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삼성, 美 신공장 '테일러' 선정 배경은?···TSMC '맹추격'
[초점] 삼성, 美 신공장 '테일러' 선정 배경은?···TSMC '맹추격'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총 세제 감면액 1조원 이상" 파격 혜택···2024년 하반기 본격 가동
'시스템 반도체 2030 비전' 달성 가속도···세계 1위 도약 '신호탄'
(사진=삼성전자)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내 제2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부지를 놓고 6개월 넘게 고심한 끝에 결국 미국 텍사스주 중부 소도시 테일러시를 최종 낙점했다.

삼성은 신공장 건설을 위해 해외 투자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인 총 170억 달러(20조원)를 투자한다. 이를 통해 '반도체 본고장'으로 불리는 미국에서 반도체 생산 능력을 강화하고, '시스템 반도체 2030 비전' 달성을 위해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 왜 테일러인가···'파격 인센티브, 시너지 기대'

삼성전자는 24일 공시를 통해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부지를 테일러시로 확정하고 내년 상반기 착공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기존 오스틴 생산라인과의 시너지, 반도체 생태계와 인프라 공급 안정성, 지방 정부와의 협력, 지역사회 발전 등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테일러시를 선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테일러시는 삼성전자의 미국 첫 번째 파운드리 공장인 텍사스 오스틴시와 인접한 인구 1만7000명의 작은 도시다. 기존 오스틴 사업장과 25㎞ 떨어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다. 신규 부지는 약 500만㎡(약 150만평) 규모로, 오스틴 공장보다 4배가량 넓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올 초부터 신규 파운드리 투자를 놓고 기존 파운드리 공장이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시를 비롯해 애리조나주 굿이어·퀸크리크, 뉴욕주 제네시카운티 등 복수 후보지를 검토해왔다. 가장 먼저 기존 파운드리 인프라와 전문인력, 접근성을 고려해 오스틴시가 유력 후보지로 꼽혔지만 올해 초 기습 한파에 따른 오스틴의 일방적인 정전 결정으로 현지 반도체 공장들이 '셧다운(가동중단)'에 들어가며 수천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데다 세제혜택 등에서 이견이 생기며 최종 결정이 지연됐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이 과정에서 오스틴과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테일러가 세제 혜택 등 가장 많은 인센티브를 제시했고 부지 확보도 용이하다는 점에서 최종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테일러는 향후 10년간 재산세 92.5%, 이후 10년은 90%, 추가 10년은 85%를 보조금 환급 형태로 감면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테일러시가 있는 윌리엄슨카운티도 10년간 90%, 그다음 10년 동안은 85% 세금 감면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테일러 독립교육구도 최근 2억9200만달러(약 3442억원) 규모의 추가 세금감면을 약속했다. 이들이 약속한 전체 세금감면 혜택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2공장 부지를 테일러로 확정한 데는 고급 인력 수급 문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주립대 오스틴 등 주요 대학이 테일러시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테슬라도 지난 10월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본사를 이전한다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제2 반도체 공장은 1800여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전망이다. 이 밖에 테일러 부지 주변으로는 미국 최대 PC 제조사인 델(Dell) 본사를 비롯해 AMD·ARM·퀄컴 등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들의 연구소와 지사가 들어서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1분기에 2공장 착공에 들어가 2024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규 라인에서는 5G, HPC(고성능 컴퓨팅), AI(인공지능) 등 분야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 양산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새 파운드리 공장에 5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하 선폭의 반도체 공정 설비가 들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구체적인 설비 스펙은 미지수인 것으로 알려졌다.기존 오스틴 공장은 14나노미터 공정을 주력으로 IT 기기용 전력 반도체와 통신용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 시스템반도체에 171조원 투자···TSMC 추격

삼성전자는 이번 미국 신규 투자를 계기로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정상에 오르겠다는 '시스템 반도체 2030 비전'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지난 2019년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를 달성하겠다는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파운드리 사업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19년 4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자리에서 "메모리에 이어서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며 "굳은 의지와 열정, 그리고 끈기를 갖고 도전해서 꼭 해내겠다"고 말했다.

특히 세계 파운드리 시장 1위인 대만 TSMC와의 선두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TSMC가 52.9%를 점유하고 있고, 2위인 삼성전자는 17.3% 수준이다. 

점유율 측면에서는 TSMC에 크게 뒤지지만, 삼성전자는 3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에서 확보한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TSMC를 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TSMC보다 먼저 내년 상반기 중 3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하고,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 'GAA'(Gate-All-Around)도 선제적으로 도입해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특히 이번 투자 발표는 향후 삼성의 대대적인 시스템 반도체 투자가 시작됐다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테일러시에 들어서는 신규 라인이 평택 3라인과 함께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핵심 생산 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 사진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 사진 (사진=삼성전자)

앞서 삼성은 지난 5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부문의 투자 규모를 종전 133조원에서 171조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 파운드리 생산 기지는 현재 국내(기흥·화성·평택) 미국(오스틴)에 있는데,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한 첨단 연구개발(R&D) 시설은 화성 부품연구동(DSR)을 중심으로 국내에 집중돼 있다. 

삼성의 시스템반도체 투자 확대에 따라 국내 파운드리 전문인력 수요 역시 늘어나고, 부수적인 고용 창출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라인 건설로 기흥·화성-평택-오스틴·테일러를 잇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생산 체계가 강화되며 고객사 수요에 대한 보다 신속한 대응은 물론 신규 고객사 확보에 나설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다양한 신규 첨단 시스템 반도체 수요에 대한 대응 능력을 확대해 4차 산업혁명 가속화 등 차세대 IT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달 14일부터 10여일 간의 미국 출장을 마친 뒤 이날 귀국한다. 이 부회장의 방미는 2016년 이후 5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번 미국 출장을 계기로 17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신규 파운드리 공장 부지가 최종 확정된 것으로 보고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 기간 미국 백악관 고위 관계자와 연방의회 의원들을 만나 협력을 당부하면서 투자 계획을 최종 매듭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현지 언론인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의 투자 결정이 지난 8월 이 부회장이 가석방된 지 3개월여만에 나왔다"며 "한국 법무부가 이 부회장 가석방을 결정할 당시 반도체·백신 역할론 등 경제적 효과를 강조한 데 대해 삼성이 화답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삼성전자)
첫 줄 왼쪽부터 존 코닌 상원의원,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브랜트 라이델 테일러시장(존 코닌 상원의원 뒤), 존 카터 하원의원(그랙 애벗 주지사 뒤), 마이클 맥컬 하원의원(김기남 부회장 오른쪽),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존 카터 하원의원 뒤), 빌 그라벨 윌리엄슨카운티장(최시영 사장 오른쪽) (사진=삼성전자)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