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대출증가율 목표치 초과한 신한은행, 왜?
나홀로 대출증가율 목표치 초과한 신한은행,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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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대출 연쇄 중단···타은행 집단대출 몰려
나머지 4대 은행 3.96~6.44% 가이드라인 지켜
신한은행 사옥 전경 (사진=신한은행)
신한은행 사옥 전경 (사진=신한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지난해 12월 국내 5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7%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까지 3%대 증가율을 유지하며 '관리의 신한'으로 불렸던 신한은행의 대출 증가율이 연말 수직 상승한 것이다. 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대출총량 규제에 다른 은행들의 증가율이 둔화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는 다른 은행의 대출을 신한은행이 흡수하면서 벌어진 일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다른 은행에서 중단한 전세·잔금대출 등을 떠안은 것인데, '7%'라는 수치만 놓고 보면 신한은행 입장에선 다소 억울한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총 잔액은 709조529억원이다. 2020년 12월 말(670조1539억원)과 비교해 38조8990억원 늘어난 규모로, 증가율은 5.80%다. 금융당국의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가이드라인 6%대를 맞춘 것이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이 7.39%로 가장 높았고 △우리은행 6.44% △NH농협은행 6.32% △KB국민은행 5.08% △하나은행 3.96% 등이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을 제외하고 모두 당국의 증가율 가이드라인 6%대를 맞췄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9월 3.02%, 10월 4.38%로 증가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다 11월 6.3%, 12월 7.39%로 급상승했다. 나머지 4대 은행의 12월 증가율이 전월 대비 모두 둔화한 것을 감안하면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유독 가팔랐다는 분석이다.

이는 4분기부터 다른 은행들이 대출을 본격 중단하면서 그 수요가 신한은행에 몰렸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특히, 전세대출 등 실수요 중심의 대출이 많이 늘었는데, 지난해 8월 부동산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한 농협은행을 도와 집단대출을 떠안았던 것도 일부 영향을 줬다.

실제 전세대출을 제외한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연간 증가율은 4.47%로 크게 낮아진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전세대출 증가율은 18.47%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빚투(빚내서 투자)'의 주범인 신용대출 증가율(2.87%)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9~10월 은행들이 대출을 연쇄적으로 중단하면서 전세·집단대출을 받으려는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지적이 계속됐다"며 "당시 당국이 전 은행권에 실수요 대출을 분담해달라고 권고했었는데, 상대적으로 여유가 많았던 신한은행이 맡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수치만 놓고 봤을 땐 신한은행의 대출이 급증한 게 맞지만 내부 사정을 보면 억울함이 적잖을 것"이라며 "신한은행의 경우 실수요자 보호 측면에서 마지막까지 대출을 다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금융당국도 신한은행의 이같은 상황을 고려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당국은 최근 신한은행에 대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4%대 후반으로 정했다. 이는 주요 은행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한은행과 함께 하나은행이 4% 후반, 국민은행은 4% 중반, 우리·농협은행은 4% 초반 수준으로 정해졌다. 앞서 당국은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지키지 않은 은행에 대해 대출한도 축소 등의 페널티(불이익)를 부과해 최종 올해 대출 한도를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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