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대란 우려 확산···'인플레 공포' 가중
글로벌 에너지 대란 우려 확산···'인플레 공포'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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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7년來, 석탄 13년來 '최고가'···천연가스 1년새 '2배'
'세계 공장' 中, 전력난에 생산 차질···印, 석탄 재고 나흘치뿐
비용·물가 올리는 '그린플레이션'···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원유 시추 시설 (사진=픽사베이)
원유 시추 시설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린플레이션'에 따른 국제유가·원자재 가격 급등과 중국·인도발(發) 에너지 대란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더욱이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강한 경기 회복 흐름이 차츰 둔화될 것이란 전망도 대두되면서, 물가는 오르지만 성장률은 둔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로도 이어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AP통신,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과 비교해 1.74달러(2.3%) 오른 배럴당 77.62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2014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12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81.26달러에 거래를 마치면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빠른 경제 회복 흐름에 원유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석유수출기구(OPEC) 및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에서 증산 속도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급등한 것이다. 글로벌 가격 폭등은 비단 국제유가뿐만이 아니다. 세계 석탄 가격의 기준이 되는 호주 뉴캐슬 발전용 석탄 가격은 연초 대비 140% 이상 급등했고, 톤당 20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또한 천연가스 11월 선물은 100만BTU(열량단위)당 5.77달러에 거래되면서 1년 전보다 2배 이상, 3개월 전보다 50% 이상 급등했다.

글로벌 원자재·에너지 가격 급등의 원인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하고 있지만, 큰 줄기로 보면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으로부터 '그린플레이션'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플레이션이란 기존 석탄발전, 석유발전 등의 전통적인 생산 방식으로부터 친환경 경제로 전환화는 과정에서 관련 원자재 등의 수요는 늘지만, 생산은 줄어듬에 따라 자원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 추진 등에 따른 친환경 규제는 생산 비용을 늘리고,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든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 흐름이 빨라지면서 수요는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환경 규제에 따른 생산량 감소로 국제유가를 비롯해 중간재, 원자재·에너지 가격은 폭등했다. 코로나19 이후 강한 경기 회복 흐름에도 생산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망 병목현상에 주요국 생산자 미처리 주문은 크게 늘어나고, 재고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결국 부족한 재고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에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인 지난 2019년 평균과 비교해 5배를 상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체 에너지 생산의 절반 이상을 친환경 자원으로 전환한 유럽에선 에너지 대란의 직격탄을 맞았다. 근로빈곤층의 15%인 270만명이 겨울나기를 위한 난방자금이 부족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으며, 영국에선 주유소에서 기름이 부족해지는 주유 대란까지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인도발 에너지 대란도 세계 공급망 병목 현상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는 공포를 부추기고 있다. 중국에서는 극심한 전력난을 겪는 31개 지역 중 주요 산업단지가 위치한 광둥성, 저장성, 장쑤성 등 20개 지역에서 전력 공급 배급제를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용 석탄 가격이 급등한 데다, 지난 9월11일 중국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 소비 강도·총량 통제 방안'으로 에너지 과소비 산업에 대한 전력 공급 제한이 이뤄졌다.

인도 영자지 '민트'는 지난 1일 기준 인도의 석탄 화력발전소 135곳 가운데 72곳의 석탄 재고가 나흘을 넘기지 못했으며, 50곳의 재고도 4~10일치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인도는 전체 전력 생산의 53%를 석탄 화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석탄 재고 부족이 지속될 경우 중국과 같은 대규모 전력난으로 치닫을 수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과 인도의 전력난이 지속될 경우 공장 가동을 제한시키고, 산업 생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는 이들 지역의 생산 제품 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며,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최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올해 줄곧 유지해 온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다"는 입장을 선회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은 예상보다 크고 길어졌다"며 한동안 높은 물가 상승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현재 상황을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단정하기 이르다면서도 상황을 좀 더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 상승이 외생적 요인으로 발생해 경기 둔화와 함께 발생하는 것이 아닌, 경기 회복 흐름에서 나타나고 있다"면서 "과거 유가 충격 시기보단 나은 상황으로 보이며, 회복세가 둔화됨에 따라 글로벌 유가·원자재 가격 상승도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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