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에 출렁이는 채권시장···연말까지 상승 불가피
금리인상에 출렁이는 채권시장···연말까지 상승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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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3년물 금리, 지난 1일 연중 최고치 기록
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현황판에는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최근 국내 채권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통화긴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팔자'는 있지만 '사자'는 없는 수급불균형이 확대되면서 단기물 중심의 채권 금리가 급등세(채권 가격 하락)를 보이고 있다. 이에 화들짝 놀란 정부가 대응에 나서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이제 막 금리인상기의 걸음마를 뗀 만큼 당분간 채권시장의 불안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 손 놓은 채권 시장 참여자들···금리인상기 속 수급불균형 대두

3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14시11분 기준 국채 3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0.002%p 높은 2.042%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최저점인 연 0.936%(1월5일)보다 1.1%p를 상회하는 수준이며, 지난달에만 오름폭이 0.51%p에 달하는 등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1일에는 2.108%로 마감하는 등 연중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지난 2018년 8월3일(2.108%) 이후 3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5년물 국채 역시 지난달 2%대로 진입한 이후 현재 2.2~2.3%대의 높은 레벨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양적완화의 시대가 마무리되고,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금리 상승으로 귀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은 이달 개시될 것으로 예상되며, 지난달 금리 동결 결정을 내렸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이달 연내 두 번째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정치권의 확장적 재정 공약 등도 금리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세계의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단기물 기준 금리 급등세가 더욱 부각되고 있는 것은 연말 수급 불균형이 초래한 결과다. 채권시장은 통상 대표적인 기관 투자자들의 장으로 연말의 경우 채권시장의 수급이 줄어드는 데다, 채권 운용에 있어 공격적인 투자도 적은 시기다. 특히 금융·통화당국의 강력한 매파적 발언 및 공격적인 대출 규제 등으로 시장은 더욱 강하게 금리 인상 기조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에선 손절 매물이 종종 출현했으며, 연기금·보험 등의 기관에서도 수요는 단절된 상황이다. 즉, 거래량이 매우 얇아진 상황에서 적은 수급 상황에도 변동폭이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손실이 나온 곳들이 많고, 손실한도규정 등으로 운용에도 애를 먹으면서 수급불균형은 연말까지 계속 이슈로 남아있을 것"이라면서 "국내 채권시장은 현재 기술적인 요인이 매우 크게 작용하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손을 놓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될 때에는 방향이 위로 잡혀 있다보니 시장에서 예상하는 수준에 따라 오버슈팅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같은 오버슈팅이 미국과 독일, 한국 등에서 예민하게 나타나고 있고, 기관들의 수요는 마르는데 금리 인상은 더욱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즉, 펀더멘털의 구조가 아닌 수요가 고갈되면서 금리가 빠르게 올라간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고삐 풀린 국고채금리에 화들짝 놀란 정부가 개입에 나서면서 극심한 혼란을 빚었던 시장은 일단 안정되는 모습이다. 국채당국인 기획재정부는 2조원 규모의 긴급 바이백(조기상환)으로 직접 국채를 거둬들여 시장 금리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고점을 경신하던 국고채 금리가 이날 오전 전일 대비 소폭 하락하는 등 불안했던 시장의 심리는 안정 국면을 찾아가고 있다.

◇ "굵직한 변수 많아 인상 국면 계속"···탠트럼發 안정세 전망도

이처럼 정부가 시장 안정화 조치를 내놓으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변동성 장세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달 마지막 주 3년물 국채 금리는 0.214%p 폭등했으나, 정부의 강력한 개입 의지에도 불구하고 3년물 국채 금리는 현재 2.04% 이하로 내려가지 않고 있다. 그간 양적완화의 시대를 끝내고 처음 통화정책 정상화 시기에 들어서는 만큼, 금리는 앞으로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기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우리나라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선 내년까지 최소 1.5%까지 올라갈 것이란 기대가 형성돼 있다"면서도 "정부의 시장 안정화 대책이 과도하게 금리가 올라간 부분을 안정화하는 데 역할을 한 것은 맞다. 하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금리 인상으로 대응해야 하는 여건들은 정부가 개입해서 바꿀 수 있는 여건이 아니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공 연구원 역시 "지난주와 같이 극심했던 금리 상승 국면은 진정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대내외 도사리고 있는 변수들이 워낙 많다보니 4분기에도 변동폭이 크게 나타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국고채 금리의 절대적인 레벨은 이미 상당히 올라간 상황에서 금리가 하향 안정 국면을 보일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현재 수급공백 등의 기술적인 부분이 시장을 흔들고 있어 4분기에도 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채권 금리가 현재의 탠트럼(발작)을 경험하면서 연말까지 안정화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강 연구원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 서비스 소비는 제한되면서 물건을 파는 수출국가인 우리나라의 거시 경기가 매우 좋게 나타났다"면서 "위드코로나로 전환하게 되면 소비 증대에 영향을 받겠지만, 서비스 회복에 큰 영향을 받는 미국, 영국 등과 비교하면 회복 국면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나타날 수 있다. 결국 채권 금리 탠트럼을 빠르게 경험하면서 연말까지 안정화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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