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뉴스] '완전 민영화' 숙원 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새 판 예고
[CEO&뉴스] '완전 민영화' 숙원 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새 판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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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만에 정부 입김에서 벗어나
실적 개선·기업가치 제고 등 인정
내년 본격적인 '색깔 내기' 주목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우리금융그룹은 완전 민영화를 토대로 새로운 대도약의 출발선에 섰다. 그룹의 사업포트폴리오를 조기에 완성하고 디지털과 플랫폼 경쟁력을 차별화해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면모와 지위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

지난 11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우리금융의 완전 민영화 달성을 자축하면서 임직원들에게 한 말이다. 손 회장의 발언처럼 올해는 우리금융에게 '대도약의 출발선'으로 여겨진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의 매각절차가 종결되면서다.

앞서 예보는 지난 10일 우리금융 지분 9.33%를 낙찰자로 선정된 유진프라이빗에쿼티(4%), KTB자산운용(2.33%), 얼라인파트너스컨소시엄(1%), 두나무(1%), 우리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1%)에 각각 양도했다. 

이번 매각을 통해 예보는 지분율이 기존 15.13%에서 5.80%로 축소됨에 따라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 우리금융은 사실상 완전 민영화를 이뤄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지 23년 만이다.

우리금융이 민영회사로 나아가게 된 데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힘써온 손 회장의 공로가 적잖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그간 지지부진하던 우리금융 주가 탓에 민영화가 늦어졌으나, 올해 실적 호조를 이룬 영향으로 민영화 수순을 밟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우리금융의 경영 성과는 눈에 띌 정도로 호실적을 거뒀다.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19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08% 증가했다. 3분기 순이익은 7786억원으로 62.13% 늘어났다. 지주사 전환 이후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것이다. 적극적인 대손비용 관리와 이자이익·비이자이익의 고른 성장이 맞물리면서 최대 실적 기록을 다시 썼다.

자사주 매입 등 손 회장 특유의 행보 역시 기업가치 제고에 일조했다는 평이다. 그간 손 회장은 2018년 3월 이후 중요한 시기마다 자사주를 매입하며 기업가치 제고 의지를 밝혀왔다. 지난 6일 예보 잔여지분 매각 본계약을 앞두고 장내 매입한 5000주까지 합하면 손 회장이 보유한 우리금융 주식은 총 10만3127주에 달한다.  

올해 호실적을 기반으로 완전 민영화 원년인 내년에도 좋은 성적을 이어가겠다는 뜻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기업가치에 대한 손 회장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꾸준한 자사주 사랑으로, 손 회장은 4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가장 많은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본점. (사진=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본점. (사진=우리금융지주)

손 회장은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난 만큼, 사업 다각화에도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23년간 숙원이었던 완전 민영화를 해결하면서 당장 급한 불은 끈 듯하지만, 앞으로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비(非)은행 사업 부문을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 당초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 등을 잇달아 매각한 우리금융은 현재 은행 의존도가 타 금융그룹에 비해 높은 편이다. 올 3분기 누적 순익에서도 우리은행의 순익 비중만 82.6% 수준이다. 우리금융의 성장을 지속하려면 증권·보험 M&A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단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여건은 조성된 상태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내부등급법 최종승인을 받으면서 M&A를 위한 실탄 역시 확보했는데, 늘어난 자금 여력만 6조원 규모다. 지난해 저축은행과 캐피탈사 M&A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가운데, 최근엔 증권사 인수 검토를 공식화했다. 

우리금융이 언급한 중소형 증권사를 사들인다면 우리종합금융과의 시너지를, 중·장기적으로 손해보험사 등 보험사 인수에 나선다면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인수를 빠르게 추진할 경우 손 회장의 말처럼 '그룹의 사업포트폴리오를 조기에 완성,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면모'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비(非)은행 부문 강화 외에 주가 부양, 디지털 전환, 해외사업 강화 등도 과제로 꼽힌다. 디지털 전환의 경우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의 금융 진출과 너나 할 것 없이 디지털화를 추진 중인 금융권 움직임을 감안하면 특단의 방안이 더 요구되는 시점이다.

지금 금융권은 손 회장의 행보를 어느 때보다 주목하고 있다. 해외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하는 등 법적 리스크를 털어내며 추진 동력을 얻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민간 주주 중심의 자율경영과 완전 민영화라는 숙제를 풀어낸 만큼, 내년엔 본격적인 손태승표 색깔 내기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은 한껏 높아진 모양새다.

손 회장은 10일 감사글을 통해 "향후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혁신적이고 특별한 고객경험을 선보이고, ESG 등 새롭게 부상한 패러다임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등 기업가치도 적극 제고해 고객과 주주가치 최우선의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다시 기업가치 제고 의지를 피력한 손 회장이 지금껏 잘 다져온 토대 위에 어떤 새 판을 그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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