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어렵게 하는 진짜 이유
[기자수첩]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어렵게 하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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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세계는 코로나19로 빚어진 초저금리 시대의 막을 내리고, 본격적인 긴축에 들어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본궤도에 올렸으며, 국제유가 급등 및 공급병목 현상 등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충격은 세계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긴축 행보를 더욱 앞당기고 있다.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선 우리나라 역시 통화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데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지만, 내주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한은이 금리 결정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핵심은 빠른 금리인상 기조가 경기 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과 물가상승·가계부채의 문제에 있어 금리 인상 대응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의문이다.

사실 정답이 없는 문제이기에 복잡한 대내외 리스크를 풀기 위한 중앙은행, 국책연구기관, 학계의 다양한 의견 충돌은 오히려 건설적으로 보인다. 통화정책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확장 재정에 있을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세계는 막대한 재정 지출을 감행했다. 그 가운데 우리나라 부채 증가 속도는 지나치게 빠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47.9%에서 오는 2026년 66.7%로 높아진다. 이는 35개 선진국 가운데 가장 빠르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기축통화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평균 부채비율이 53%라는 점에선 우리나라의 부채비율(51.3%)도 적다고 내세울 만한 수치가 아니다. 정부는 현재 내년도 예산안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604조원의 '슈퍼예산안'을 계획하고 있다.

더욱이 대선을 앞둔 여야는 너나 할 것 없이 확장 재정으로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한은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채권 매입에 나서야 한다는 제안에 이어 최근 여권 대선 후보 캠프 내에선 중앙은행의 무제한 발권력을 동원해 확장 재정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한 주장이다.

국책연구기관에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조절론'을 꺼내든 이유도 정부의 부채 상환 부담을 덜어내기 위한 것이란 음모론까지 제기된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어느 하나 가볍지 않으며, 균형을 이뤄야 한다. 한은이 무분별한 돈풀기를 자행하고 있는 정부의 뒷수습을 하는 상황이 연출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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