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증하는 긴축 공포에···한은, 금리인상 시계 앞당길까
점증하는 긴축 공포에···한은, 금리인상 시계 앞당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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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ECB·BOE·BOC···중앙은행들, 잇따라 긴축기조 전환
소비자물가, 4개월째 3%대···이달 깜짝 금리인상 전망도
전문가들 "긴축 부담 커지지만 속도전 벌일 이유 없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 전경. (사진= 박성준 기자)
서울 중구 한국은행 전경. (사진= 박성준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작년부터 선제적 금리인상에 나섰던 한은이기에 올해 금리 운용에는 여유가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최근 세계 중앙은행들이 긴축 고삐를 죄는 가운데 물가 상승 압력까지 지속되면서 금리인상 전망 시기가 더욱 앞당겨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달 금리인상과 같은 깜짝 행보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오는 24일 열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 정례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8월 '제로금리 시대'를 마무리하는 첫 금리인상에 나선 뒤, 5개월 만에 금리를 3차례(0.75%p) 인상했다. 이처럼 빠른 인상 행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가 빨라지면서 적절한 선제적 대응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제는 연준의 긴축 행보 역시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연준은 더욱 강력한 '매파(통화긴축 선호)'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시장에선 연준이 올해 금리를 최대 6~7회까지 올릴 수 있을 것이란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한·미간 금리 격차가 좁혀지는 것은 외화가 그에 상응하는 만큼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음을 뜻한다.

미국뿐만 아니라 그간 완화적 기조를 유지해 온 유럽중앙은행(ECB)도 내달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데 이어 캐나다 중앙은행(BOC)도 내달부터 금리인상을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다. 영란은행은 이미 지난해 12월과 이달 두 차례에 걸쳐 0.25%p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건도 한은이 두 차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면서,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인상 시기는 이르면 2월도 가능하다는 관측을 내놨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한국은행의 회의록을 보면 금리 인상 조치가 예상보다 더욱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다음 금리 인상 시기는 4월로 보고 있지만, 이주열 총재가 퇴임하기 이전인 2월로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69를 기록해 전년동월대비 3.6% 올랐다. 지난해 10월(3.2%) 약 10년 만에 3%대 상승폭을 기록한 뒤 4개월째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는 3.0% 올랐다. 근원물가 역시 지난 2012년 1월(3.1%)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실제로 지난달 금통위에서도 물가 급등세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한 금통위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1~12월 전년동기대비 3% 후반으로 높아졌고, 당분간 3%대를 이어갈 것"이라며 "이는 연간 목표 수준인 2%를 웃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위원도 "물가상승압력은 당초 예상보다 광범위화게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선제적으로 더 축소하는 것이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정책 목적에 부합하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선 한은의 이달 깜짝 금리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의 매파적 행보와 물가상승 등을 고려한다고 해도, 일정 수준의 금리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3회 연속 금리인상을 단행할 만큼 속도전을 벌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가인상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아직까지 미국이 빨리 올릴 것으로 예상을 하는 것일 뿐, 실제 연준의 금리인상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근원인플레이션이 높다는 점과 원자재가격이 급등한다는 점 모두 통화정책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은 내용"이라면서 "너무 무리하게 (금리를) 올릴 경우 되레 긴축 부작용이 강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당분간 대내외 통화 긴축 부담이 있겠으나, 앞서 한은은 작년부터 3개 분기 연속, 2회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며 "지금까지 3회 연속 금리 인상에 나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또 이달 금통위는 대선 직전 이주열 총재의 마지막 회의인 만큼, 공격적인 행보에는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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