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차단' 초고가 전세대출 규제, 내년부터 시행
'갭투자 차단' 초고가 전세대출 규제, 내년부터 시행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GI서울보증, 15억이상 전세 보증 중단 '검토'
서울 시내 전경. (사진=이서영 기자)
서울 시내 전경 (사진=이서영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보증금이 15억원 이상인 초고가 전세대출에 대한 '보증 중단' 규제가 올해 시행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전세대출 원금 분할상환 규제에 맞춰 초고가 전세대출 규제 방안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관련 사안에 정통한 금융권 관계자는 "초고가 전세대출 제한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올해에는 시행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정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애초 초고가 전세대출 규제는 다음달 시행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고가 전세대출이 갭투자에 활용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적되면서 빠르게 제동을 걸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방위적인 가계부채 관리에 나선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고가 전세대출이 지속되는 데 따른 부담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지난 7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공식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울보증보험을 중심으로 초고액 전세 제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것도 전세대출 규제의 이른 도입 가능성을 점치는 요인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초고가 전세대출 보증제한 규제를 도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전세대출 제한에 따른 예상 피해와 실수요자 구제 방안 등을 모두 검토해야 하는데, 규제를 당장 다음달 시행하기엔 시간이 촉박해서다.

다만 금융당국은 시장 상황에 따라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준이 9억원 이상인 걸 빼고 현재 정해진 것이 전혀 없다"면서도 "다음달 하게 되면 (규제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SGI서울보증 관계자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기준이나 시행 시기, 대상 등에 대해 정해진 바 없다"며 "면밀히 검토한 뒤 내용이 확정되면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초고가 전세대출 보증 제한은 전세대출을 통한 갭투자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현재 전세대출을 보증하는 금융사는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SGI서울보증 등 3곳이다. 이 중 민간기업인 SGI서울보증은 전세가격에 한도를 두지 않고 보증금의 최대 80%까지 대출을 내줬다. 이 때문에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크지 않은 주택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SGI서울보증의 전세보증 상품을 갭투자에 활용할 수 있었다. 

이를 두고 주거 취약계층 등 서민을 위한 전세자금보증이 고가 전세대출에 활용되는 것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최대 80%까지 가능한 전세대출을 갭투자 자금으로 활용해 집값 상승을 부추킨 것도 문제로 지목됐다.

보증 제한 대출금액 기준은 15억원 이상이 유력하다. 애초 9억원 이상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으나 최근 고 위원장이 "9억원이 넘는 전세가 많아졌기 때문에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검토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15억원 이상인 주택에 대해서는 담보대출을 금지하고 있는데, 같은 기준을 전세대출에도 적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선 초고가 전세대출 제한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보증이 되는 한도까지 전세대출을 받고 나머지를 월세로 전환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또 상환 능력, 거주 목적 등을 모두 배제하고 단순히 임차보증금을 기준으로 대출을 제한하게 될 경우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질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고가 전세대출이 일반적으로 '그들만의 리그'이긴 하나 강남 등 전셋값이 높은 지역에 거주해야 하는 분들은 대출이 제한될테니 반전세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고가 전세대출 규제가 월세·반전세 전환을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