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경 금통위원 "금리 올렸지만 여전히 완화적···추가 인상 필요"
서영경 금통위원 "금리 올렸지만 여전히 완화적···추가 인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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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전망과 통화정책 과제 세미나' 강연
"주거비 물가 반영, 더욱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경제 전망과 통화정책 과제'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경제 전망과 통화정책 과제'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29일 "금리 인상이 한 차례 이뤄졌지만 현재의 금리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이라면서 "점진적인 추가 인상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분류된 서 위원이었지만, 이날 서 위원의 발언은 강력한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연내 금리 인상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서 위원은 이날 오후 2시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한국경제 전망과 통화정책 과제' 세미나에 강연자로 참석해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서 위원은 최근까지 공개된 주요 경제지표들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과 향후 전망에 대해 분석했으며, 한은 금통위원으로서 고민하고 있는 주제들을 가감없이 풀어냈다.

서 위원은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올해 하반기 들어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글로벌 보건 위기가 지속되고 있지만, 부문별·지역별 불균등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의 회복세는 완만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현재 미국 물가는 수급차질, 주택가격 상승 등으로 과거 금융위기보다 높은 수준이며,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지속되고 있는 상황으로, 내년 이후에나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경제는 올해 4%, 내년 3%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수출과 투자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성장전망은 지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소비자물가는 공급측 요인뿐만 아니라 수요압력이 지속되면서 연중 2.1% 수준을 보일 전망이며, 이는 지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2%를 상회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은이 지난 8월 기준금리를 25bp(1bp= 0.01%)를 인상한 데에는 금융불균형 상황이 심화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서 위원은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금융상황은 시계열 측면과 국가별 비교 기준 모두 금융불균형의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가계부채 증가율이 과거와 비교해 높은 데다, 주요국 대비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자산가격이 하락한 과거위기와는 달리 최근 코로나 위기 이후 자산가격은 폭등하고 있고, 최근 소비성향이 높은 20~30대의 가계부채 증가는 잠재적으로 향후 소비기반 잠식으로 이어지는 등 거시적으로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기대인플레이션으로 도출한 실질장기금리(국고채3년 금리 기준)가 마이너스(-)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소비자물가에 기반한 실질장기금리도 올해 마이너스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도 가계부채와 주택가격의 높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이는 자금조달금리가 여전히 낮은 점,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 심리가 가세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 위원은 거시경제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지만, 금리 인상의 부정적 여파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금리인상기를 보더라도 국내총생산(GDP)갭과 물가갭이 플러스(+)로 돌아서기 전 기준금리가 선제적으로 조정된 바 있다"면서 "경기회복 기대가 있는 경우 경제심리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강연 이후 펼쳐진 토론에서도 서 위원의 매파적 메시지는 더욱 두드러졌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불균형 대응에 있어 거시건전성 정책이 더욱 효과적이지만, 이를 직접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한은이 차선책으로서 금리를 올린 것 아닌지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 위원은 "한국은행이 거시건정성 정책을 직접 시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방향성 자체는 크게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코로나19 직후 거시건정성 정책과 금리정책 방향이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앞으로는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반박했다.

또 김영식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화정책이 고려할 실물경기 사이클과 금융안정 정책이 고려할 금융 사이클 간 괴리가 있고, 기준금리 인상은 금융불균형 확대 및 불안정성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다면서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위원은 "경기와 물가 수준의 회복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회복 흐름이 예상된다면 금융불균형에 대해 과거보다, 평소보다 훨씬 더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다. 이례적인 금융불균형 상황은 거시경제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IB업계 등은 서 위원에 대해 주상영 위원과 함께 대표적인 비둘기파 위원으로 꼽았다. 한은이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이처럼 서 위원의 강력한 매파적 메시지의 발언은 한은이 이르면 내달, 늦어도 11월께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어줄 전망이다.

서 위원은 향후 통화정책 운영에 있어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도모 △금융불균형 완화 △경제불균형 개선 △포스트코로나 대비 등을 중점적으로 고려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서 위원은 "앞으로 거시경제와 금융상황을 균형적으로 보면서 추가 인상의 시점과 속도를 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소비자물가에 자가주거비를 반영할 지에 대한 논의에 대해선 긍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서 위원은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자가주거비를 반영하는 방식을) 더욱 긍정적으로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장기적인 과제로 미루거나, 우선순위를 뒤로 미룰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집값 상승률이 높은 상황에선 금융불균형 및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는데 이런 측면에서 집값 상승에 적극 대응해야 하지만 CPI에는 자가주거비가 포함되지 않아 과소대응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현실적인 조건의 문제로 당장 도입은 어렵겠지만, 오는 2026년에 도입하겠다는 유럽중앙은행(ECB)과 같이 시간을 두고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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