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상품 '적격대출' 문턱도 높아졌다···은행서 취급 꺼려
정책금융상품 '적격대출' 문턱도 높아졌다···은행서 취급 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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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금공 대출 한도 3.9조 여유···"가계대출 관리 차원"
사진=서울파이낸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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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최근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줄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정책금융상품인 '적격대출'의 문턱마저 높아졌다. 비교적 느슨한 대출 기준으로 '내 집 마련'을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여겨지면서 한도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데다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를 위해 은행들이 취급을 꺼리고 있어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현재 영업점에서 적격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적격대출은 저금리 정책금융상품 가운데 소득 제한이 없어, 소득이 높은 이들도 혜택을 볼 수 있는 장기 고정금리 대출상품이다.

무주택자나 주택처분을 약속한 1주택자라면 시가 9억원 이하의 집을 살 때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실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상품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대출은 은행이 대출을 내주면 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대출채권을 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은행권이 주금공에 적격대출 신청을 하면, 주금공이 공급 한도 내에서 월별로 배정하는 것이다. 주금공이 올해 말까지 설정해 놓은 적격대출 한도 8조원 가운데, 지난 9월 말까지의 공급 규모는 4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한도가 충분히 남아있음에도 대출 창구가 닫힌 것은 은행별로 배정받은 한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주금공의 전체 한도 자체는 아직 여유가 있는 편이나, 개별 은행에선 한도가 부여된 후 길어도 1주일 안에 모두 소진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적격대출은 금리가 유리할 뿐만 아니라 고소득자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가 많은 편"이라면서 "빠르면 이틀, 길어도 일주일 안에 소진돼 선착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적격대출의 높은 인기는 은행권의 공통 고민거리로 작용하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율을 바짝 관리해야 하는 은행들 입장에선 한도 문제보단 자체 관리를 위해 적격대출을 더이상 취급하기 어렵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적격대출을 취급하지 않은 지는 꽤 오래됐다"면서 "현재는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차원에서 판매 시기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엔 주금공에 적격대출을 신청하는 은행도 전과 비교해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총량관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적격대출 신청 수요도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금공 관계자는 "10월까지 은행들 신청을 받았고, 11월과 12월 신청이 남은 상황"이라면서 "4조원가량 남은 한도가 연말까지 소진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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