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DSR 규제에 설자리 잃은 무주택자
[기자수첩] DSR 규제에 설자리 잃은 무주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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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무주택자에 LTV 비율을 더 준다고 하기에 그에 맞춰 자금계획을 세워뒀었는데, 정착 DSR 규제에 막혀 예상보다 대출금액이 많이 줄어들 것 같다. 최근 은행 대출이 중단되기도 했고 내년 초 입주라 해 넘어 대출이 풀리는 시점을 기다려보려 했는데, 규제 때문에 오히려 한도가 안 나올 것 같아 걱정이다."

"집값이 이미 많이 올랐는데, 대출까지 꽉 막히니 무주택자로서 앞으로 신축은 꿈도 못꾸고 평생 전세밖에 살지 못할 것 같아 한숨만 나온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를 골자로 하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규제안에 무주택자 보호 방안이 힘을 잃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부담을 낮추기 위해 지난 7월부터 LTV 우대폭을 최대 20%p 확대하기로 했으나, DSR 규제 앞에선 무용지물이 되고 있어서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2억원을 넘어서는 등 집값이 천정부지로 뛴 상황에서는 받아야 할 대출금 규모도 덩달아 커진다. 이 경우 DSR 산정 기반이 되는 대출 원리금 규모도 커지게 된다.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혜택을 높인다고 한들 결국 DSR 규제에 막혀 수혜를 입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연소득이 4000만원이면서 규제지역에서 6억원짜리 아파트를 구매하려는 무주택자 A씨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A씨는 이 아파트를 담보로 주택담보대출(금리 3.5%·30년 만기·원리금균등분할상환)을 받으려고 한다.

해당 아파트가 6억원을 초과하지 않고, A씨가 무주택자인 만큼 현재 기준대로라면 A씨는 LTV 60%(40%+20%p)가 적용돼, 총 3억6000만원의 주담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내년이 되면 한도는 대폭 줄어든다. 대출 받으려는 금액이 총 2억원을 넘어 A씨에 DSR 40%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DSR 40%에 따른 대출가능 금액은 2억9000만원으로, 규제 시행 전보다 7000만원이 줄어들게 된다.

문제는 소득이 낮을수록 줄어드는 대출액 폭이 크다는 점이다. 결국 이번 DSR 규제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저소득 무주택자일 수밖에 없다. 서민·무주택자에 대한 포용금융을 지향하고 있는 정부 방향과 상충되는 결과다.

무주택자에게 '내 집 마련'이란 어떤 의미일까. 일각에선 그동안 돈이 부족해 집을 마련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과도하게 빚을 지면서까지 집을 구매할 필요가 있느냐고 주장할 수도 있다. 

'내 집'은 단순 주거를 넘어 생활 터전을 지탱해주는 마지노선이다. 근로소득만으로는 수억원씩 치솟는 전셋값과의 갭(Gap)을 메울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더 싸고 저렴한 지역이나 주택으로 밀려나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소강상태라곤 하지만 언제 다시 치솟을지 알 수 없는 집값을 보면 무주택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내 집'은 변방으로 밀려나지 않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기도 하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고 한다. 18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를 관리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무주택자를 위한 혜택이 새로운 규제 탓에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은 없도록 보다 세심하게 검토했어야 했다. 규제를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보단 계층을 세분화해 차등 적용하는 등 배려 대상이 실제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핀셋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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