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고졸 '위장취업'만으로 해고 못 한다"
"대졸→고졸 '위장취업'만으로 해고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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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원>"사용자 입장 따른 위장취업 해고는 불합리"…대법원 판례와 배치 

[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yushin@seoulfn.com>대졸인데 고졸이라고 속여 '위장취업'을 했다가 들통이 났을 경우 어떻게 될까? 이와 관련, 법원이 해고사유가 안 된다는 이색판결을 내려 눈길을 끈다.

이는 '근로자는 자기 경력에 관해 진실대로 신고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고, 사용자가 사전에 발각했다면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정도의 경력사칭이라면 해고사유가 된다'는 대법원 판례와 배치되는 판결이어서 더더욱 그렇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정종관 부장판사)는 "경력사칭을 이유로 한 해고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노동시장에서 대졸 비중이 현저히 증가했고 노동시장의 유연화ㆍ취업률 감소로 고졸 이하 근로자들이 취업하던 직장에 대졸 출신이 많이 취업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단순히 불성실하거나 위화감을 준다는 이유로 고학력자를 채용하지 않는 것은 학력에 의한 차별로 합리적 이유가 아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과거 위장취업이 해고 사유가 된 것은 대졸 근로자의 비중이 현저히 낮을 때 '위장취업→노조활동→노사분쟁'의 증가를 방지하기 위한 사용자의 입장을 지지했기 때문이며, 이는 헌법에 보장된 근로 3권의 행사 자체를 위법한 행위로 파악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고 인간의 존엄성과 근로권의 보장에 반하는 불합리한 것으로서 타파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송사는 지방의 한 대학을 졸업한 이 모 씨가 2002년 8월 대졸 출신이 없는 A사에 생산직 근로자로 입사하기 위해 이력서에 대학교 졸업 사실을 빼고 고교 졸업 사실만을 기재하고 입사한 데서 비롯됐다.
 
이 모 씨는 입사 후 노조활동을 하다 단체교섭 문제로 회사와 갈등을 빚게 됐고, 이 과정에서 이 씨가 대졸 출신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2006년 7월 해고당했고, 중앙노동위원회가 이 씨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이자 회사는 중노위의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었다.
 
한편 재판부는 이 씨가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는 회사에 맞서 유인물을 배포한 목적이 타인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과 근로자의 복지증진 및 경제적ㆍ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것인 점에 비춰볼 때 무거운 징계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민규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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