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횡령' 오스템임플란트, 증시서 명운은?
'역대급 횡령' 오스템임플란트, 증시서 명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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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액 증명서 위조해 1900억대 빼돌려···회사는 3개월 후 인지
2만 소액주주 거래정지···24일까지 '상장적격 심사 대상' 결정
"내부 시스템 미흡, 이미지 하락 불가피···상폐 가능성은 낮아"
사진=오스템임플란트
사진=오스템임플란트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최악의 횡령 사건이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가 새해 벽두부터 주식시장에서 들끓고 있다. 직원 한 명이 190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빼돌린 지 석 달이 지나서야 파악한 회사 내부 시스템에 비판이 잇따른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로 거론되고 있는 상장 폐지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향후 회수 가능 자금에 따라 회사 명운이 갈릴 것으로 진단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는 전날 공시를 통해 회사 자금관리부장 이 모 씨가 1880억원을 빼돌린 업무상 횡령 사고가 발생, 해당 직원을 고소했다. 횡령액은 회사 자기자본의 91.8%, 2020년 영업이익(981억원)의 두 배 이상 규모다. 상장사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에 따라 오스템의 주식 거래는 바로 정지됐다. 횡령과 관련,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상장 적격성 실질검사는 한국거래소가 회사의 상장 유지 여부를 따져보는 과정이다. 거래소는 "사유 발생일부터 15일 이내인 오는 24일까지 실질심사 대상인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국내 1위 치과용 임플란트 업체로, 수출 호조로 최대 실적을 쓰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해 말 기준, 시가총액 2조386억원으로 코스닥 시장 시총 22위에 자리한 우량기업이지만, 돌연 전해진 역대급 횡령 소식에 업계와 시장의 충격이 이어지고 있다. 

상장사 한 관계자는 "천문학적 금액이 직원 손아귀로 넘어간 사실이 3개월 경과한 연말에야 발견된 점부터 난센스"라며 "미흡한 회사 내부 관리제도는 중견기업이라고 하기 부끄러운 수준으로, 갑자기 발이 묶인 2만 명의 소액주주는 무슨 죄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횡령액이 막대한 수준인 만큼, 직원 홀로 범행했을 가능성이 적을 수 있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에 대해 오스템임플란트 측은 "조직적 범행이 아닌, 자금 담당자의 특수성을 악용해 이 씨가 단독으로 저질렀다"면서 "해당 직원은 잔액 증명 시스템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세계적 치과용 기기 제조업체로 최악의 횡령에 휘말린 회사에 대한 세간의 비판과 이미지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직원이 작심하고 잔액 증명서를 위조해 자금을 빼돌린 사실만 두고 보면 회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관심은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식 거래 재개 여부다. 거래소가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하면 기업심사위원회가 열린다. 기업심사위는 2~3달의 심사를 거쳐 제재 수위를 정하는데, 개선기간 부여와 상장폐지를 결정한다. 최악의 경우 오스템임플란트는 증시에서 퇴출될 수 있다.

다만 상폐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회수 가능 자금 규모에 따라 오스템임플란트 명운이 정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자기자본 대비 횡령 규모가 큰 만큼, 자금 회수 가능성에 따라 실질 심사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기업의 영속성, 투자자 보호 등을 감안하면 상장 폐지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실제, 과거 2017년 8월 16일 자기자본 대비 5% 이상의 횡령으로 거래 중단된 D제약사의 경우, 9월1일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관련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면서 4일부터 거래가 재개된 바 있다. 

서 연구원은 "대규모 횡령에 대한 감시 시스템 미비로 ESG 리스크가 상승하고, 회사 신뢰도 낮아지면서 이로 인한 주가 하락이 가능하다"면서 "횡령 금액의 회수 가능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고, 일부 회수가 미비한 경우에는 올해 영업 외 손실로 반영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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