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긴축시계'···美국채금리·원달러 환율 급등
빨라지는 '긴축시계'···美국채금리·원달러 환율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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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0년물 국채금리, 3거래일째↑···장중 1.5%선도 넘어
원·달러 환율, 하루새 7.6원 상승···3거래일 만에 '1180원대
연준, 테이퍼링 본격화·매파 기조 강해져···1200원 전망도
(사진=뉴욕거래소)
(사진=뉴욕거래소)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미국 국채금리발(發) 충격이 국내 금융시장을 들썩이게 했다. 원·달러 환율은 하루새 7원 넘게 뛰면서 외환 마감 기준으로 1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도입이 본격화되고,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도 갈수록 앞당겨지면서 시장이 본격적인 긴축 준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7.6원(0.65%) 올라선 달러당 1184.4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2.5원 갭업한 1179.3원으로 개장해 종일 오름폭을 이어가고, 장 마감 직전 빠르게 오름폭을 키워냈다. 특히 마감 기준으로는 연중 최고점이자, 지난해 9월11일(1186.9원) 이후 1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종가 기준 연고점은 지난달 20일 1179.6원이며, 장중 고점으로는 지난 23일 기록한 1186.4원이다. 

환시는 무엇보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 영향에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27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금리의 기준이 되는 1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보다 0.03%포인트(p) 상승한 1.48%에서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 때 1.50%선을 넘어서기도 하면서 3개월 내 최고치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30년 만기 채권 금리도 3개월래 최고 수준인 연 1.99%를 넘어서기도 했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은 주요국 통화 중에서도 안전한 자산으로 꼽히는 달러 수요를 더욱 증폭시켰다. 카운터 파티인 유로화의 경우 유로화당 달러가 1.17달러 수준으로 여전히 살아나지 못하고 있고, 달러당 엔화는 111엔까지 치솟았다. 모두 미국 국채 금리 상승 영향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원화 역시 이날 수급이 균형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 가운데 글로벌 강(强)달러 영향으로 약세를 면치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응주 DGB 대구은행 차장은 "헝다그룹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우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 등의 뉴스들은 환시에서 보면 안전통화 강세를 유도하지만,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111엔을 뚫어낸 것은 결국 미국 국채 수익률이 올랐기 때문"이라면서 "크게 보면 미국 국채 금리 인상에 달러 강세가 연동해서 나타나자 유로화뿐만 아니라 위안화, 엔화 등 모든 아시아통화들의 환율도 전반적으로 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시장이 본격적인 통화긴축에 대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앞서 미국 10년짜리 국채 금리는 지난 3월 1.74%까지 치솟은 뒤 연 1.2% 수준을 보이면서 줄곧 낮은 수익곡선을 그려왔다. 하지만 이달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11월 테이퍼링 도입을 기정 사실화했고, 직후 분위기는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 기준금리 인상도 내후년께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최근 점도표를 통해 내년께 전망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데다, 연준 주요 위원들 역시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시장이 통화긴축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장중 4개월 만에 2.2%선을 넘어섰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이 지난 FOMC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테이퍼링 일정에 대해 명시화했고, 기준금리 인상 일정도 이전보다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했다"면서 "때문에 이날 금융시장의 변동 흐름은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 반응, 또는 통화정책이 구체화됨에 따라 시장금리 차원에서 반영이 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장 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물류, 휘발유 등 공급병목 현상이 세계적으로 장기화되고 있고, 국제유가 역시 75달러선을 넘어서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인플레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 연준에서 목표로 하고 있는 물가장기목표치는 2% 수준이지만,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로는 4~5% 수준을 웃돌고 있다. 특히 향후 '위드코로나'가 진행될 경우 글로벌 경제 전반에 걸쳐 수요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물가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이처럼 통화긴축을 대비하려는 시장의 분위기가 더욱 강해지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원·달러 환율의 1200원대 가능성을 두고 전망이 엇갈린다. 공 연구원은 "1200원선에 도달하는지, 안착하는지 여부는 전혀 다른 문제이지만, 지난 23일 장중고점으로 1186원도 넘어선 상황에서 터치 여부는 충분히 시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이 차장은 "국내 경기 펀더멘탈이 양호한 것도 있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이슈도 있어 마냥 원화가 대외적 이슈를 따라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1180~1190원선에서 한 번 더 공방을 가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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