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J커브' 그려가는 SK
[데스크 칼럼] 'J커브' 그려가는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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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지주회사 SK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 미국에서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의 확실한 차별화에 나섰다.

이를 위해 SK는 미국 필라델피아 기반 유전자·세포 치료제(Gene·Cell Therapy, GCT) 생산 전문 CDMO인 CBM(The Center for Breakthrough Medicines) 투자를 위한 독점 협상을 진행중이다. 올해중 계약이 체결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비추는 분위기다.

계약이 마무리되면 지난 3월 프랑스 유전자·세포 치료제 CDMO인 이포스케시(Yposkesi)를 인수한 지 불과 8개월 만에 SK는 이 분야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에서 한 획을 긋게 된다.

CDMO는 세포주를 받아서 위탁생산하는 CMO를 넘어서, 앞 단계인 DNA를 받아 세포주를 만든후 생산까지 하는 것이다. 쉽게 표현하자면 개발 단계부터 적극 참여하는 한층 더 고도화된 사업이다. SK의 미국 현지 자회사 SK팜테코는 합성의약품 등 기존 CDMO 사업만으로도 올해 연매출 '1조클럽'에 입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 나아가 SK는 바이오의약품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이 선점한 2세대 바이오의약품 항체 대신 3세대 바이오 의약품으로 꼽히는 유전자·세포 치료제 공략을 택했다. 유전자·세포 치료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가이드라인을 지정한지 얼마 되지 않아 성장 가능성이 높으면서도 진입 장벽은 높은 분야다.

SK가 CBM의 경영권까지 인수하게 될 경우 CBM은 SK의 미국 현지 법인 SK팜테코의 자회사로 편입될 수도 있다. 합성의약품에 이어 유전자·세포치료제를 더함으로써 기업 가치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전해지고 있다. 

SK팜테코는 현재 당장이라도 상장(IPO)을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는게 내부적인 평가다. 올해 매출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EBITDA 마진율도 20~30%에 달하는 만큼 이미 상장 여건을 갖췄다고 보고 있다.

그룹 내부적으로는 한국과 미국 동시 상장까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경우 지난해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연이은 상장에 이은 또 하나의 대어급 바이오 자회사를 증시에 입성시키게 된다.

이같은 성과를 내기까지에는 최태원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

이번 CBM 투자는 최태원 회장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미국 출장을 다녀온 후 미국 내 바이오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지 보름여만에 발표됐다. 최종현 선대 회장이 에너지, 화학, 사업에 이어 SK그룹을 이끌어갈 신성장동력으로 제약 바이오를 주목하며 1993년 'P프로젝트'들 만들었고, 그 뜻을 이어 최태원 회장이 강력하게 밀어붙여 왔다.

이처럼 바이오 사업에서의 성과를 도출하기까지 초기 투자 후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J커브'를 감안해야 한다. 바이오 투자는 적지 않은 초기 투자 비용이 들지만 일단 생산에 들어가면 마진율이 높아서 수익률 곡선은 J커브를 그린다.

SK는 합성의약품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그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프(BMS) 아일랜드 생산시설, 앰팩(AMPAC) 등 굵직한 인수합병을 이어왔고 이를 통해 경험을 축적했다. 경영진의 빠른 의사결정도 있었다. 

최근 CJ제일제당 역시 이같은 인수합병 전략을 통해 CDMO 사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네덜란드 바이오 CDMO 기업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Batavia Biosciences B.V)' 지분 75.82% 인수를 위해 2677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바이오의약품 메카인 미국까지는 못갔지만, 상당히 빠른 의사결정이다. CJ그룹의 과감한 투자에 있어서도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결단이 있었다.

이같은 결단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미래를 향하겠다는 기업들의 도전 정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직 제도적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은 여건 역시 위험 변수다. 도전은 이미 포화된 시장이 아닌 늘 새로운 시장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다음달 열리는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출석해 과거 SK실트론(LG실트론) 지분 인수 과정에서 위법성이 없었음을 설명한다.

3년간이나 조사를 이어온 공정위가 이제 결론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간 금융당국 역시 이 사건에 있어 발행어음, 총수익스왑(TRS)과 관련해 한국투자증권 등에 대해서도 이미 한참을 들여다봤었다. 당초 증권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분위기와 달리 금융당국의 한투증권에 대한 제재 수위는 경징계였다. 

당사자 출석 의무가 없는 대기업 총수가 공정위 전원회의에 직접 나가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진정성 있는 설명을 하겠다는 최 회장의 강한 의지일 것이다.

각자의 주장과 반박이 치열할듯 하다. 다만, 공정위 전원위원들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과감히 'J커브'를 감내하는 기업들의 입장도 헤아리길 바래본다.

기업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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