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13년만에 매각···5578억원 유동성 확보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13년만에 매각···5578억원 유동성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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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대한항공·LH '3자 매매·교환계약' 체결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남측부지와 교환
유동성 확보로 숨통···부채비율 10%p 개선 전망
대한항공이 소유하고 있는 송현동 부지 전경.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이 소유하고 있는 송현동 부지 전경. (사진=대한항공)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대한항공 소유의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가 13년 만에 매각된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순환휴직을 지속하는 등 경영난 속에서 5600억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확보하게 됨에 따라 숨통을 틔울 것으로 보인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와 대한항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날 송현동 부지(종로구 송현동 48-9번지 일대 3만6642㎡)와 시유지인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강남구 삼성동 171-1번지 1만947.2㎡)를 맞교환하는 내용의 3자 매매·교환계약을 체결한다.

이번 계약은 LH가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의 소유권을 사들이고 서울시가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를 LH의 송현동 부지와 맞바꾸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은 전날 송현동 부지를 LH에 5578억원에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2008년 6월경 7성급 호텔을 포함해 문화복합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삼성생명에 2900억원가량을 주고 송현동 부지를 매입했다. 그러나 학교 반경 200m 이내에 관광호텔을 세울 수 없다는 현행법에 따라 풍문여고, 덕성여중·고 등이 인접해있던 송현동 부지 조성 계획은 무산됐다.

그러다 지난해 초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로 산업 전반에 위기가 닥치자 대한항공은 자구책의 일환으로 송현동 부지를 매각키로 결정했다.

이때 인허가권을 쥔 시가 송현동 부지 공원화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민간 매각은 무산됐다. 실제로 총 15개 업체가 입찰 참가의향서를 제출한 상태였으나 시의 공원화 계획 발표 이후 입찰 참여한 업체는 아무도 없었다.

당시 시는 보상금액을 4670억원으로 산정했지만 대한항공 측에서는 시세에 맞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등 갈등이 지속돼왔다. 오랜 기간 대립해오다 결국 국민권익위원회의 중재 끝에 올해 3월 조정서를 체결, 최근까지 계약을 협의해오면서 마침표를 찍게 됐다.

최종 매각 대금은 당초 시가 제안한 보상금액보다 1000억원가량 높게 책정됐다. 앞서 대한항공과 시는 공정한 가격 평가를 위해 4개 법인의 감정평가를 거쳐 감정평가사협회의 심사를 받고, 이를 산술평가해 가격을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2008년 송현동 부지 매입 이후 세금·금융비용 및 현 시장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매각 금액이 대한항공의 예상 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매각 시기도 계획보다 지연됐기에 '제 값'을 받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송현동 부지 관련 세금과 관리 비용 등의 고정비 지출이 계속되는 데다 코로나19 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원 부지를 매각하게 된 점은 다행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아울러 이날 계약 체결 후 대한항공은 LH로부터 송현동 매매금액의 85%를 영업일 기준 3일 이내에 지급받는다. 잔금(15%)은 내년 6월 말 등기이전 완료와 함께 지급될 예정이다. 

이번 매각을 통해 대한항공은 자본을 확충할 수 있게 됐다. 매각 대금이 납입되면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293%에서 10%포인트(p) 정도 개선될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항공은 이외에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올해 초 3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으며 현재 인천 영종도의 레저 시설인 왕산마리나를 운영 중인 왕산레저개발의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기내식·기내면세품 판매 사업을 매각해 8000억원가량을 확보했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케이스톤파트너스에 공항버스 사업인 칼리무진 사업부를 105억원에 매각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매각 금액은 재무구조 개선에 쓰일 예정"이라며 "이후에도 자구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가 소유하게 되는 송현동 부지에는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예술 경험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관광 거점 공간으로 조성될 전망이다. 이곳에는 '이건희 기증관(가칭)'도 들어설 예정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광화문·송현동 일대가 내셔널 몰이나 박물관 섬을 뛰어넘는 세계적인 문화·관광 명소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며 "서울이 세계 톱5 문화·관광 도시로 도약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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