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뱅커' 시대 성큼···일자리 감소 신호탄?
'인공지능 뱅커' 시대 성큼···일자리 감소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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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에 이어 농협은행도 AI은행원 정식 채용
출금·이체 지원에 투입···비용절감 효과 기대
은행 영업점 (사진=서울파이낸스DB)
은행 영업점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인공지능(AI) 뱅커'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상품 설명뿐 아니라 고객 상담까지 가능한 AI 행원을 도입하기 위해 속도를 내면서다. 정식 사원처럼 사번을 부여하는 곳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가속도가 붙은 비대면화로 AI 경쟁력이 은행권의 화두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은행이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구현한 AI 은행원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AI 은행원은 현재 농협은행에 근무하고 있는 20~30대 직원들의 얼굴을 합성한 인공지능 휴먼이다. 아직 핵심 기능만 넣어 만든 기본 모델 수준이지만,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번에 채용되는 AI 은행원 오는 1월부터는 22사번 입사동기들과 함께 약 3개월의 연수 및 수습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정식 사원과 마찬가지로 사번과 임용장도 부여한다. SNS를 통한 고객과의 소통을 시작으로 영업점으로의 업무영역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AI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디지털 휴먼이나, AI은행원을 일반 행원처럼 직무를 부여해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며 "가상행원에 대한 고객 반응을 그룹 차원에서 점검하고 생명·손해 등 다른 계열사에도 AI 직원 채용을 적극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점포 통폐합으로 폐쇄되는 영업점 일부를 디지털 라운지로 전환하고, 금융 소비자 응대와 업무 처리를 AI 뱅커에게 맡겼다. 실제 영업점 직원을 모델로 구현한 AI 뱅커가 소비자가 얼굴과 손바닥 정맥의 생체정보를 등록해 본인 확인을 하고, 손쉽게 출금·이체 등의 은행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AI 뱅커는 사람 음성을 95% 이상 이해하도록 훈련돼 있어 은행 업무가 가능하다. 신한은행은 소비자와 나눈 대화를 분석, 고도화한 후 AI 뱅커를 향후 850여개 영업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창구 직원의 고객 응대 업무를 AI 행원에게 맡기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3월 선보인 AI체험관에서 구현한 AI은행원의 상담 기능을 점검하고 있으며, 지난 4월 영상합성 기술 스타트업 '라이언로켓'과 업무협약을 맺은 우리은행은 AI 뱅커를 내달부터 직원 연수프로그램(AI 교수), 은행 내 방송(AI 아나운서)에 적용할 계획이다. 두 은행 모두 테스트가 끝나는 대로 현장에 AI 뱅커를 투입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처럼 전 은행권이 AI 행원 도입 흐름에 동참한 것은 비용을 절감하려는 목적이 크다. 당장은 IT(정보기술) 시스템과 전문인력이 필요해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장기적으로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초기 단계인 AI 행원 도입 움직임이 확산될 경우 은행권의 임직원 감소세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시중은행 임직원 수는 지난해 6월 말 11만7834명에서 올해 6월 말 11만5804명으로 1.7%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은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면서 "아직 개발단계인 AI 뱅커는 머지않아 실제 은행원과 같은 역할을 할 텐데, 기존 직원들의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행원 감축이 이어진다면 노조의 반발이 이어질 수도 있는 데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더욱 깐깐해진 상품 설명 등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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