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은행 고금리 논란의 핵 '가산금리 3%'···적정한가?
[이슈진단] 은행 고금리 논란의 핵 '가산금리 3%'···적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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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1%·가산 3%·신용대출 4% '배보다 큰 배꼽'
"2017·2018년 가산금리 낮추거나 동결한 것과 대조"
"대출 총량규제 편승해 과도한 이자 장사" 비판여론
은행 영업점 (사진=서울파이낸스DB)
은행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은행 대출금리를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인 가산금리가 불과 두 달여만에 3%를 넘어 통계작성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고금리 논란의 뇌관으로 부각됐다. 가산금리 급등으로 '고무줄 가산금리'라는 비아냥과 함께 은행들이 과도한 '이자 장사'에 매몰돼 있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4% 안팎(5대은행 기준)인 은행 신용대출 금리에서 가산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3%를 넘다보니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지적을 받는다. 가산금리 인상 폭과 속도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한국은행이 올 하반기 기준금리를 두차례에 걸쳐 0.25%에서 1.0%로 0.5%p를 올린데 반해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을 대출금리에 반영하면서 가산금리를 단기간에 너무 큰 폭으로 인상했기 때문이다.

2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신용대출에 붙는 평균 가산금리는 3.1%(서민금융 제외)로 전월(2.95%) 대비 0.15%포인트(p) 상승했다. 올해 평균 가산금리가 3%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 9월(3.01%)에 이어 11월이 두 번째로, 올해 최고 수준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가산금리까지 합치면 평균 금리는 더 올라간다. 카카오뱅크의 지난달 가산금리는 8.26%, 케이뱅크는 5.37%로 이들 은행까지 합한 평균 가산금리는 4.16%였다. 7대 은행의 10월 가산금리가 2.97%였던 점을 고려하면 한 달새 금리가 1.19%p나 오른 것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카카오뱅크의 가산금리가 8.26%로 가장 높았다. 이어 케이뱅크 5.37%, 하나은행 4.32%, KB국민은행 3.41%, 신한은행 2.89%, 우리은행 2.48%, NH농협은행 2.40% 등의 순이었다.

가산금리가 오르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도 4%대 돌파를 눈앞에 뒀다. 지난달 서민금융을 제외한 5대 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3.92%로 전월(3.45%)보다 0.47%p 올랐다. 같은 기간 7대 은행으로 계산하면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4.12%에서 5.01%로 0.89%p 뛰었다.

인터넷은행의 가산금리가 유독 높은 것은 중저신용자대출을 주로 취급하는데 따른 리스크 요인을 높게 반영한 때문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10월과 11월 신용대출 공급 평균 신용점수가 KCB기준 826점에서 677점으로 내려갔는데, 신용 커버리지가 넓어져 평균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요 시중은행들의 가산금리가 이처럼 높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주목할 점은 은행 대출 가산금리 급등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와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은행권 대출 가산금리는 올해 8월까지 2.7~2.8% 수준을 유지하다 당국이 강도 높은 총량관리를 주문하고 나선 9월 3%대로 올라섰다.

이와관련 주요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금리가 낮으면 대출이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총량 관리 차원에서 가산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곧이 곧대로 해석하면, 당국이 요구하는 대출 총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대출금리를 올려 수요를 차단할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은행들의 진짜 속내는 대출 총량을 줄이면서 적정 이자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금리를 더 올려 받을 수 밖에 없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이는 한 은행 관계자의 보다 '솔직한 표현'을 통해 분명해 진다. 이 관계자는 "총량관리 탓에 불가피하게 금리를 올렸던 것은 맞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은행에 '호재'인 것도 맞다"면서 "대출을 관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금리를 많이 올렸다고 하면 외부에서도 할 말이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무엇보다 지난 2017년과 2018년 금리 상승기에 비해 올해 유독 가산금리 상승폭이 크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금리가 인상됐던 올해를 제외하고 한국은행이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시점은 2017년 11월과 2018년 11월이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25%에서 1.75%로 0.25%p 올렸다.

당시 5대 은행의 대출금리를 살펴보면 가산금리는 오히려 줄어들거나 같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11월에서 12월 5대 은행의 신용대출 가산금리는 2.34%에서 2.31%로 0.03%p 줄었고, 2018년 11월에서 12월 가산금리는 2.32%로 동일했다. 

기준금리를 놓고 비교해도 올해 가산금리는 높은 수준이다. 2018년 12월 당시 5대 은행이 신용대출 금리를 산출할 때 기준으로 삼은 기준금리 평균값은 1.95%고, 가산금리는 2.32%다. 반면, 같은 기준으로 올해 11월 5대 은행의 기준금리는 1.44%, 가산금리는 3.1%다. 2018년 당시와 비교해 기준금리는 더 낮은데, 가산금리는 더 높은 것이다.

통상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시 대출금리에 즉각 반영하는 대신 예금금리를 늦게 올리는 방식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패턴을 보이긴 했으나기준금리 인상에 편승해 가산금리를 대폭 올리진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과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가산금리는 은행들이 대출기간 등 차주의 대출 조건 변화에 따라 부과하는 글자 그대로 '추가금리'를 말한다. 은행이 대출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조달한 자금의 조달원가에 적정마진을 붙이고 난 후 추가로 발생하는 리스크 요인을 비용으로 환산해 금리로 보전하는 형식이다.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결정짓는 요소들 중에서 시장금리의 평균치인 코픽스 등은 독자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상수'에 가깝다. 가산금리가 거의 유일한 '변수'다. 이같은 구조들 염두에 둔다면, 은행들이 규제를 핑계 삼아 '이자 장사'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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