실인데, 아무래도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이 우리 국내 물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까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적으로 간다면, 원자재 유가가 늘면서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상방 요인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가장 두드러지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면전으로 갈 경우 성장률과 물가전망이 어떻게 변화하겠는가?

△ 이번 경제전망에 우크라이나 사태를 반영했다. 이번엔 긴장상태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면전으로 간다면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이 곧바로 국내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줄 것이다. 또 교역흐름에도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충격이 클 것으로 본다.

- 대선 국면 한국의 기축통화국 가능성 거론이 된다. 원화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견해는?

△ 원화의 국제 경쟁력을 어떻게 높이는지는 원론적으로 말씀드릴 수 밖에 없다. 우리 경제 펀더멘털이 튼튼해야 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 원화가 통용이 되도록 하려면 우리 자본시장, 외환시장 발전 도모, 인프라 개선, 외환자유화, 자본시장 자유화 걸림돌이 되는 제도적 미비점을 개선해야 한다. 이 부분들이 다 수반돼야 원화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우리가 기축통화 대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겠느냐 하는 질문은, 이게 이미 정치 이슈화가 돼버렸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고 이 자리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 국고채 채권 금리 수준이 오버슈팅이라고 평가하는가. 국고채 매입 적기와 규모는?

△ 채권 금리가 단기간에 급등했다. 올해 들어서 국고채 금리가 많이 뛰었는데, 그 요인을 보면 미국의 통화 정책의 기조가 크게 바뀜에 따라 미 국채 금리가 상승했고, 연초부터 우리 정부에 추경 논의가 있던 게 작용하면서 단기간에 급등했다. 한은의 국고채 매입에 대한 스탠스는 일관되고 확고하다. 국고채 단순 매입은 대외 충격으로 인해 국내 채권 시장이 급변동할 때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다. 매입 적기란 시기를 못 박은 게 아니고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 적시에 하겠다는 얘기다. 시장안정화 차원에서 적시에 해야 한다고 하는 당연하고도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다.

- 후임 총재 인선과 관해 대선과 시기 겹치며 공백 우려가 나온다. 견해는?

△ 후임 총재 임명 문제는 전적으로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결정이기 때문에 언급이 적절치 않다. 그러나 과거 임명 시기 등 사례에 비추어 봤을 때 국내외 경제 금융상황에 비추어 총재 공백기간이 없거나, 최소화 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저런 이유로 공백이 발생하더라도 금통위는 합의제 의결기구이기 때문에 자율적이고 중립적으로 정책 운영을 이어갈 것이다.

- 금리인상 파급효과 점검을 비롯해 물가 상승세가 소비 회복을 제약하지 않을지 궁금하다.

△ 추가 인상이 얼마나 필요할 지에 대해선 물가, 성장, 지정학적 리스크, 감염병 상황 등을 보고 결정할 것이다. 물가 상승기에도 소득 상승이 수반되지 않으면, 실질구매력이 약화되는건 사실이나 최근 물가 오름세에 수요측 원인도 있단 점을 감안하면 감염병 정점을 지나 방역 상황이 완화되면 곧바로 소비도 회복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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