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O 인사①] '포스트 김정태' 누구?···하나금융 차기 회장 '3파전'
[금융 CEO 인사①] '포스트 김정태' 누구?···하나금융 차기 회장 '3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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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 내년 3월 임기 만료···'퇴임'에 무게
'선두 주자' 함영주, 채용 관련 재판 부담↓
차기 구도, '안정적 세대교체' vs '다크호스'

하나금융, KB국민·우리은행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요금융사들의 회장, 행장 등 일부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다가오면서 이들의 거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평가의 주요 지표인 경영성과만 놓고 보면 걸림돌이 없다는 평가다. 하지만 향후 이들의 거취에는 나이 제한 등 지배구조규범과 사법 리스크, 후계구도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때문에 모두가 호실적을 거뒀음에도 이러한 변수들이 어떤 조합을 만들어 낼지는 단언키 어렵다. 금융그룹별로 후계구도의 밑바탕에 각각 독특한 색깔과 특징이 전통처럼 자리잡고 있어 더욱 그렇다. 금융권 CEO 인사 시즌을 앞두고 주요 이슈와 후계 레이스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최고경영자(CEO)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사 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하나금융그룹이다. 10여년간 그룹을 이끌어온 김정태(69) 회장의 용퇴가 기정사실화되면서 '포스트 김정태'가 누가될 것인가에 이목이 집중돼 있다. 1990년대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국내 은행권은 5대금융그룹으로 재편됐다. 절대적 지배주주가 없는 이들은 회장 중심의 경영구조를 구축해온터라 회장이 바뀐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다. 오너십이 분명한 재계의 대기업 그룹총수가 바뀌는 만큼의 큰 의미가 있다. 인적구조의 판 자체가 바뀌는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하나금융지주(2005년)가 출범한지 20년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회장을 지낸 이는 김승유, 김정태 전·현직 두 명 뿐이다. 

이런 가운데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정태 회장이 더 이상 연임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차기 회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차기 회장 후보로는 올 초 조직개편을 통해 경쟁구도를 형성하게 된 함영주(65) 부회장, 지성규(58) 부회장, 박성호(57) 하나은행장 등이 거론된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하나금융그룹 명동 사옥. (사진=하나금융)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하나금융그룹 명동 사옥. (사진=하나금융)

◇김정태 "연임할 생각 없어"···김승유-김정태-?

지금까지 은행권 회장들의 임기는 3연임이 관례처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 회장은 올해 초 드믈게 4연임에 성공했다. 하나금융의 특수한 상황이 작용한 것으로 당시 1년을 못박고 시작된 임기여서 내년 3월 임기와 함께 용퇴할 가능성이 높다. 

김 회장은 지난 2012년 하나금융 수장 자리에 오른 후 2015년에 이어 2018년, 지난 3월 등 네 차례 연임에 성공하면서 금융권 '최장수 CEO' 기록을 세운 인물이다. 하나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회장의 나이는 만 70세를 넘길 수 없다'고 규정돼, 정관 수정 없이 연임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김 회장은 올해 만 69세이기에 연임을 하려면 해당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일각에선 내부규범을 고쳐 김 회장이 자리를 지킬 것이란 시각도 있었으나, 금융권에선 퇴임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 회장이 최근 추가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밝히면서 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김 회장은 지난 3일 금융감독원장·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났을 때 '연임할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의 경우 지난 3월 조직개편과 인사를 통해 이미 후계구도의 윤곽이 잡혔다고 보는 것이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차기 회장 후보로 함영주 부회장, 지성규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등 3명이 자천타천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함영주·지성규·박성호 '3자구도'···안정이냐 세대교체냐

하나은행장을 거쳐 현재 그룹 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함 부회장의 경우 김 회장 뒤를 이을 유력 후보 1순위로 꼽힌다. 채용 비리나 사모펀드 판매 이슈 등이 부담이지만, 굵직한 사업을 담당하며 하나금융을 일군 공로를 세웠을 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들에 비해 경험과 중량감이 있다는 게 하나금융 안팎의 평가다.

