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요소수 사태에 담긴 함의
[홍승희 칼럼] 요소수 사태에 담긴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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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가 최근 미세정책조정에 꽤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고 여겼지만 이번 요소수 부족사태를 보면서 아직도 좀 더 섬세해져야 할 부분들이 많구나 싶어 안타까웠다. 너무 숲만 보고 나무를 보지 못해 요소수처럼 소소하지만 폭넓게 쓰이는 원료의 안정적 수급문제를 등한시한 결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소동은 일단 급한 불길은 잡았고 연말까지 잘 조율해 나가면 잔불도 정리될 것으로 보이지만 팬데믹 상황으로 곤궁한 처지로 내몰린 서민 삶에 여러 애로가 아직은 다 해소되지 못해 조심스럽다. 화물차 한 대에 삶을 걸고 있는 운전기사들이 일을 팽개치고 요소수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상황을 보는 게 답답하다.

실상 필자와 같은 일반인들로서는 그닥 익숙하지도 않은 요소수가 그렇게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는 사실도 이번 사태를 통해 비로소 알게 됐다. 경유를 사용하는 차량이 또 그렇게 다양한 분야에 널리 퍼져있다는 사실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됐다.

자신과 직접 관련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필자와 대동소이하리라 여겨진다. 그러나 정책을 담당하는 관리들은 우리 일반인들과는 달리 자신의 소관분야의 세세한 부분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도 늘 민감하게 파악하고 기민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관련 부처의 반응이 너무 늦어 소동이 일었다. 인도 같은 경우 이미 요소수 가격 상승 초기에 중국산 요소수를 대량 확보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요즘과 같이 정세가 뒤숭숭할 때는 특히 각 부문에서 재고물량을 평소보다 늘려 잡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

일단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요소 수입선을 이 기회에 다변화하면서 더 이상의 위기를 예방할 기회를 얻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일 수도 있다. 이미 자원전쟁이 시작된 작금의 국제사회 속에서 이번과 같은 위험은 앞으로도 거듭 밀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입선이 특정 국가에 편중된 품목들을 전수조사하기로 했고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3900여 개 품목이 80% 이상을 한 나라로부터 수입한다는 게 드러났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국 한 나라로 수입선이 집중된 품목이 1800여 개로 조사됐다.

이런 품목 가운데는 자동차 등 한국의 주력수출품 생산에 필수적인 희귀금속 등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한다. 차체를 가볍게 만들기 위한 알미늄합금 생산에 필수적인 마그네슘, 전기차의 원료인 흑연, 망간 등 그 대부분을 중국이 거의 독점하고 있다고도 한다.

계약이 완료되고 이미 수출 대기 중인 요소를 통관단계에서 예고도 없이 묶어둔 중국 정부의 행위는 그들이 내거는 이유가 무엇이 됐든 갑질이고 만행이다. 그러나 유독 한국에서만 소동이 일어난 이유가 첫째는 우리의 대중국 수입의존도가 너무 높았던 데 있겠지만 그 못지않게 중국이 한국 길들이기일 수도 있다는 얘기들도 나온다.

이를 음모론으로 보기도 하지만 미·중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중국이 보기에 미국 동맹체제의 약한 고리로 보는 한국은 언제든지 약점을 찌르며 시험을 해보기에 적합한 상대로 보고 있을 가능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 게다가 중국 입장에서는 대만을 둘러싸고 무력충돌 위기감마저 감도는 미국과 동맹관계인 한국에게 겁을 주는 소위 전랑외교의 전형적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볼 여지는 충분하다.

대만을 둘러싸고 미·중 양국이 무력충돌을 할 경우 결과에 대한 시뮬레이션은 미국이나 중국 양측이 모두 해본 모양인데 그 결과가 미국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하게 나왔고 그만큼 중국은 자신감이 충만해 있다. 이게 미국이 전략적으로 중국의 선제공격을 유도하기 위한 작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때 한국군의 참전 여부는 미국이나 중국 양쪽에 매우 중요한 변수로 간주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한국에게 몸조심하라는 중국의 경고가 이번 요소수 사태처럼 짐짓 사소하지만 경제활동에 치명적일 수도 있는 품목의 통제를 통해 표현됐다고 보는 게 결코 지나치지 않다. 중국, 특히 시진핑의 중국이 가진 패권주의 욕망이나 한국을 자신들의 역사적 종속국으로 여기는 그 인식을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가볍게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중국의 오만함에 대해 우리가 휘둘리지 않게 중국 의존도를 대폭 낮추는 것도 필요하지만 비축량을 확대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는 '성동격서(聲東擊西)'라는 고사성어 한마디 중국에 전해두는 것이 요긴하지 않을까를 고민할 이들이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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