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아파트 동간거리 축소···전문가 "부작용 커" vs 정부 "오해" 
[초점] 아파트 동간거리 축소···전문가 "부작용 커" vs 정부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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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동간 '32m' 거리, '15m'까지 단축    
사생활 침해 등 우려···정부 "조례로 규제"
서울 아파트 단지 일대 전경. (사진=노제욱 기자)
서울 아파트 단지 일대 전경. (사진=노제욱 기자)

[서울파이낸스 노제욱 기자] 정부가 아파트 동간거리 규제를 완화했다. 아파트의 배치나 디자인을 다양하게 한다는 의도인데, 아파트를 더 촘촘하게 지을 수 있게 되면서 일조권, 사생활 침해 등 여러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이에 대해 저층 건물이 남쪽에 위치하는 만큼 일조권 침해 발생 가능성이 없고, 지자체별로 개정안보다 강화된 조례에 따라 규제되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 단지 내 동간거리 규제가 개선됐다. 지난 2일부터 시행된 새 건축법 시행령에 따른 것이다. 

기존 규정은 고층 건물의 남쪽에 저층 건물이 있다면, 저층 건물 높이의 50%나 고층 건물 높이의 40% 중 긴 거리만큼 띄어야 했다. 예를 들어, 이전 규정에 따라 80m 높이의 건물 남쪽에 30m 높이 건물을 지으려면 두 건물 간격은 고층 건물 높이의 40%인 32m만큼 최소한 띄어야 했다.

개정안은 고층 건물의 동·남·서쪽에 저층 건물이 있다면 저층 건물 높이의 50%(최소 10m)만큼 띄우도록 했다. 개정안을 적용하면 80m 높이의 건물 남쪽에 30m 높이 건물을 짓는 경우, 저층 건물 높이의 50%인 15m만 띄어도 된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정부는 이전과 다른 도시경관 창출을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이다. 규제가 완화된 만큼 아파트 단지들이 더 다양한 방식으로 지어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전 동간거리 규제 때문에 비슷한 주동배치의 아파트 단지들이 양산됐다"며 "여태까지는 고층 동으로 간격을 유지하며 띄어놨다면, 개정안을 통해 간격을 좁히면서 중층으로 짓거나 또는 고층과 저층을 섞는 등 다양한 방향을 추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파트를 더 촘촘하게 지을 수 있게 되면서 여러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다. 동과 동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사생활 침해에 더불어 일조권에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또한 동과 동 사이에 들어설 수 있는 근린생활시설들이 공간상의 제약으로 조성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동간거리를 좁힐 경우 사생활 침해와 고밀개발로 인한 일조권 침해 등이 우려된다"며 "닭장아파트 양산도 우려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동간거리는 쾌적함의 문제뿐만 아니라, 동간거리가 넓을수록 그 사이에 조경을 꾸미거나 근린생활시설 등이 조성될 수 있는 등의 장점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에서는 이러한 양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이라면 분양가격이 통제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서 더 많은 세대 수를 짓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러한 경우에는 동간거리 완화가 주거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오해라고 반박했다. 일조권은 해의 위치를 고려해봤을 때나 규정상 북쪽에 높은 건물, 남쪽에 낮은 건물이 위치할 때 적용되는 만큼 문제없다는 것이다. 또한 지자체별로 강화된 조례에 따라 규제가 이뤄지는 만큼 사생활 침해, 닭장아파트 등의 우려도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규정은 북쪽에 높은 건물, 남쪽에 낮은 건물이 있을 때 적용되고 해가 동->남->서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일조권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간거리에 대한 안을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적용은 지자체가 시행령보다 강화해서 만든 조례에 따라 이뤄진다"며 "지자체가 각 지역의 여건에 맞게 규제할 것이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 닭장아파트 등은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공급을 늘리기 위해 이번 개정안을 추진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에도 반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규제 완화 차원에서 접근했다"며 "공급을 늘리는 것이 목적이었으면 건폐율, 용적율 등의 완화를 추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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