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부산이전, 진보 아닌 퇴보"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 방식에 대해 "전형적인 차입매수(LBO) 방식"이라며 "기업인수합병 중 가장 나쁜 구조"라고 비판했다.
LBO는 인수하려는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해당 기업을 인수하는 M&A 기법이다. 원매자가 자본을 크게 투입하지 않고도 기업을 매수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기업사냥꾼들이 자주 이용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27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에디슨을 향해 "아직 재무적투자자(FI)를 확실히 확보한 것 같지도 않고, 8000억원의 순자산이 있음에도 채무를 크게 탕감해 대출을 받아 사업하겠다고 하는데 전형적인 LBO"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이어 "회사(쌍용차) 돈으로 회사(쌍용차)를 인수하고, 내 돈은 넣지 않겠다는 것은 쌍용차 인수에 또다른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 에디슨이 얼마나 돈을 집어 넣는지 굉장히 신경써서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쌍용차가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과 에디슨이 마련할 쌍용차에 대한 사업계획서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회생계획안은 인수대금으로 기존 채무를 어떻게 변제할지에 초점을 맞춰 동의 여부를 결정한다고도 했다.
이 회장은 "계획안에 대한 동의 여부는 채무 변제 계획만을 보고 결정할 계획이고, 산업은행은 대부분 담보채권이기 때문에 담보만 유지된다면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도 "회생계획안에 동의했다고 에디슨측이 제시한 사업계획에 동의했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에디슨의 쌍용차 인수자금 마련 계획, 인수 방식 등을 철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힌 것이다.
이 회장은 "사업계획서 타당성 검증은 제3기관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한 바 있는데, 반드시 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그런데 아직 사업계획서에 대한 제3기관 검증에 대해 일체 내용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날 이 회장은 국책은행 지방 이전설과 관련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국책은행 지방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운 데 따른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회장은 "산업은행의 지방 이전은 진보가 아닌 퇴보"라며 "산업이나 기업, 금융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하지 못해서 나온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산업은행이 지방을 간다고 해서 산업이 다 지방으로 이동하고, 도시가 커지는 게 아닌데, 특히 지역 정치인들이 소탐대실의 태도로 그런 주장을 한다"며 "산업은행은 현재와 같이 금융경제 수도인 전체를 아우르면서 전국의 균형있는 발전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