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독점·편향적 서비스 등 감독 방침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금융 당국이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과 관련해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네트워크·락인(Lock in) 효과가 커짐에 따라 대형 플랫폼에서 나타날 수 있는 데이터 독점과 편향적 서비스 제공 등에 대해서는 영업행위 규제 등을 통해 철저히 감독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15일 서울 마포 프론트원에서 진행된 '금융플랫폼 혁신 활성화 간담회'에 참석, 모두 발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는 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비바리퍼블리카 등 금융플랫폼 기업과 KB금융지주·신한은행·우리은행 등 금융회사, 유관기관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플랫폼을 통한 종합 서비스'를 강조한 고 위원장은 "최근 금융산업의 흐름은 플랫폼을 통한 종합 서비스로 설명될 수 있다"며 "금융상품의 단순 판매에서 지급결제·자문·자산관리 등의 여러 금융서비스가 플랫폼을 통해 개인의 실생활과 연결돼 디지털 공간에서 제공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종합 플랫폼화 과정에서 동일기능·동일규제 적용 문제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공정경쟁'을 강조했다. 보다 더 넓고 높아진 운동장에서 경쟁·성장하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고 위원장은 "여타 금융서비스와 같이 플랫폼을 통한 금융서비스 제공도 금융안정과 소비자보호, 공정경쟁 기반 위에서 추구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면서 "이런 원칙하에 금융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방향은 어느 한 쪽을 제한하는 것보다 경쟁하고 성장하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고 위원장은 데이터, 신기술, 플랫폼, 디지털 보안, 디지털자산 등 5대 핵심분야를 중심으로 '디지털 혁신금융 발전전략'을 수립하겠다는 방침이다.
먼저 데이터 혁신 인프라를 구축한다. 초개인화된 맞춤형 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본격 시행하고, 참여기관·정보제공 범위를 점차 확대해나가는 한편, 중·소상공인 및 신산업분야 등의 기업 데이터를 확충할 계획이다. 기업금융에서도 마이데이터 개념을 도입한다.
업권별·금융서비스별 특성을 반영한 '인공지능(AI) 가이드라인 세부지침'도 마련, AI 기술 활용을 적극 지원한다. 또 기존 금융사들의 디지털 금융 전환을 지원하고자 정보공유, 업무위수탁, 부수·겸영업무, 핀테크 기업과 제휴 등 이슈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다만 네트워크 효과·락인 효과가 커지면서 나타날 수 있는 데이터 독점, 편향적 서비스 제공 등에서는 영업행위 규제 등을 통해 철저히 감독하겠다는 구상이다. 현행 전금법 개정안에 금융플랫폼의 '손해전가', '경제상 이익 제공 강요', '경영활동 관여' 등 우월적 지위의 남용 금지 규정을 반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망분리 규제의 경우 금융보안에 관한 대원칙을 유지하되 업무 성격, 개인정보 취급 여부 등을 고려해 규제 합리화 방안을 모색한다.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 확대에 맞춰 전문기관 심사를 강화하고, 사후보고 등 보고절차는 단순화하겠다고 언급했다.
고 위원장은 "정부가 구상하는 '디지털 혁신금융 발전전략'도 이런 핵심 경쟁요소가 잘 구현될 수 있는 금융환경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해 위변조 방지 등 신뢰성을 높이고, 혁신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정순섭 서울대학교 교수 등 전문가 주제 발표도 이어졌다. 정중호 소장은 "디지털 기술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면서 금융 플랫폼의 시대로 금융업의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디지털 금융 기반을 고도화하고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순섭 교수는 "디지털 혁신금융 발전전략과 데이터 이용환경 개편 등 실천과제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