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금융자본의 지혜가 미래를 바꿀까
[홍승희 칼럼] 금융자본의 지혜가 미래를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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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이달에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파월 연준 의장은 3월 인상 가능성을 암시하는 말을 함으로써 미국 증시를 출렁이게 만들었다.

이미 팬데믹의 연내 종식을 예상하며 올해 안에 몇 차례의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세계적으로 이미 폭넓게 전망되어 왔다. 심한 경우 7번의 금리인상까지 점칠 만큼 연준의 입장은 꽤 강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일단 미국의 실업률이 4% 미만으로 매우 양호하며 물가상승률이 가파르게 오르는 등 금리인상의 여지가 커졌다는 점에서 시장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올 초까지는 현재의 물가상승률이 유통의 문제라는 시각을 보였던 미국 정부 입장에 연준 역시 동조했다.

그러나 올해의 세계 경제 움직임이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해석하기에는 몹시 복잡한 요소들이 얽혀들며 새로운 분석을 요구하고 있다. 당장 미·중 갈등이 대만을 지렛대로 삼은 무력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고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러의 대립 또한 파국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에도 전 세계 어느 구석에선가는 무력분쟁이 끊임없이 벌어져왔지만 현재의 미중, 미러 갈등은 그 어느 때보다 세계대전으로 진행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서 그만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여주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한시적일 수도 있지만 대만을 둘러싼 상황은 중국의 노골적인 패권전략이 미국 중심의 기존 질서를 향한 명백한 도발인 만큼 보다 복잡한 양상을 띨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미·중 양국 모두 서로 물러설 자리가 없는 치열한 각축이 될 수밖에 없다. 양국의 경제적 이해가 첨예하게 맞물린 싸움이 무력 동원없이 해소되기 어려운 단계로 진전되었음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앵글로 색슨계 국가들이 연대하고는 있으나 아직은 양쪽 다 명백하게 진영을 구축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이 갈등이 더 심화될 경우 그 진행 양상을 예단해 보기는 어렵다. 양국의 갈등이 저마다의 이해관계를 좇아가며 보다 명확하게 줄서기를 강요당하는 국가들을 몰아붙일 것이라는 전망은 그간의 역사를 볼 때 자연스럽게 세워진다.

이런 갈등 가운데는 그간 세계 금융의 핵심 코어를 가진 미국의 권력에 중국이 색다른 대응을 준비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해 봐야 한다. 과거 냉전시대의 소련은 미국과의 무력 경쟁에 몰두하며 위세를 과시했고 일본은 미국의 첨단 기술력이 놓지는 틈새 기술들로 미국과의 협업을 통한 부의 축적을 이루었지만 양국 모두 미국이 지닌 금융 파워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런 역사를 보며 연구해온 중국은 미국이 지닌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지위에 도전하며 금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중국의 그림은 미완성인 상태에서 미국의 선제공격을 당한 모양새다.

그렇다고 미국의 입장이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기존 금융자본의 힘은 여전하고 플랫폼 기업들이 여전히 미국의 우위를 지켜주고 있지만 기대 이상으로 견고해진 글로벌 경제시스템이 기업들로 하여금 과거와 같은 국가 중심주의를 초월한 비즈니스의 욕망을 키웠다.

초국적 기업의 성장은 '국가'의 영향력을 약화시켰고 국가는 딜을 할 수 있는 비즈니스의 대상으로 변하고 있다. 비록 팬데믹 상황으로 글로벌 밸류체인이 국소적으로 허물어졌지만 여전히 생산, 유통, 소비 전 영역에서 국경의 의미는 퇴색됐다.

어쩌면 이런 기업들의 독립성 제고 현상이 국가를 중심에 두려는 정치집단들 간의 무력분쟁을 더 촉발시키는 요인일 수도 있다. 더욱이 중국의 경우 개혁개방 이후 시장경제를 받아들여 성장했다고는 하나 아직도 정부는 권위주의적이고 국가 지도자의 뜻이면 국경을 봉쇄할 수도 있는 시스템이다.

이런 중국과 싸우는 미국은 그들이 가진 금융자본의 힘을 얼마나 컨트롤할 수 있을까. 금융자본 하나하나의 이기적 판단이 총합으로써 덜 풀린 중국의 빗장에 지혜롭게 대응할 수 있을까. 지난해 미중 갈등이 첨예해지는 상황 속에서도 미국의 금융자본은 중국 투자를 대폭 늘렸다는 데 과연 중국이 가고자 하는 패권 도전의 길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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