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자초한 교육부의 '무원칙'
파국 자초한 교육부의 '무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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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philip1681@seoulfn.com> 교육과학기술부의 ‘지방교육 행·재정 통합 시스템 구축 사업’이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은 채, 표류하고 있다. LG CNS와 SK C&C는 우선 사업자 선정을 놓고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으며, 이들 업체들과 함께 사업 참여를 기대하던 협력 업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속만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 이상균 기자 © 서울파이낸스
이번 사업을 놓고 이렇게 이해 당사자들이 첨예한 대립을 계속하는 가장 큰 이유는 560억원에 이르는 사업 규모 때문일 것이다. IT서비스 업체들은 그룹내 계열사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공정한 경쟁을 벌일 수 있는 이른바 ‘오픈 마켓’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나마 ‘오픈 마켓’이라 불릴 수 있는 곳은 대기업의 진출이 차단돼 있는 금융과 공공시장 뿐이다.

이중에서도 공공시장의 매력은 기업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기 때문에 순수하게 경쟁력만으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또한 공공시장에서 성공적인 공급 사례를 만들 경우, 이를 통해 금융권에도 진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욱이 LG CNS와 SK C&C는 그룹내 계열사의 매출 비중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목표다. 상장을 앞둔 SK C&C나 좁은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진출을 노리는 LG CNS로서도 ‘오픈마켓’에서의 성적표가 경쟁력의 가늠자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업 규모만을 이번 파행의 원인으로 지목할 수는 없다. 가장 큰 원인은 이번 사업의 주체인 교육과학기술부의 원칙없는 태도에 있다.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LG CNS와 SK C&C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철저한 자본주의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560억원에 이르는 대형 사업의 우선 협상 순위가 바뀐다면 그 당사자가 들고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면 자연히 다툼이 생기기 마련이다.

때문에 가장 큰 책임은 이번 사업의 발주자인 교육과학기술부에 있다. 사업을 발주한 교육부로서는 사업의 규모가 큰 만큼, 일관되고 공정한 원칙을 세워 업체 선정에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한두 푼도 아닌 560억원에 이르는 사업규모를 감안한다면 더욱 그랬어야 했다.

LG CNS가 지적한 것처럼 SK C&C 제안서에 하자가 있었다면, 이를 조기 발견해 사태를 미연에 방지했어야 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SK C&C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이후, 담당자가 바뀌고 나서야 이를 문제 삼았다.

절차과정도 문제다. SK C&C의 지적처럼 우선협상 대상자의 교체와 같은 중요한 사안은 기술평가위원회를 다시 열어 적법한 절차를 걸쳤어야 했다. 하지만 기술평가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

단순히 갑의 입장에 있다고 업체들에게 자신들의 모호한 기준을 강요하는 것은 분명 잘못됐다. 진정한 갑의 위치에 있다면, 이번 파국의 본질이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이상균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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