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자본주의의 미래는 희망적인가
[홍승희 칼럼] 자본주의의 미래는 희망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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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종말에 관한 논의는 이미 몇 십 년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보면 여전히 자본주의를 채택하는 국가들은 현재까지 계속 확산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한 때의 사회주의 국가들도 형식상으로는 자본주의의 형태를 수용하고 있다. 따라서 쉽게 생각하면 자본주의는 문제없이 지속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적인 국가에서는 자본의 입지가 종종 불안정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이미 초국적 자본의 힘은 어지간한 국가 하나의 힘을 초월했다.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의 정부는 형식적일망정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하고 시간적 제약을 받지만 기업 자본의 권력은 실질적으로 소소한 개인 주주들에게 영향 받지 않으며 그 시간적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그만큼 자본의 힘은 막강하며 기업 내부로부터의 견제도 미약하다. 특히 한국의 경우 이런 현상은 더 극심하다. 그런 자본의 힘은 이미 의회 위에 있고 사법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게다가 자본의 힘에 굴복한 언론 미디어를 통해 여론을 조종할 힘도 갖고 있다.

흔히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고 얘기된다. 그러나 자본이 얻게 될 병리적 현상은 부패를 넘어 권력의 비대화가 지나쳐 스스로의 존재 기반을 붕괴시키는 단계로 발전해간다는 점이 종종 간과된다.

노동을 제공하고 상품을 소비할 존재의 비중이 지나치게 낮아짐으로써 마치 먹이사슬의 하위개체인 초목이 다 말라죽으면 초식동물이 굶어죽고 그에 따라 육식동물도 사라져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거대자본이 육식동물이라면 그 자본에 복무하며 스스로 중산층이라는 환상 속에 사는 계층이 초식동물에 대비될 것이다.

요즘 대선판에서 전국민 기초생계비 지원이 하나의 이슈로 등장하기도 했지만 이는 그저 초원을 유지시키자는 작은 대안에 불과하다. 자본주의의 수명 연장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들자는 제안인 셈이다.

요즘 국제사회는 1970년 무렵 로마클럽에서 제기됐던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시키기 위한 기후대책을 현안으로 다루고 있다. 이는 자본의 수명 연장을 넘어 인류 생존을 위한 길을 찾는 일이다.

그러나 이미 성장의 과실을 충분히 누려온 선진국들이 수탈만 당해온 개도국들에게 똑같은 기준을 강요하는 순간 이 정책의 성패는 그 결과가 명확해진다. 생존 가능한 인류를 선진국 국민들로 제한하는 기득권 중심주의에 다름없기 때문이다,

기득권의 양보 없는 인류의 미래는 담보될 수 없다. 이는 인류의 공생을 위한 환경정책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의 지속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자본의 이기적 결정들이 축소되지 않는 한 인류사회는 공생이 불가능해지고 이는 마치 숙주를 잡아먹은 바이러스도 스스로 소멸하는 이치와 같다.

팬데믹 시국에서도 이런 기득권에 집착한 선진국들의 이기주의는 상황을 더 오래 끌도록 만들었다. 백신도 치료제도 선진국들의 독점하려는 욕심에 제대로 분배되지 못함으로써 가난한 나라들로부터 새로운 변이가 계속 나타났다는 점이 이를 확실히 보여준다.

어느 종교인은 팬데믹 기간을 자신은 안식년이라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물론 이 또한 배곯지 않을 계층에서 나올 수 있는 한가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고통스러운 기간을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기간으로 삼으려는 자세는 유의미하다.

팬데믹 상황이 경제시스템에도 많은 변화를 요구했고 기존 경제이론으로는 충분한 답을 내기 어려운 요소들을 생산했다. 그러나 경제학 이론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겪는 어려움 속에서 인류의 삶의 방식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더 깊이 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

이기적 발상으로 각국이 협력 대신 각자도생의 방향으로 치닫던 인류는 아직도 공존하기 위한 성찰에 게으르다. 이런 고민과 성찰은 정치·경제적으로나 지식으로나 가진 자들이 앞서서 해야 할 일이다. 당장의 생존에 급급한 이들에게 요구한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득권 세력의 자기 성찰과 견제는 스스로의 미래에 희망을 부여할 힘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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