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해양플랜트 '기지개'···조선업 '효자사업' 재부상?
고유가에 해양플랜트 '기지개'···조선업 '효자사업' 재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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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올해만 4조 수주···FLNG 수요 기대감도 고조
한국조선해양이 2013년 완공한 미얀마 쉐 가스생산플랫폼. (사진=한국조선해양)
한국조선해양이 2013년 완공한 미얀마 쉐 가스생산플랫폼. (사진=한국조선해양)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수년간 국내 조선업계의 '애물단지'로 여겨지던 해양플랜트 부문이 올해 4조원에 육박하는 수주를 거두며 기지개를 켰다. 조선업계 실적 개선에 주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서부텍사스원유(WTI) 기준 배럴당 80달러대에서 등락을 보이고 있는 고유가로 인해  글로벌 오일메이저 회사들의 해양플랜트 주문이 확대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확대되고 있다. 지상에서 석유를 채굴하는 것보다 해상에서 채굴하는 것은 투입 금액이 커 채산성이 낮을 수밖에 없었지만 고유가가 이어지면서 오일메이저 회사들은 발주를 타진중이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한 해양플랜트 설비는 한국조선해양 3기, 대우조선해양 2기 등 총 5기다. 시추설비가 아닌 생산시설이라 수익성이 높지 않지만 2014년부터 수년간 해양플랜트 수주가 전무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월 미얀마로부터 2만7천t급 가스승압플랫폼 EPCIC 공사를 약 5천억원에 수주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5월에는 8천547억원 규모의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1기를 브라질 페트로브라스사로부터 수주했다.

아울러 미국 소재 원유개발 업체로부터 6천600억원 규모의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FPS)를 수주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018년 5천130억원 규모의 FPS를 수주한 이후로 약 3년 만에 해양플랜트를 수주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해양플랜트 2기를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6월 브라질 페트로브라스로부터 1조1천억원 규모의 FPSO를 수주하고, 지난 7월에는 카타르 NOC사로부터 고정식 원유생산설비를 7천253억원에 계약했다. 대우조선이 한 해에 2기 이상의 해양플랜트를 수주한 건 지난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최근에는 지난 2015년 계약이 불발됐던 드릴십 1척을 터키석유공사(TPAO)에 매각하기도 했다. 해당 드릴십은 2015년 유가 급락으로 계약이 취소돼 재고로 남았던 선박이다. 수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불발되면서 매년 유지·보수에만 100억원이 소요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조선사들의 해양플랜트 사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존하는 FLNG는 총 4척이다. 4척 모두 국내 조선사가 건조했다.

최근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FLNG는 모잠비크로 출항했다. 지난 15일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열린 명명식에는 필리프 뉴지 모잠비크 대통령도 방문했다. 모잠비크는 세계 최대 가스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뉴지 대통령과의 오찬 후 "모잠비크 정부가 동일한 규모의 FLNG 1기를 추가 발주할 것"이라 언급했다

해양플랜트 부문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조선업계의 대표적인 효자사업이었다.

그러나 셰일가스 개발로 해양개발 채산성이 떨어지자 글로벌 에너지 메이저들은 해양개발을 중단하고 발주를 끊었다. 저가 수주, 프로젝트 지연에 따른 손실금까지 실적에 반영되면서 해양플랜트 산업은 국내 조선업계의 실적을 악화시키는 주요인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연초 배럴당 47.62달러에 그쳤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10월 연고점인 84.65달러까지 치솟았다. 최근 유럽 주요 국가들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재봉쇄 조치에 들어간 영향으로 75~80달러 사이에 머물고 있지만, 원유 공급량 부족 상황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통상적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를 상회할 때 해양 개발에 채산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을 고려하면, 여전히 해양플랜트 수주 기대감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조선업계는 약 20억달러 안팎의 규모로 추정되는 나이지리아 봉가 FPSO가 올해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조선사 관계자는 "오일메이저 회사들은 관망세지만 산유국은 속속 발주를 재개하고 있다"며 "한국뿐 아니라 북미·유럽 등 주요국들이 위드코로나 정책을 실시하면서 항공기 운항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내년부터는 석유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해 해양플랜트 수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각국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과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가 유가 상승의 이유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해양플랜트 신조 발주까지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상승이 과거와 같이 공격적인 심해광구 투자증가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에 4~5개의 해양 생산설비 입찰이 진행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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