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달러 강세 어디까지?···원달러 환율 1200원 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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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192.3원 마감···전거래일 대비 3.6원↑
테이퍼링, 美정부 부채협상 난항, 글로벌 인플레 우려
美채권·엔화 안전자산 역할 부실···强달러 더욱 부각
(사진=NYSE)
(사진=NYSE)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6일 원·달러 환율이 1190원을 넘어 1192원도 상회했다. 원인은 복합적이나, 결국 리스크오프(위험자산회피) 신호다. 그간 글로벌 이슈로 부각돼 온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미국 연방정부 디폴트(채무불이행), 중국 전력난 및 경제 성장 둔화 우려, 국제유가 및 글로벌 원자재·에너지 가격 급등 등 각종 악재가 맞물리면서 일방적 달러 강세 시장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3.6원(0.30%) 올라선 달러당 1192.3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로써 전날 기록한 연고점인 1188.7원을 넘어선 것은 물론,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8월4일(1194.1원) 이후 1년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2.3원 갭다운한 1186.4원으로 개장한 뒤, 줄곧 오름세를 이어갔다. 오전만 하더라도 약보합권을 오르내렸으나, 오전 11시께 1190원선을 돌파한 뒤 꾸준하게 오름폭을 키워갔다.

앞서 이날 환시는 저점매수에 의한 국내증시 상승과 함께 중국발 전력난 이슈 완화 등을 예상하며 1190원 레벨의 상단 저항선을 뚫어내지 못할 것이란 컨센서스가 형성됐다. 하지만 시장은 반대로 움직였다. 환율시장이 글로벌 달러 강세 분위기로 잡힌 데에는 무엇보다 매크로적인 관점에서 리스크오프 심리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일시적 오름세'라는 물가 관측을 철회한 데 이어, 연내 테이퍼링을 기정 사실화한 가운데 미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게다가 글로벌 유가 및 원자재·에너지 가격 급등세는 물론, 중국 전력난 및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하락 등에 따른 공급병목 현상 심화, 경기 둔화 우려, 미국 채권·일본 엔화의 안전자산 역할 부실 등 모든 경제 이슈가 불확실성을 높이고, 시장의 우려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꼽히는 달러로 돈이 모이는 이유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는 여야 갈등으로 부채 상한 설정법이 통과되지 못해 지난 8월부터 채권을 발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남은 현금과 비상수단으로 재원을 조달해왔다. 하지만 오는 18일께는 이마저도 고갈될 것으로 예상돼 디폴트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오는 18일 데드라인으로 보고 있다"며 "부채한도를 해결하지 못하면 큰 경제적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역시 의회 공화당을 향해 "미국 경제를 두고 러시안룰렛(목숨을 건 내기)을 그만둬야 한다"고 압박했다.

여기에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도 급부상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원유 공급 부족 속에 나흘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고, 5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8.93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2014년 10월 이후 7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천연가스는 11월물 기준으로 100만BTU(열량단위)당 6.414달러에 거래를 마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세계 석탄가의 기준인 호주 뉴캐슬 발전용 석탄 가격은 연초 대비 140% 이상 급등해 톤당 200달러를 넘어섰으며, 역시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글로벌 자원 가격 급등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는 곧 연준의 긴축 움직임을 더욱 부추길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어주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 이날 기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채권수익률은 전일보다 0.017% 올라 1.548%를 기록했으며, 장이 닫힌 역외 아시아장에선 1.57%까지 치솟기도 했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는 역외시장에서 94.3선까지 치솟았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많은 전문가들이 금일 채권 금리 수준이 컷아웃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시장은 반대로 움직였다"면서 "국제유가 및 글로벌 원자재 가격 압력이 크게 부각되는 등 리스크오프 심리가 가득찬 시장에서 채권 금리가 급등한다는 것은 반대로 말해 채권 가격이 바닥을 치고 있는 것을 말한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엔화도 미국 국채 수익률 변화에 굉장히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어 달러 방향으로 더욱 무게가 기울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경기 둔화 우려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달 말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6으로 집계돼, 지난 8월(50.1)보다 0.5p 하락했다. 또한 시장 전문가 예상치인 50.1도 크게 밑돌았다. 또한 최근 발전용 석탄 공급 부족과 중국 당국의 탄소배출 저감 정책 등으로 극심한 전력난을 겪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전력난은 글로벌 공급 병목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을 것이란 우려와 함께 중국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로 이어졌다.

국내 증시도 이처럼 겹겹이 쌓인 악재에 고꾸라졌다. 이날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장 대비 53.86p(1.82%) 내린 2908.31로 3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했으며, 지난해 12월30일(2873.47) 이후 9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날 중국 증시가 국경절 연휴로 쉬는 가운데 홍콩 증시와 대만 증시가 하락장으로 휘청인 것과 함께 연동됐으며,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2795억원어치를 팔아치우는 등 사흘째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응주 DGB대구은행 차장(수석딜러)은 "헝다 디폴트, 국제유가 급등, 미국 국채 수익률 급등과 같이 환율 상승 재료가 이어지면서 네고(달러 매도) 업체들은 현재 1200원까지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달러의 카운터 파티인 유로화의 변화가 중요한데, 유가와 연동된 통화들을 제외하면 글로벌 환시에서 오롯이 달러만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그간 증시를 지탱해 온 개미들의 힘이 약해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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