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銀, 최대실적에도 임금은 '찔끔'···해법 놓고 노조·직원 '시각차'
기업銀, 최대실적에도 임금은 '찔끔'···해법 놓고 노조·직원 '시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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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순이익 2조원 처음 달성 추정
임금인상률 0.9%···他은행 2.4%와 비교
직원 "강경책 강구" vs 노조 "공공성 강화"
IBK기업은행 본점 (사진=IBK기업은행)
IBK기업은행 본점 (사진=IBK기업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IBK기업은행이 사상 최대 실적에도 낮은 임금인상률에 내부 불만이 커진 가운데, 해결 방식을 두고 직원들과 노동조합이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직원들은 파업, 공공기관 해제 요구 등 강경책을 통해 임금 인상을 주장해야 한다는 반면, 노조 측은 공공기관으로서 '실적 파티'를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부 불만이 커지고 있는 만큼 노조와 직원들이 한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동상이몽'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해 2조2461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지배주주 기준)을 달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1조5357억원) 대비 46.3% 증가한 규모로, 연간 순이익이 2조를 넘은 것은 처음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행은 오는 8일 지난해 연간 실적을 발표한다.

이같은 역대급 실적은 코로나19 여파로 중소기업대출이 성장한 데 따른 것이다. 대출자산이 대폭 커지면서 이자이익도 크게 늘었다. 실제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 은행권 최초로 20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런 실적에도 지난해 말 결정된 임금인상률은 0.9%로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현저히 낮다. 시중은행의 지난해 임금인상률은 금융노조와 사용자협의회 합의에 따라 2.4% 수준으로 결정됐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인 만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공무원 임금 가이드라인에 따라야 한다. 앞서 위원회가 지난해 공공기관 임금 가이드라인을 0.9%로 확정한 만큼 기업은행 역시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

임금 자체도 다른 시중은행 대비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기업은행 직원 평균임금은 6500만원으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 평균임금(7500만~7900만원)보다 낮았다.

공공기관 특성에 따른 결과지만 내부 직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직후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기업은행이 가장 먼저 정부 금융지원프로그램에 투입됐음에도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나온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파업 등 강경책을 통해 임금 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기업은행 직원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특히, 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주요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기본급의 300%에 달하는 연말 성과급을 받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같은 불만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기업은행 관계자는 "다른 시중은행이나 대기업과 달리 연말에 성과금을 받지 않고,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따라 이듬해 8월 기본급의 최대 200%까지 성과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임금인상률은 공공성을 지켜야 하는 측면도 있고, 공공기관으로서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내부 불만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실제 파업으로 번질 가능성은 적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지만 강경책이 언급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내부 불만이 상당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런 가운데, 직원을 대표하는 노조 측은 기업은행이 국책은행인 만큼 공공성을 위해 오히려 과도한 실적을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상 최대 실적을 두고 직원들과 노조의 주 목적이 달랐던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국책은행으로서 실적을 너무 많이 내는 것이 맞냐는 우려와 지적이 있다"며 "이번 노조추천 사외이사 후보도 은행의 공공성을 강화할 인물 등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국책은행인 만큼 이자장사를 통한 실적 개선이 잘못됐다는 노조의 지적은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임금 인상을 주장해온 직원들 주장과는 대치된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임금결정 체계는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른 것이지만 소통과 성과를 중시하는 MZ세대들에게 특히 상명하복식으로 느껴져 반발심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실적을 많이 내지 말아야 한다는 노조의 주장이 직원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편으론, 임금체계가 다른 시중은행과의 기존 경쟁구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기업은행이 다른 시중은행들과 같은 업무를 맡고 있음에도 국책은행이라는 이유로 다른 임금체계가 적용되는 데 대한 불합리함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또다른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어차피 임금인상률은 공무원 가이드라인을 넘을 수 없어서 그 대신 우리사주 지급, 기타 휴가, 연수 확대 등을 요구했는데, 최종적으로 지난해 말 경영예산심의위원회를 넘지 못했다"며 "기업은행이 시중은행과 똑같이 일하고 수익도 많이 내는데, 이럴거면 차라리 시중은행과 경쟁하는 구도에서 벗어나 정책금융이나 공공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업무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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