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
[홍승희 칼럼]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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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하는 태도가 무시에서 견제로 바뀌었다. 이는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주변국들만은 아니다. 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한국이 최우방국으로 여기는 미국 또한 마찬가지다.

일제의 억압에서 벗어난 직후에도 남은 것이 없다시피 가난해졌던 한국은 한국동란까지 겪으며 그야말로 초토화된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했기에 어느 나라로부터도 존중받기 어려운 처지였다. 국제사회가 볼 때 한국은 국토부터 국민 생활까지 그야말로 헐벗고 굶주리던 상황에서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는 후진국일 뿐이었다.

식민지상태를 벗어난 많은 나라들이 지금도 국민들의 삶은 외면한 채 내전을 겪고 있는 모습이 바로 그 당시 한국의 모습이었다.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남북이 분단되고도 국내 정치 또한 식민지 시대 일제에 빌붙어 기득권을 향유하던 세력들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혼돈이 이어졌다.

그 아픈 유산은 지금도 여전히 강하게 남아 이어지고 있지만 어쨌든 국가경제는 그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났고 개개인의 삶도 극심한 양극화에도 불구하고 전후의 비참함에서는 벗어났다. 또한 오랜 역사 속에서 형성된 드높은 교육열이 성장시킨 시민의식 덕분에 정치적으로도 그 어느 사회보다 빠르게 민주화의 길로 들어섰다.

물론 이 모든 성취는 늘 깊은 사막 위에 서있듯 불안정함이 남아있다. 잠시 국제정세에서 눈을 돌리면 지금 이룩한 성과들이 허물어질 수도 있는 위협이 가해져 온다. 이는 외교나 안보의 영역만이 아니라 경제사회 부문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이미 상당한 성공을 이뤘고 주변으로부터의 견제는 나날이 커져갈 것이다. 그렇다고 약소국으로서 어느 한 강대국에 줄서서 안전을 도모할 단계도 벗어났다.

주변국들의 견제는 우리가 약한 척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현재까지 한국은 주변국 어느 나라와도 적대하지 않는 편이지만 갈등하는 강대국들로부터 계속 주시 대상이 되고 있다. 이제부터 우리의 한걸음 한걸음이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져야만 한다.

그렇다고 쉬운 길로 가자며 무시당하던 시절로 되돌아갈 것을 주장하는 정치권 일각의 헛소리들에 휘둘리면 그 땐 우리 발밑의 모래가 갑자기 유사가 되어 나라 전체가 휩쓸려가 버릴 수 있다. 이성계 조선의 그 사대주의 역사가 남긴 악취가 우리의 미래까지 잡아먹게 해서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

성장기에는 듬직한 어른의 모습을 모방하며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어른이 되고나면 스스로 새로운 삶의 길을 개척하고 또 보여주며 후대를 위한 모범을 보여야 비로소 어른다운 어른이 된다.

국가 또한 마찬가지다. 이미 선진국으로 발전한 한국은 그에 걸맞게 경제, 정치, 외교, 교육, 국방 등 모든 방면에서 우리만의 모델을 창조해나가야 한다. 지금 역사적으로 우리는 그 중요한 분기점에 섰다.

국제사회에 한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역사, 정체성, 철학을 제대로 정립해 나가야 한다. 이제까지 우리는 미국적 모델에 올인 하다시피 했다. 대학은 미국 학위 교수들로 넘쳐나고 미국 이론이 곧 국제적 진리처럼 떠받들어진다.

그런가 하면 유럽만이 정답이라 외치는 진보학자들도 있다. 이들 모두 해방 직후 일제 식민지 교육의 수혜자들끼리 대학사회를 장악한 한국의 상처 위에 덧발라져 제대로 된 정신적 치유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새로운 형태의 사대주의를 국제주의로 포장하고 있다,

그런 학자들의 외세 추종적 태도에 비하면 오히려 젊은 세대들은 한국의 국제적 지원활동이나 문화적 영향력 확대 등을 '홍익인간' 정신의 실천이라고 해석하는 비중이 꽤 커져 대조를 보인다. 새로운 사회적 담론을 세워가는 데 국수주의적 태도는 마땅히 경계해야 하지만 우리 역사 속에 소멸되어간 사상적, 철학적 가치들 가운데 인류 보편적인 열매들을 발굴해내려는 노력은 매우 유용하다.

외부로부터의 수많은 담론들을 적극 수용하되 스스로 소화하고 취할 것과 버릴 것을 가려야 하고 내부의 유실된 정신적 유산들 가운데서도 자주적이며 국제적 리더십을 기를 만한 지식과 지혜만을 걸러내 씨줄날줄로 짜낼 때 비로소 선진국 된 우리의 선자리가 단단해질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가 당연하다 여겼던 모든 지식과 정보도 다시 뒤집어보며 의심하고 미래의 길을 찾는 사회적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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