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실손보험 전환 '나몰라라'···보험사-고객센터 '엇박자'
4세대 실손보험 전환 '나몰라라'···보험사-고객센터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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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생명 등 4개사, 4세대 전환 상품 상반기 중 출시
보험사 "상품 준비 중"···콜센터 "타사 상품으로 전환해야"
다른 설명에 소비자 혼란 가중···"선택권 제약 가능성" 지적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 실손의료보험 4세대 전환을 고려하던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보험사가 4세대 전환 상품 개발에 들어갔다는 기사를 보고 콜센터에 전화해 '4세대 전환' 상담을 받았다. 그런데 콜센터 직원은 실손보험상품 판매가 중단됐다며 4세대 전환을 원하면 기존 실손보험을 해지하고 다른 회사 상품을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4세대 전환 상품 등 다른 방법이 없냐는 A씨 질문에는 "확실하지 않은 부분이라 권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실손보험 판매를 중지한 보험사들이 소비자 신뢰와 선택권을 높이겠다며 4세대 전환상품을 예고했지만, 정작 콜센터(TM채널)에서는 실손보험 전환이 불가하다는 안내만 하고 있어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4세대 전환 상품을 준비 중'이라는 중요한 정보를 누락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과 일관되지 않은 방침으로 보험산업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실손 전환상품 준비 4개사 TM채널, 전환지원 안내 없어 

25일 보험협회에 따르면 앞서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지만 올해 상반기 중으로 4세대 신상품을 선보일 보험사는 미래에셋생명·푸본현대생명·DB생명·AIG손해보험 등 4곳이다. 당초 이들 보험사들은 대규모 적자를 내는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푸본현대생명과 AIG손보는 지난 2017년 일찌감치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고, DB생명은 2019년에 시장에서 철수했다. 미래에셋생명은 작년 3월 실손보험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실손보험 보험료에 부담을 느끼는 1~3세대 가입자들이 원하면 4세대로 갈아탈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금융당국 방침에 따라 기존 가입자 대상 전환용 상품은 준비 중인 상황이다. DB생명과 AIG손해보험은 오는 4월1일부터 기존 가입자들의 전환 신청을 받을 예정이며, 미래에셋생명과 푸본현대생명은 5월1일부터 전환 신청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문제는 소비자 안내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지난 21일 4세대 실손보험 전환은 회사별 준비사항에 따라 순차적으로 신청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아 자료를 배포했다. 소비자가 가입한 보험회사의 4세대 전환 준비현황과 할인혜택 처리 방법을 참고해 계약전환을 신청하라는 취지다. 자료에는 "가입한 보험회사 고객센터에 문의"하라는 문구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본지가 24일 미래에셋생명·푸본현대생명·DB생명·AIG손해보험 콜센터에 4세대 실손 전환에 대해 문의해 본 결과, 전환상품을 준비 중이라고 안내한 곳은 단 한곳도 없었다. 직장인 A씨가 경험한 것과 같이 4개사 콜센터는 모두 "4세대 실손전환을 원한다면, 자사 상품을 해지하고 다른 보험사 상품으로 갈아타야 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다른 방법이 없냐는 질문에도 "전환 상품을 준비 중"이라는 대답은 없었다. 해지 후 다른 회사로 갈아타야 한다는 답변만 재차 돌아왔다. 해지 후 다른 회사 4세대 상품으로 전환하면 할인 혜택은 받지 못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보험업계는 4세대 실손의료보험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1·2·3세대 개인실손 가입자 중 4세대 개인실손으로 계약전환을 신청한 가입자를 대상으로 1년간 보험료의 50%를 할인해 주고 있다. 본인이 가입한 보험회사의 4세대 상품으로 최초 전환하는 경우에만 해당 할인 혜택이 적용되기 때문에 안내에 따라 다른 회사 상품으로 전환하면 할인 혜택 적용이 어렵다. 

◇ 보험사 "구체적 내용 정해져야" VS 소비자단체 "중요 정보 안내 당연"

보험사들은 전환상품에 대한 세세한 내용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설명하면 소비자 항의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융분야 소비자단체는 '전환상품 준비'라는 내용은 소비자 입장에서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에 안내가 꼭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협회 보도자료에 나온 기간에 맞춰 전환상품과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변동될 가능성이 있고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지 않아 콜센터가 안내하도록 전달하지는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디테일이 정해져야 TM채널에서 안내가 나갈 수 있다"며 "아직 준비 기간도 좀 남아 내용이 확정되는 대로 안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단체는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 전환 상품 관련 안내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보험사들이 전환 혜택을 보장해 주기 위해 상품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은 실손보험 가입자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정보라는 설명이다. 만약 콜센터의 안내에 따라 다른 회사 상품으로 무작정 갈아타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입 거절 등 다른 문제도 맞닥뜨릴 수 있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실손보험 4세대 전환상품을 개발하겠다고 나선 보험사들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콜센터에서 전환상품에 대한 안내가 전무하다는 것은 문제"라며 "어느 회사가 우리 상품 말고 다른 회사 상품을 구매하라고 하겠는가. 일단 콜센터에서 언급조차 안한다는 것은 판매 중지한 회사들이 (실손보험 관리 및 운영에) 말 그대로 마음이 떠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무형의 상품을 취급하는 보험산업의 핵심은 신뢰인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보험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도 떨어질 수 있다"며 "보험사 입맛에 따라 설명·안내가 왔다갔다하고 적자는 적자대로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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