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前 회장 "삼성 승계 자문 없었다"···檢 주장 깰까
골드만삭스 前 회장 "삼성 승계 자문 없었다"···檢 주장 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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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미팅한 진 사익스 이메일 증거 제출
"삼성전자 사업 전반 논의"···상속세 논의 주장 '일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판기일에 출석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골드만삭스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것과 관련 승계가 아닌 사업전략 등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증거가 제시됐다. 이 부회장이 골드만삭스 측 인사들과 만난 이유가 검찰의 주장대로 경영권 승계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반적인 사업 현안과 미래 전략에 대한 조언을 받기 위한 차원이었다는 점을 뒷받침해 줄 것으로 보인다.

12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 심리로 열린 삼성물산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의혹에 관한 공판기일에서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진 사익스 골드만삭스 전 회장과 이 부회장과의 미팅 결과를 공유한 영문 이메일을 공개했다.

해당 이메일은 2014년 12월 8일 미국 골드만삭스의 진 사익스 당시 공동회장이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형진 골드만삭스 한국대표 등 3명에게 보낸 것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쓰러진 직후 '홀로서기'에 나선 이 부회장의 고뇌와 경영철학, 사업구상 등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라 주목된다.

사익스 당시 회장은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정보기술(IT)과 이동통신, 미디어 분야 최고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던 인사다. 미국 애플과 스티브 잡스를 전담했던 뱅커로 유명세를 탔다. 이 부회장을 알게 된 것도 잡스의 소개 덕분으로 알려졌다.

사익스 전 회장은 정 대표 등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제이(이재용 부회장)가 오늘 저를 만나러 왔다"면서 대화 내용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전달했다.

우선 사익스 전 회장은 이 부회장과의 대화 대부분이 삼성전자 사업 전반에 관한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고성능 부품, 디스플레이, 폼팩터, 카메라 기술 등 하드웨어 측면에서의 제품 차별화,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사업 전략, 소프트웨어 분야의 투자 확대, 애플과의 지속적 공급 관계 등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당시에도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핵심 전략에 대해 고심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부회장의 이같은 고민은 실제로 갤럭시 폴더블폰 성공,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선언,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소프트웨어 발전전략, 애플에 대한 핵심부품 공급 등으로 가시화됐다.

상속세 관련 내용에서도 사익스 회장은 "그(이 부회장)는 비록 한국 상속세와 미국 세금의 차이점에 흥미를 보이기는 했지만, 부친께서 돌아가실 경우 발생할 세금 문제에 대처할 준비가 잘 돼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눈 시점은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지 7개월밖에 안 된 시점이었으나, 상속세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된 상태로 큰 고민거리가 아니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해보이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법조계 관계자는 "상속세 마련을 위한 삼성생명 지분 매각 논의를 목적으로 (이 부회장이) 골드만삭스와 잇따라 접촉했다는 검찰 공소장 내용은 설득력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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