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생존 몸부림···'이색 점포'가 뜬다
은행권, 생존 몸부림···'이색 점포'가 뜬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의점 혁신점포부터 공동 점포 운영까지
"점포 통폐합 불가피···차별화에 집중해야"
국내 첫 상업자 표시 편의점인 서울 송파구 마천동 CU마천파크점X하나은행 입구. (사진=BGF리테일)  
국내 첫 상업자 표시 편의점인 서울 송파구 마천동 CU마천파크점X하나은행 입구. (사진=BGF리테일)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은행 점포가 변신 중이다. 사무적이고 딱딱한 분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이고, 실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편의점에서도 은행 업무를 보는 게 가능해졌다.

은행들은 점포 구조조정을 통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도 '지점 혁신'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타 은행과 점포를 공유하거나 점포 자체를 차별화하면서 오프라인 채널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전략이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BGF리테일과 손잡고 서울 CU마천파크점에 금융과 유통이 융합된 디지털 혁신 채널을 구축했다. 하나은행이 선보인 혁신 점포는 매장 안에 또 다른 매장을 만드는 기존의 '숍인숍' 형태를 넘어 편의점과 은행이 완전히 결합된 공간이다.

금융 서비스 제공을 위해 독립된 공간인 하나은행 스마트 셀프존이 별도로 구성됐으며, 하나은행 스마트 셀프존에 은행 상담원과 화상 상담 연결이 가능한 종합 금융 기기 STM(Smart Teller Machine), 현금지급기(CD)가 각각 1대씩 설치됐다.

금융고객들은 점포 내에서 기존 △ATM 업무 △금융거래를 위한 신분확인 및 바이오 인증 △계좌 개설 △통장 재발행 △체크카드 발급 △보안카드(OTP) 발급 등 약 50가지의 다양한 은행 업무들을 이용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향후 영업점 내 CU편의점 입점 등을 추진하는 등 오프라인 채널 제휴를 확대, 금융 접근성을 높일 방침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융 업무가 필요한 고객들의 편의를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 사각 지대 위주의 디지털 혁신 채널 구축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동안 은행들은 편의점과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지점을 줄여나가는 와중에도 다양한 생활편의 서비스를 아우르는 편의점과 손을 잡는다면 오프라인 틈새 시장 공략 역시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존 영업점 대비 비용 절감과 미래 고객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의 접점을 늘릴 수 있는 만큼, 은행들에겐 매력적인 선택지 중 하나다.

앞서 신한은행도 지난 5월 GS25와 제휴를 맺고 편의점에서 간단한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복합점포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달 중 접근성이 낮은 강원도 정선에 특화 점포를 선보인 후 은행 지점이 적은 격오지와 도서지역 등으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종 업종과의 협업에서 나아가 은행간 공동점포 운영에서 점포 효율화 방향성을 찾은 곳도 있다. 시중은행인 하나은행과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지난 8월 각자의 경쟁력을 나눌 수 있는 동맹을 맺었다.

정책금융 노하우를 공유하는가 하면, 디지털 서비스 선진화를 공동 추진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하나은행의 점포 네트워크를 공유하기로 했는데, 국내에서 은행 간 공동점포를 운영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약에 따라 산업은행 고객은 내년부터 전국 650여곳의 하나은행 점포와 ATM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영업점이 70곳 안팎인 산업은행은 하나은행 창구를 통해 개인 고객의 대면 채널 접근성을 높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도 신한은행은 지난 7월 서소문, 남동중앙금융센터, 신한PWM목동센터에 디지털 특화점포 '디지로그 브랜치'를 선보였다. '은행 같지 않은 은행'을 추구, 혁신적인 금융경험을 제공한다는 복안이다.

이처럼 차별화를 꾀하는 특화 점포는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는 은행권 고민의 결과물이다. 금융 환경이 디지털 기반으로 전면 재편되면서 점포 축소가 불가피하지만, 그렇다고 인터넷전문은행처럼 비대면 채널만 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차별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은행의 점포는 지난해 말보다 79개 감소했다. 연간 점포 감소 규모 추이를 보면 △2018년 23개 △2019년 57개 △2020년 304개로 통·폐합 속도는 점차 빨라지는 추세다.

은행권 관계자는 "디지털 취약계층을 감안해 지점을 무작정 줄여나가기는 어렵지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발길이 적은 곳은 통폐합하는 대신 오프라인 지점에서의 디지털 혁신을 통해 그 공백을 메우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