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3년마다 초비상···'적격비용'이 대체 뭐길래?
카드업계 3년마다 초비상···'적격비용'이 대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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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적격비용 재산정···카드업계 '산정체계 개편' 요구
금융당국, 카드 수수료율 발표 연기···"주기 변경 검토"
"정상화 기대 낮아"···금감원장·카드사CEO 만남 '주목'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벼랑 끝이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최근 서울파이낸스가 만난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관련 질문에 이 같이 호소했다.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 조정을 위해 3년마다 진행되는 적격비용(원가) 재산정 시기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적격비용 재산정 작업은 취지와는 다르게 매번 카드 수수료 인하로 이어져왔다. 

그간 카드업계의 강한 반발에도 '수수료 인하'에 분명한 입장을 보였던 금융당국도 올해는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수수료 인하 불가를 넘어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자체를 개편하거나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카드업계 안팎에서 높아지자 수수료율 개편안 발표를 한차례 미룬 것. 

이 같은 태도 변화에 금융당국이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손볼 수 있다는 의견도 관측된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정치 논리가 적용된다는 지적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히고 있어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도 있다. 오는 7일 예정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과 여전업계 CEO 만남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 상황에 맞게 재조정 취지 무색···"정치 논리에 13차례 인하"

'적격비용'은 일종의 원가로 자금조달비나 위험관리비, 일반관리비, 카드 벤(VAN) 비용, 마케팅비, 조정비용 등 다양한 관련 비용을 고려해 산정한 금액을 말한다. '적격비용 재산정'은 지난 2012년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3년마다 적격비용을 확인하고 수수료율을 결정하는 제도다.

문제는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수수료가 줄곧 인하됐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카드사·소상공인·전문가 등 관련 업계의 의견을 모아 적격비용을 산정하면 카드사가 적격비용에 일정한 마진을 붙여 가맹점별 수수료율을 정하는 구조지만, 가맹점 수수료는 최근 12년에 걸쳐 총 13차례나 내려 갔다.

그 결과 '적격비용 재산정=수수료 인하'라는 공식이 세워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제도 개선, 소상공인 부담 경감 등의 이유로 여러 차례 인하되면서, 2007년 4.5%에 달했던 일반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은 현재 1% 후반에서 2%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상황에 맞게 수수료율을 재조정한다는 취지가 사라진 셈이다.  

결국 카드업계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말한 '벼랑 끝'은 현 카드 수수료 수준을,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수수료 인하 여력이 정말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게다가 카드사와 달리 빅테크들은 가맹업주 수수료율을 임의로 정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면서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폐지 주장 움직임이 더욱 거세졌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수료율은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내려가고 빅테크까지 가세하면서 카드사 수익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신용결제 부문이 적자로 돌아선지 오래"라며 "밥그릇은 줄었는데 숟가락은 늘어난 형국이라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금융위, 재산정 주기 검토 중···"금감원장 만남 이후 발표 전망"

금융당국도 카드사의 사정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금융위 안에서도 적격비용에 기초한 산정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 말 예정이었던 가맹점 수수료 개편안도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이 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달 말까지로 연기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재산정 주기 변경안을 검토 중이다. 기존 법률을 없애거나 당장 전면 개편하는 것은 힘들지만 주기가 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만큼 재산정 시점을 연장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수수료 인하가 어렵다면 재산정 주기를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해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한 상태다.

다만 '폐지냐, 아니냐' 혹은 '개편이냐, 아니냐'의 논리로 접근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더 길게 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주셨는데, 법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바꾸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계자들은 대체적으로 카드수수료 인하와 관련한 기대를 접은 모습이다.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 변경에 대해서도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고 설명했다. 대신 오는 7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과의 만남이 예정된 만큼 이 자리에서 카드사 수익을 보전할 수 있는 다양한 요청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 관계자는 "정치적 이슈와 연관되다 보니 금융당국도 카드수수료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재산정 주기가 변경될 가능성이 높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발표를 앞두고 있는 시기라 금융감독원장과의 만남에서 해당 사안이 논의될 수도 있겠지만 다른 당근책을 제시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편안은 금융감독원장과 여전업계 CEO의 만남 이후에 발표될 것으로 점쳐진다. 통상적으로 의원 대상 설명회, 당정협의회 등을 거치는데 구체적인 날짜가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카드사 CEO의 의견을 한 차례 더 듣고 난 이후에 수수료 개편안과 재산정 주기 관련 발표가 이뤄지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당정협의회 날짜도 아직 확인이 안되고 있어 이달 중순에서 말경이 돼야 발표가 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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