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 서프라이즈' 기대에 强달러 반락···14거래일만 1170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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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178.7원 마감···하루 새 8.9원 빠져 하락 전환
달러인덱스 93선 중반↓···기업실적 '어닝 서프라이즈' 기대
19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서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약 3주 만에 1170원대까지 떨어졌다. 전날 중국발(發) 경기 둔화 우려에 상승 마감했지만, 하루 만에 9원 가까이 빠졌다. 이는 3분기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 기대감이 기저에 깔린 '리스크오프(위험자산회피)' 심리를 뚫어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빅이벤트가 부재한 가운데 외환시장의 방향성이 혼재되면서 당분간 변동폭이 큰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8.9원(0.75%) 떨어진 달러당 1178.7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환율이 1170원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달 27일(1176.5원) 이후 14거래일 만이며, 일일 변동폭으로는 지난달 8일(8.9원) 이후 최대 변동폭이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0.5원 갭다운한 1187.1원으로 개장해 종일 하락세를 이어갔다. 오전 10시쯤만 해도 1183원대에서 오르내렸지만, 오후 접어들며 1180원대가 무너졌다. 이후 낙폭을 꾸준히 가져가면서 1178.7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환율은 지난주 12일 1200원 턱밑에서 마감하는 등 1년2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으며, 하루 전인 18일에도 중국 경제 둔화 우려 가능성에 리스크오프 심리가 되살아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간 지속돼 온 달러 강세의 흐름이 진정되고, 3분기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면서 그간 세계 경제 기저에 깔려 있던 리스크오프 심리를 뚫어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날 환시에선 주목할 만한 빅이벤트가 없었지만, 달러 강세의 흐름이 둔화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그동안 안전자산 중 가장 선호하는 자산인 달러로 세계의 돈이 집중되면서 엔화, 유로화를 비롯해 세계 모든 주요국 통화들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이날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과 연동해 세계 대부분의 통화는 강세를 나타냈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의 경우 전날 94에서 내려와 93.6 초반까지 레벨을 낮췄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그나마 (이날 환율을 하락시킨) 이벤트라고 하면 중국에서 헝다그룹이 위안화 채권 이자를 지급하면서 급한 불을 껐다고 하지만, 헝다그룹 이슈만으로 달러인덱스 급락을 유발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이날 위안화, 유로화, 호주달러화, 엔화 등 전세계 대부분의 통화들이 달러의 움직임에 연동돼 움직였는데, 상관계수를 계산해보면 0.98~1에 가까웠다. 달러가 끄는대로 다른 통화들이 끌려갔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도 "미국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 난항, 중국 헝다그룹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등 글로벌한 악재가 이어지면서 세계의 경기가 조정을 받았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글로벌 위험자산선호 심리가 되살아나고, 이러한 문제들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리스크오프 심리가 옅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强)달러 흐름이 둔화되고, 위험선호 심리가 회복한 데에는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지난 15일까지 미국 41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했는데, 이중 82.9%에 달하는 기업들의 실제 실적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를 상회했다. 장기적 평균인 65.8%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1.57~1.58% 사이에서 큰 차이 없이 오르내리는 등 국채 거래량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종합지수가 124.47p(0.84%) 오른 1만5021.81로 거래를 마감하는 등 오름세를 보이면서 일본 반도체 관련 종목에서도 매수세가 강하게 나타났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0.7% 오른 3593.15에 장을 마감했으며, 홍콩항셍지수도 이날 오후 4시30분 기준 1.37% 오른 2만5758.78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피(3029.04)도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세에 힘입어 3020선으로 올라섰으며, 코스닥(1005.35)도 이달 처음으로 종가 1000선에 들어섰다.

김 연구원은 "그동안 대외적 악재가 겹겹이 쌓이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기저에 깔렸고, 유동성은 넘쳐나는데 투자자들의 심리는 쪼그라들면서 투자가 이어지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이날 어닝시즌에 대한 기업 실적들이 호조세를 보이는 등 위험선호 심리에 자극을 줬고, 주식이 반등할 것이란 기대심리 또한 커지면서 달러를 팔고 주식을 사는 연쇄적인 움직임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글로벌 대외 악재 이슈는 여전한 상황"이라면서 "위험선호 심리가 되살아나면서 투자가 쏠리다보니 (글로벌 달러의 강세가) 급격히 되돌려진 것으로 보인다. 오늘 밤중 어떤 이슈가 나타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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