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막판 빚 관리'···확산 가능성은?
은행권,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막판 빚 관리'···확산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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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IBK기업은행에 이어 우리은행도 수수료 감면
선제적인 관리 차원···다른 은행들은 회의적인 반응 커
은행 고객들이 국민·하나은행 등의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은행 고객들이 국민·하나은행 등의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NH농협·IBK기업은행에 이어 우리은행도 대출을 만기보다 일찍 갚을 때 부과하는 수수료를 감면해주는 카드를 꺼내 들면서 '막판 빚 관리'에 팔을 걷어붙였다.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여유가 있음에도 선제적인 관리에 나선 모습이다.

다만 나머지 주요 은행으로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결정이 확산될 가능성은 작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출 총량관리가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말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인 만큼, 수익을 줄여가면서까지 수수료 감면 조치를 시행할 이유가 없다는 게 대다수의 반응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전날부터 가계대출 중도상환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고 있다. 오는 31일까지 시행되는 이번 조치는 디딤돌대출과 보금자리론,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유동화 모기지론 같은 기금대출을 제외한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담보대출 등을 대상으로 한다.

중도상환 수수료는 대출 만기일 전에 갚을 때 발생하는 은행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차주에게 청구하는 비용이다. 은행별로 1.2~1.4% 정도다. 통상 대출기간이 3년을 넘지 않은 고객은 그 전에 대출을 갚을 때 해당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이를 감면해주겠다는 것이다.

중도상환 수수료 감면 조치는 은행권에선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에 이어 세 번째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달 1일부터 연말까지 가계대출 중도상환 수수료를 전액 면제해주고 있고, 기업은행은 지난달 6일부터 내년 3월 말까지 가계대출 중도상환 수수료 50%를 깎아주고 있다.

이들 은행은 가계여신 보유 고객의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빚을 미리 갚도록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그간 은행권은 자금 운용 측면에서의 손해를 막고자 수수료를 받아왔으나,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를 위해선 중도 상환을 유도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모양새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여유가 있음에도 수수료 면제에 나섰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수수료 감면을 결정한 은행들의 공통점은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이 비교적 높다는 특수성이 있는 반면, 우리은행은 사정이 달라서다.

실제 시중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관리 상황을 살펴보면 지난 11월 말 현재 KB국민은행 5.43%, 신한은행 6.30%, 하나은행 4.70%, 우리은행 5.40%, NH농협은행 7.10% 수준이다. 여기에서 4분기 신규 전세대출을 제외한 은행의 증가율은 KB국민은행 4.35%, 신한은행 4.10%, 하나은행 3.90%, 우리은행 3.80%, NH농협은행 6.90% 등이다.

우리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과 4분기 신규 전세자금 대출을 제외한 증가율은 각각 5.40%, 3.80%로, 정부 목표치(5∼6%)의 상한선까지 여유분이 있는 상황이다. 가계대출 증가율을 낮추기 위해 한시적으로 중도상환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한 일부 은행들과 다른 상황인 것.

그런데도 차주들의 조기 상환을 유도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내년 가계대출 한도 설정을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대출 총량 관리 성과에 따라 내년 가계대출 한도가 정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를 대비하려는 조치라는 게 업계의 얘기다.

한 은행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나, 당국에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수준에 따라 내년 한도를 설정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어서 미리 관리를 잘해놓으려는 방안일 수도 있다"면서 "한시적인 조치인 만큼 은행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등 나머지 주요 은행들은 아직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출 총량관리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데다 수수료 면제가 가계대출 증가 속도 억제에 큰 효과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한시적 중도상환 수수료 감면 조치 움직임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수수료 감면은 총량관리를 위한 목적이 큰데, 연말까지 영업일수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며 "대출 조기 상환은 은행들의 자금 운용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굳이 수수료 면제를 시행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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