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반도체 투자 '세계 1위' 삼성전자, 올해도 초격차 속도
작년 반도체 투자 '세계 1위' 삼성전자, 올해도 초격차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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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비중은 TSMC가 앞서···반도체 주도권 경쟁 치열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 1위에 오른 삼성전자가 시설투자에서도 경쟁사인 TSMC와 인텔 등을 압도했으나 투자 비중은 TSMC가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안 통과 등이 유력해진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반도체 분야 시설투자액은 43조6000억원으로, 글로벌 경쟁사들과 비교해 가장 많은 규모를 시설투자에 집행했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만 94조1600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전 세계 1위에 오른 삼성전자는 전체 매출 절반에 가까운 46.3%를 시설 확충과 생산량 확대에 투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극자외선(EUV) 기반 15㎚(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D램, V6 낸드플래시 등 첨단공정이 도입된 평택과 시안 증설 공정 전환, 평택 P3(3공장라인) 캠퍼스 인프라 투자 등을 중심으로 시설투자를 진행했다. 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경우 평택 EUV 5㎚ 공정 증설에 투자가 집행됐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글로벌 경쟁사인 TSMC는 지난해 시설투자에 300억3900만달러(한화 약 36조318억원)를 집행했다. 투자 규모는 삼성전자의 82.6% 수준이지만 매출(568억2200만달러) 대비 투자 비중은 52.9%에 달했다. 매출의 절반이 넘는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간 셈이다.

지난해 매출 731억달러(약 84조5500억원)로 삼성에 반도체 1위 자리를 내준 미국 인텔은 지난해 187억3300만달러(약 22조4400억원)를 시설투자비로 집행했다. 인텔의 시설투자액은 삼성전자의 절반 수준으로, 매출 대비로도 23.7%에 그쳤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투자액은 1460억달러(약 174조9000억원)로,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의 시설투자 규모는 전 세계 60%를 차지한다. 올해 역시 이 3개사의 대규모 시설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종합반도체기업(IDM)이나 파운드리의 경우 시설투자는 곧 기업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만큼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투자 경쟁이 갈수록 격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해 도입하려고 하는 '반도체 지원법'은 시설투자액의 40%를 돌려주는 세제 혜택을 골자로 하고 있어 미국 투자가 집중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먼저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내 약 20조원 규모 미국 테일러시 파운드리 2공장 착공에 나선다. 특히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실현을 위해 박차를 가하는 만큼 올해 미국 공장 신설을 포함, 지난해 이상의 금액을 시설투자에 할애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정상을 차지하겠다는 목표로, 총 171조원을 투자해 첨단 파운드리 공정 연구개발과 생산라인 건설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또 올해 준공 예정으로, 3㎚ 파운드리, 첨단 메모리 양산 라인이 갖춰지는 평택 P3 라인 외에도 P4~P6 라인 증설 등 추가 투자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P4~P6 건설에 대비해 이미 평택시에 오는 2025년까지 하루 25만 톤의 공업용수를 확보해달라는 요청도 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건설된 평택 2공장의 투자 규모가 30조원인 것으로 알려져, 4공장은 30조원 이상 투입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해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투자 규모에 대해 "다양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기존 투자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며 "시장상황을 고려해 유연하게 가져갈 것"이라고 했다.

TSMC는 올해 440억달러(약 52조7000억원)를 시설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보다 약 47%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부터 3년간 1000억달러(약 119조80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의 하나다. 특히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120억달러(약 14조3760억원)를 들여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지원법이 통과되면 48억달러 정도의 세제혜택을 볼 수 있다. 이밖에 일본과 독일 등에도 투자를 고려 중이다.

인텔 역시 220억달러(약 26조35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에 공장 두 곳을 신설한다. 인텔은 88억달러를 돌려받는다. SK하이닉스에 낸드사업부를 매각해 확보한 현금과 미국 지원 등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서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해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피터 한스베리 베인앤컴퍼니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CNBC에 "2021~2025년(글로벌 반도체) 투자는 2016~2020년의 2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첨단 기술이 더 복잡해지는 것은 물론 웨이퍼 제조 과정이 늘어나고 값비싼 생산설비가 필요할 뿐 아니라 많은 기술 분야에서 반도체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기업 ASML도 지난 9일(현지시각) 투자자 대상 연례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반도체 투자 규모가 지난해의 2배인 3000억 달러(약 359조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하며 "반도체시장 성장 가능성을 고려하면 이 정도 투자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ASML은 삼성전자와 TSMC, 인텔,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고객사에 EUV 노광공정 장비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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