올해 조직개편에서도 하나금융은 'ESG 부회장'을 신설, 함 부회장이 이 역할을 맡도록 했다. ESG는 앞서 김 회장이 올해를 하나금융 ESG 경영의 원년으로 선포하는 등 역점을 둔 부분이다. 특히 차기 회장 선임에 전임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염두에 둔다면 함 부회장을 중심으로 밑그림이 그려졌을 공산은 커진다. 담대함과 의리 중시형으로 알려진 김 회장의 성품을 감안하면 그 가능성은 더 짙어진다. 지난 1월 함 부회장의 임기가 올해 말까지로 1년 더 연장된 것도 김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관건은 채용비리 혐의에 대한 판결 결과다. 함 부회장은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돼 내년 초 1심 재판을 앞두고 있는데, 그 결과가 거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2일 채용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법적 리스크를 덜어낸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유사한 혐의를 받는 함 부회장이 무죄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점에서다.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왼쪽부터), 지성규 하나금융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사진=하나금융)

함 부회장 다음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글로벌 뱅킹 업무 이력이 화려해 '해외통'으로 불리는 지성규 부회장이다. 하나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 하나금융 글로벌총괄 부사장을 거쳐 함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장을 지냈다.

지 부회장은 하나금융이 플랫폼 금융에 역량을 집중하고자 신설한 디지털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하나금융이 주요 금융그룹 중에선 처음으로 디지털부문을 전담할 부회장 자리를 따로 마련할 정도로 디지털 전환(DT)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만큼, 지 부회장도 차기 회장 후보로 손색이 없다는 평이다. 지 부회장의 경우 하나금융 '포스트 김정태' 구도가 '안정적 세대교체'라는 방향으로 흘러갈 경우 낙점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두 명의 부회장과 함께 '포스트 김정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박성호 현 하나은행장이다. 박 행장은 부행장 당시인 지난 2월 회장 후보 숏리스트에 유일하게 명단을 올리면서 이목을 끈 바 있다. 1997년 하나은행에 입사한 후 2015년에는 하나금융 전략총괄(CSO)겸 경영지원실장을 맡는 등 하나금융 내부적으로 국내·외 경영을 잘 알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위기관리 역량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박 행장은 1년간의 은행장 역할까지 해내면서 회장직에 가까운 경력을 쌓았다고 보는 시각과 함께 상황에 따라서는 언제라도 회장으로 낙점받을 수 있는 다크호스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 후보들이 각종 리스크에 휘말리면서 등판 시기가 빨라지긴 했으나, 김 회장이 차기 회장을 염두에 두고 공들인 인재라는 얘기도 들린다. 

결국 김 회장이 퇴임할 경우 이들 3명 중 한 명이 회장에 낙점될 것으로 보는 관측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다만, 앞서 지적했듯이 사법 리스크 등의 변수가 어떻게 작용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하나금융의 '포스트 김정태'가 안정에 방점을 찍을지, 세대교체의 소용돌이로 이어질지 아직은 예단하기 이르다.       

◇회추위, 차기 회장 후보군 선정···내년 1~2월쯤 본격 가동

한편 이들을 중심으로 한 '포스트 김정태'의 윤곽은 이르면 내년 1~2월께 드러날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가동에 앞서 후보 물색에 나섰다. 현재 하나금융 회추위는 김정태 회장을 제외한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6월 선임된 허윤 위원장을 비롯해 박원구, 백태승, 김홍진, 양동훈, 이정원, 권숙교, 박동문 사외이사가 회추위 위원으로 활동한다.

이들 사외이사가 내년 3월부터 2023년 3월에 임기가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이번 회장 선임을 위한 회추위 구성엔 변동이 없을 예정이다. 단 확고하게 연임의사가 없다고 밝힐 경우 김 회장도 회추위 위원이 될 수 있다. 하나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에는 '대표이사 회장은 연임의사가 없는 경우에 한해 위원이 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하나금융 회추위는 미리 회장 후보군을 선정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진행 중이다. 지난 2월에 내부적으로 그룹 내·외부 인사들이 포함된 대표이사 회장 후보 추천을 진행한데 이어 6월21일엔 대표이사 회장 경영승계계획에 따른 후보군을 승인했다.

이들은 향후 그룹에서 관리하고 있는 회장 후보들 중 후보자군(롱리스트)을 추리게 된다. 이후 후보 평가를 거쳐 3~4명의 최종후보군(숏리스트)을 선정, 이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 등을 거쳐 차기 회장 후보를 확정하는 구조다.

정기주총 한 달 전에는 숏리스트를 낙점해야 한다는 점에서 회추위는 내년 1월이나 늦어도 2월에 본격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김 회장의 연임을 확정하기 전에도 회추위는 2월에 숏리스트를 꾸렸다.

업계 관계자는 "함영주 부회장은 은행과 지주의 중책을 맡으면서 역량을 검증했고, 지 부회장과 박 행장은 글로벌·디지털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어느 한 사람을 가리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김 회장의 임기가 아직 남아있고, 다들 현직에 있는 만큼 후보로 거론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이어서 구체적인 차기 회장 후보 윤곽은 내년에나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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