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高물가···중앙은행, '긴축 굳히기' 모드
브레이크 없는 高물가···중앙은행, '긴축 굳히기'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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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에 韓·美정부 "물가 반드시 잡겠다"
美연준도 시장 죈다···내년 3월 금리인상설까지
"앞서 움직이는 한은···긴축 속도 더욱 높일지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전경. (사진= 박성준 기자)
서울 중구 한국은행 전경. (사진= 박성준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올 연말께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라던 인플레이션이 올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글로벌 전망 기관과 경제 전문가들은 높은 물가 상승 흐름이 더욱 길어질 것이란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더욱이 중앙은행 안팎으로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시장의 긴축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하반기 시스템 리시크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외 경제·금융 전문가들 80명 중 44명(55%)이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을 위협하는 요소로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를 꼽았다. 아울러 가장 위험한 요인을 꼽는 조사에서도 인플레이션은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20%)'과 함께 1순위 리스크로 꼽혔다.

실제로 물가 오름세는 올해 '고공행진' 중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지난 10~11월 2개월 연속 3%를 웃돌았으며, 11월 기록한 물가상승률(3.7%)은 2011년 12월(4.2%) 이후 9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기록이다. 미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미국은 지난 10월 31년 만에 가장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6.2%)을 기록했다. 같은 달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전년동월대비 5.0%)에서도 지난 1990년 11월 이후 가장 높았다. 이처럼 물가 급등세가 지속되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지지율은 41~42%대로 급락하는 등 집권 이후 최저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 수준을 웃돌자, 11월 수정경제전망에서 밝힌 연간 2.3%의 상승률을 일주일 만에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시장에서는 대체로 현재와 같은 물가 상승 흐름이 단기간 내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장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각국의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에 생산 감소와 물류 적체가 맞물린 데 따른 결과"라면서 "단기적으로 생산 및 물류 측면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은 인플레이션의 상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각국 정부들은 '물가 잡기'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11월 10여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을 확인한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물가가 크게 상승하고 있고, 물가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지율이 급락한 바이든 대통령 역시 높은 인플레이션 추세를 뒤집는 것에 최우선 정책 순위를 두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달라진 점은 중앙은행들의 행보다. 비교적 '비둘기파'(통화긴축 선호) 행보를 보였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임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 파이터'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동안 파월 의장은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황은 '일시적'"이라며 시장의 우려를 일축시켜왔다. 하지만 그는 최근 '일시적'이란 표현을 철회했으며, 지난달 연임한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추가 물가 상승이 고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의 수단을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파월 의장은 내주 개최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지난 1~2일 미 연방 상원·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속화 논의가 필요하다고 두 차례 강조하고 나섰다. 아울러 최근 공포를 키웠던 오미크론의 위험성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확대되면서 연준의 긴축 행보는 더욱 빨라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의 당초 계획은 월 1200억달러의 자산매입 규모를 매달 150억달러씩 줄여나가 내년 6월 테이퍼링 절차를 종료하는 것이었지만, 진행 속도를 높여 내년 3월까지 종료할 계획"이라면서 "연준 통화정책의 목표인 '물가'는 치솟고, '고용'은 안정을 되찾아가면서 코로나19 이후 도입했던 초완화적 통화정책의 명분이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 역시 긴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0.75%에서 1.00%로 인상해 '제로금리 시대'의 막을 내렸다. 선진국들 중에서는 매우 빠른 긴축 행보이지만, 한은은 내년 1분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둔 상황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분기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언급했으나, 시장에서는 사실상 1분기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고물가·저성장을 우려하면서도 최근 높은 물가 상황을 고려하면 글로벌 긴축 행보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결국 경제 회복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면서 "오미크론의 위험성이 어떻게 전개될 지 모르기 때문에 쉽게 예상하기 어렵지만, 오미크론 이후에도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금리 인상 기조는 더욱 빨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달 미국에서 긴축 행보를 앞당길 경우 한은의 매파적 메시지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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