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금융기관 신용위험관리의 현주소
국내금융기관 신용위험관리의 현주소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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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리스크관리본부 신용관리팀 민기식과장

외환위기와 금융구조조정과정을 마치면서 국내은행들의 신용위험관리체계는 상당부분 고도화돼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투자자, 국제신용평가기관 등은 물론 현재 신용위험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현업 전문가들은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는데 공통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 시점에서 과연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개선해 나가는 것이 국내 금융기관의 신용위험관리 선진화를 위해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인가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신용위험관리의 기본적 요소인 신용위험측정현황을 보면 국내금융기관의 현주소는 명확해진다. 일례로 익스포져 하나라도 정확하게 일별로 측정되는 금융기관은 거의 없다.

그 원인은 기본적으로 그 동안 금융기관들이 신용정보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오지 못한데 있다. 그 때 그 때 필요에 따라 여신, 해외지점, 유가증권운용, 신탁 등에 대해 별개의 시스템을 구축해 정보통합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데다, 담보중심의 여신관행은 신용정보의 미비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신용위험의 보고는 측정시스템의 구축, 지배구조를 포함한 조직구조, 정책을 포함한 규정, 그리고 무엇보다도 보고에 대한 경영진의 의지와 지식 등이 적절하게 갖추어져야 한다. 그러나 전술한 바와 같이 기초데이터의 신뢰저하로 인해 실제 엄격한 보고의 실행이 규율화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얘기하기 곤란한 부분이 많다.

기초데이터의 부족과 측정시스템의 미비는 선진금융기관수준의 보고서내용을 담기 어렵게 만드는 핵심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경영진의 보고에 대한 의지와 지식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마지막으로 관리·통제 측면에서 볼 때, 국내금융기관들의 경우 대부분 예상손실의 관리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금융기관 고유의 기능이므로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선진금융기관 수준에 비해서는 부족함이 많다. 리스크관리와 통제는 인력, 조직, 시스템, 규정, 여신프로세스, 신용문화 등 다양한 요소들이 적절하게 배합돼야 하지만, 국내금융기관의 관행상 대내외로부터 전문인력을 확충하는데 보수적 시각이 많고, 시스템의 경우에도 전술한 바와 같이 시스템구현과 기초데이터 신뢰성문제가 혼재돼 있다.

여신프로세스나 신용문화를 보더라도 FLC기준으로 전환한 이후 많이 개선되었지만, 담보중심 여신관행은 여전히 금융기관 곳곳에 많이 남아있다.
일례로 예상손실의 관리만 보더라도 국내금융기관의 경우 순실율의 측정에 의해 충당금을 적립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금융기관은 많지 않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실제 금융기관 도산은 미예상손실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있다. 미예상손실 즉, 경제적 자본관리는 이제 겨우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한 수준에 불과하고 정착된 단계가 아니다.

외환위기 당시 적절한 신용관리위험체계를 구축하지 못한 상황에서의 거액여신 위험을 경험했고, 이후 금과옥조로 여기던 신용카드와 부동산담보대출시장은 가계신용대란론이 불거질 만큼 위험이 증가해 있다. 장시간에 내수침체로 대안으로 기대되던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시장의 신용위험은 점차 증가하고 현실화되는 단계에 있다.

결국 이제는 선진금융기관수준의 신용위험관리체계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기구 및 해외감독당국의 권고와 감독내용, 해외 선진금융기관의 리스크관리체계, 신용위험관리이론 등의 벤치마킹을 통해 신용위험관리를 위한 전사적인 노력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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