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SK이노 현물배당, '주주가치-투자금' 두 마리 토끼 잡았다
[초점] SK이노 현물배당, '주주가치-투자금' 두 마리 토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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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무배당 대신 현물배당 의결
현금배당보다 높은 금액·주가 상승 기대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중인 배터리 공장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중인 배터리 공장 (사진=SK이노베이션)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SK이노베이션이 현물배당을 결정한 것을 두고 주주가치제고와 투자자금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분석이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전날 공시를 통해 2021년도 기말배당을 보통주 1주당 자기주식 보통주 현물 0.011주를 배당한다고 밝혔다. 전날 종가인 22만6000원을 적용해 현금으로 계산할 경우 2486원이다.

이번 배당은 김종훈 의장 등 SK이노베이션 이사회가 "SK온의 물적분할을 지지해 준 주주들을 위해 배당이 꼭 이뤄져야 한다"며 당초 회사 측이 제시했던 무배당 안건을 부결하면서 이뤄지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왜 현금이 아닌 생소한 현물배당을 선택했을까.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509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예년처럼 35% 수준으로 현금배당을 했다면 약 1783억원이 소요된다. 대략 주당 2020원선이다. 배당락(지난해 12월 27일) 종가인 23만9000원 대비 배당 수익률은 1%도 안되는 0.84%에 그친다.

지난 2019년 당기순이익이 357억원 적자일때도 SK이노베이션은 현금배당 3000원을 추진해 현금배당 수익률이 1.9%였다.

주주 입장에서는 2020년 대규모 적자로 배당금을 전혀 받지 못한데다가 지난해에는 수익을 냈음에도 배당을 너무 적게 했다는 불만을 가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회사 입장에서도 현금배당으로 인해 투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어 달갑지만은 않다. 현금배당을 했다면 이익잉여금으로 적립되는 금액은 약 3821억원에 그친다. 

SK이노베이션의 이익잉여금은 2020년말 9조8912억원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반영하면 약 10조4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차세대 먹거리인 배터리에 잉여금을 모두 투입해도 모자랄 판이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완성차 업체인 포드와 합작해 설립한 블루오벌SK에만 약 5조1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올해의 경우 시설투자(CAPEX) 규모는 6조5000억원에 이르며, 이 중 4조원은 배터리 사업에 할당된다.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을 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IPO) 시장에 내놓은 것도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반면 현물배당을 하면 주주와 회사 모두에 이득이다.

가장 먼저 주주는 못받을 줄 알았던 배당 수익을 얻게 됐다. 또 현금배당을 받을 때보다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18만3700원까지 떨어지지 않는다면 현금배당금으로 추정된 2020원보다는 높은 금액을 받는다. 1주 이상 현물로 받았다면 향후 주가 상승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회사는 안그래도 부족한 투자금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현금 유출을 막아 혹시 모를 기업 신용도 하락에도 대비할 수 있다. 

현물배당이라는 선택지를 늘려놓은 점도 중요하다. SK이노베이션은 향후 3년간 배당성향 30% 이상을 지향하기로 했는데, 이번 결정으로 현금배당에 대한 부담을 크게 줄였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동종사의 배당 성향, 이해계관계자들의 요구와 대규모 투자 지출이 예정된 회사 재무구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며 "향후에도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 시장과의 소통을 지속하여 주주환원정책 수립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전우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현물배당에 대해 "주주들은 배당금을 받을 수 있게 됐고, 기업은 투자 자금의 유출을 최소화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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