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노조연대, 사측에 "공동교섭 요구"···금융 계열사 노사갈등 새국면
삼성노조연대, 사측에 "공동교섭 요구"···금융 계열사 노사갈등 새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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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 계열사 노조, 임금 10% 인상 등 '6대 공동요구안' 발표
금융 계열사-노조 갈등 지속···"요구안 관철시 새 관계 형성"
한국노총 금속노련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2022년 임금인상 및 제도개선 6대 공동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은실 기자)
한국노총 금속노련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2022년 임금인상 및 제도개선 6대 공동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은실 기자)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삼성 계열사 12개의 노조가 속한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이하 삼성연대)가 임금인상과 제도개선을 위한 6대 공동요구안을 발표했다. 삼성계열사 노조가 삼성연대라는 이름으로 사측에 공동교섭을 요구한지 1년 만이다. 

복수노조·성과급 차별 등으로 논란을 겪고 있는 삼성화재 노조, 삼성카드고객서비스 노조 등 삼성 금융계열사 노조들도 삼성의 임금 제도에 문제가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그동안 보여준 노사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삼성연대, '임금 인상·OPI 손질' 등 공동요구 발표

12개 삼성그룹 계열사로 구성된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한번 임금인상 및 제도개선과 관련한 6대 요구안을 공식 발표한다"며 "삼성그룹에 이를 강력히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측이 노사 평화와 상생을 원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입장을 바꿔 공동요구안 협상을 위한 공동교섭장에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연대가 요구한 공동교섭안에는 △임금 10% 인상 △포괄임금제 폐지 △OPI 세전이익 20% 지급 △TAI 및 OPI 평균임금 산입으로 평균임금 정상화 △임금피크제 폐지 △기타 복지제도 개선 등이 담겼다. 이번 요구안은 임금 인상, 불투명한 성과급제도 개선, 하위고과 임금삭감 폐지, 임금피크제 폐지 등 삼성연대가 지난해 지적한 내용들과 맥을 같이 한다.

올해 공통 임금인상률로 10.0%를 제시한 배경으로 한국노총 표준생계비 조사결과를 비롯해 지난해 농축수산물, 사교육비 등이 급등했다며 체감 생활 물가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올해 GDP 성장률과 급격한 주택가격 상승률도 적용했다. 한국노총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표준생계비는 전년 대비 9.8~10.0% 늘었다.

노조 관계자는 "계열사 담당자와 만날 때마다, 임금인상뿐 아니라 핵심 인사·평가제도를 주체적으로 조정할 방법이 없었다"며 "회사 자체도 본인들이 교섭권이 없다고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라, 실제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와 공통으로 교섭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임금제도의 공정성을 달성하기 위해 포괄임금과 통상임금 제도를 왜곡해 사용하고 있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괄임금에 포함하고 있는 고정시간 외 수당을 기본급에 산입한 후 연장근로수당 등 통상임금 지급의 정당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회사 이익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는 제도인 OPI에 대한 지적도 이어갔다.

오상훈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위원장은 "삼성그룹은 정기상여가 없고 연말에 성과급을 한번 지급하는데 이마저도 사측이 자본수익률을 일방적으로 정해 성과급이 지급되는 구조라 불투명한 부분이 있다"며 "OPI 지급 기준으로 영업이익에 자본수익까지 포함한 개념인 세전이익의 20%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 복수노조·성과급 논란···금융 계열사 갈등, 해결될까

현재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에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에스원, 삼성웰스토리, 삼성엔지니어링, 스테코를 비롯해 금융 계열사인 삼성화재,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삼성생명직원, 삼성생명금융서비스, 삼성카드고객서비스 등 12곳의 계열사가 참여하고 있다. 크게 보면 업종이 다르지만 공동교섭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모두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소속으로 들어갔다.

공동교섭이라는 카드를 꺼내긴 했지만, 업황이 다른 만큼 각 노조가 해결해야 할 과제에도 차이가 있어 보인다. 특히 금융 계열사들은 복수노조 문제 해결 등 굵직한 과제를 안고 있어 공동교섭이 만만치 않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공동요구안이 관철된다면 그동안 나타난 갈등 국면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먼저 삼성화재 노조는 복수노조 문제로 교섭권 논란이 이어지면서 임금협상을 체결하지 못했다. 삼성화재 측에서 직원들에게 사내 공지를 통해 올해 임금조정 관련한 내용을 안내하고 인상을 단행했지만, 정상적인 임금협상 과정을 통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삼성화재 노조 측의 입장이다.

오상훈 삼성화재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이뤄진 조정은 노사간 임금협상을 통해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노조가 지속적으로 문제 삼은 하위고과 임금삭감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은 채 진행됐다"며 "회사가 복수노조라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 대표교섭 지위를 다툴 수 있는 5월13일까지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카드고객서비스 노조는 성과급 차별을 문제 삼고 있다. 삼성카드가 지난 2014년 본사 고객상담센터를 삼성카드고객서비스라는 별개 자회사로 분리시킬 당시만 하더라도 차별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성과급에 제한을 두면서 차별을 지속해 왔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카드 경영진은 자회사에 약 9% 수준인 2014년도 지급수준으로 성과급을 묶어 놓고 추가적인 지급 없이 8년간 현재까지 방치했다"며 "올해와 같이 최고의 실적을 낸 상황에서도 자회사에 대해서는 별개의 회사라며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산하 삼성생명직원노조는 제 2노조라는 한계가 있다. 현재 삼성생명에는 삼성생명노조와 삼성생명직원노조 등 양대 노조가 존재한다. 삼성생명노조는 1962년에 만들어진 삼성 1호 노조다. 전체 직원 5300여명 가운데 3300명 정도가 가입해 제 1노조라는 대표성을 띠고 있다. 삼성생명직원노조는 지난 2020년에 설립돼 현재 850명가량이 가입했다.

김길수 삼성생명직원노동조합 공동위원장은 "기존 노조가 회사 노조라고 할 정도로 사측에 동조하고 협조하는 움직임을 보여 고과, 평가, 임금 관련해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며 "복리후생, 임금상승 등을 평가했을 때 삼성생명이 꼴찌를 하는 배경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평가권이 관리자에게 있어 불만을 표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각 사의 상황이 달라 현실적으로 공동교섭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해당 문제들이 정리돼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온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전체가 공동요구안을 걸고 교섭에 나서려면 각 노조가 안고 있는 문제 상황이 정리된 이후에 가능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노동그룹 최초로 공동교섭을 촉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어렵겠지만 삼성이 공동요구안을 받아들이면, 격화된 노사 갈등이 누그러지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며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노조와 다양한 분야에서 이견을 보였는데, 이런 문제들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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