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시동 건 은행점포 축소···4대 은행, 140개 점포 통폐합
재시동 건 은행점포 축소···4대 은행, 140개 점포 통폐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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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점포 등 대안에도···"인력 재배치·고용 고민"
전은협 "당국 강화된 가이드라인 구축해야 절실"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장에 참석한 취업준비생들 (사진=은행연합회)
지난 2019년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장에 참석한 취업준비생들 (사진=은행연합회)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비대면 디지털화 흐름에 시중은행들의 점포 통폐합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은 연말에 이어 내년 초에도 최소 140개 점포를 추가로 폐쇄할 예정이다.

은행들은 지점 축소로 인한 불편함을 최소화하고자 비대면 접점을 늘리는 한편, 통합 점포·특화 점포 등 궁여지책을 내놓고 있다. 은행의 '몸집 줄이기'는 불가피한 흐름이 됐다는 분석 속에서도 영업점 인력 재배치에 대한 고민 역시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총 140개(출장소 포함)의 영업점을 폐쇄할 계획이다. 은행별로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이는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오는 22일 7곳을 시작으로 12월과 내년 1월에 걸쳐 총 51개의 영업점을 통폐합한다. 내년 2월에 폐쇄가 예고된 3개의 점포를 합하면 넉 달 사이에 54개의 영업점이 문을 닫는 셈이다.

국민은행은 내달부터 내년 1월까지 47곳을 정리할 예정으로, 특히 내년 1월엔 출장소 11개점을 포함해 35개 점포를 한꺼번에 통폐합할 계획이다. 여기에 우리은행도 지난 1일 정리한 2곳을 비롯해 내달까지 26개 점포를, 하나은행은 내년 1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13개 영업점을 정리하기로 했다.

은행권의 점포 감소세는 여전히 가파른 분위기다. 금융감독원 집계를 보면 이들 은행의 점포는 지난해 말 3303개에서 올 상반기 3257개로 6개월간 46곳 줄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은행 점포폐쇄 공동절차 강화' 조치를 시행하면서 점포 폐쇄 속도가 이전에 비해 다소 주춤하는듯했으나, 전반적인 축소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

현재 은행들은 영업점을 폐쇄하기 전 사전영향평가를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평가엔 은행의 소비자보호부서 관계자와 외부 전문가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또 영업점 폐쇄 예정일로부터 최소 3개월 이전부터 고객에게 통지하도록 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 점포가 얼마 없기 때문에 통폐합 결정이 어렵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비용 감축을 위한 점포 효율화 전략이 불가피하다"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거래가 더욱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점포 축소 움직임 자체를 자제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영업점 업무의 상당 부분을 디지털로 대체할 수 있게 된 시점에서 비대면화는 이미 대세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대신 은행들은 궁여지책으로 고객과의 비대면 접점을 늘리고 무인점포 등으로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AI뱅커'라는 이름의 AI휴먼을 도입한 무인형 점포 디지털라운지를 연 데 이어 국민은행도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AI체험존’에 AI 은행원을 도입했다. 고도화 작업을 거쳐 연내 일선 점포 창구에 AI 은행원을 배치할 계획이다.

통합 점포나 특화 점포로 눈을 돌리는 곳도 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편의점과 협업해 '디지털 혁신 점포'를 선보였다. 하나은행의 경우 CU와 손잡고 지난 10월 서울 송파구에 'CUx하나은행' 특화 편의점을 냈는데, 이곳에서 은행원과의 화상 상담은 물론이고 지능형 자동화기기 스마트 텔러머신(STM)을 통해 간단한 입출금, 송금, 카드 발급 등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우리은행은 연내 디지털 무인점포(가칭)를 개설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점포(무인채널) 등을 포함한 디지털 금융기기를 설치해 별도 인력 없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의 점포 축소가 고용 불안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전국은행산업노동조합협의회(전은협)는 전날 '은행 점포 폐쇄 중단 및 금융감독원의 가이드라인 강화'를 촉구하며 금융감독원에 관련 내용을 담은 요구서를 전달했다.

전은협은 "국내 은행들의 잇따른 점포 폐쇄가 양질의 일자리는 물론 금융소외계층 증가와 같은 사회적 병폐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분별한 점포 폐쇄가 이뤄지는 만큼 당국이 강화된 가이드라인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 효율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은행권과 고객불편, 고용 불안을 내세우는 이들의 입장이 충돌하면서 갈등은 더욱 확산할 조짐이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해도, 지점 축소는 결국 채용문을 좁아지게 하는 길"이라면서 "당국이 채용을 늘리는 등 은행의 공적 책임을 다하라고는 하나, 몸집 줄이기라는 은행의 생존 전략이 지속되는 한 고용불안 문제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은행들이 고용문제와 영업점 인력 재배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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