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점화된 '카드수수료 갈등'···카드노조 "적격비용 재산정 폐지"
재점화된 '카드수수료 갈등'···카드노조 "적격비용 재산정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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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수수료 인하, 정치권 선거용 카드로 전락"
빅테크와 규제차익···"동일기능 동일규제 필요"
금융위 "확정된 것 없어···11월 적격비용 재산정"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이 28일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은실 기자)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이 28일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은실 기자)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카드업계 안팎에서 카드수수료 추가 인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의해 3년마다 진행되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가 정치권의 '선거용 카드'로 전락했다는 지적과 함께 빅테크와의 규제차익 문제에 대한 불만도 함께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 카드수수료 인하 움직임이 보이자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왔다. 

28일 금융권 양대 산별노조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카드수수료 추가 인하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빅테크만 배불리고 카드사만 죽이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즉각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정종우 카드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은 "적격비용 재산정이 취지와는 다르게 카드사 수수료를 인하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카드사들의 수익 구조가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96%의 가맹점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클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기형적인 구조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적격비용 재산정은 지난 2012년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3년마다 적격비용을 확인하고 수수료율을 결정하는 제도다. 최근 3년간 카드업계의 자금조달·위험관리·일반관리·마케팅비용 등의 비용과 카드사·소상공인·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 금융당국이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그러나 실제 카드수수료는 최근 12년간 총 13차례 인하됐다. 적격비용 재산정에 따르면 '3년'이라는 기간이 설정되어 있지만 정치권에서 '제도 개선', '소상공인 부담 경감' 등의 이유로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여러 차례 수수료 인하가 이뤄진 것이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2007년 4.5%로 형성된 수수료율은 현재 1% 후반에서 2%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가맹점 중 다수가 영세가맹점이라 0.6~0.8%의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세액공제와 환급까지 고려하면 카드수수료의 실질적인 부담효과가 0%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결제부문의 손실을 대체하기 위해 카드사들이 할부금융, 자동차금융, 리스 등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카드사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지불결제시장 내에서 주된 역할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성학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부위원장은 "그동안 카드사들은 수수료를 인하할 때마다 높은 구제책을 마련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영업점 축소·카드 모집인 감축 등이 이뤄졌다"며 "이렇게 수익을 내면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다시 인하여력이 있다며 수수료율을 인하하는 등의 악순환이 계속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치권과 금융위는 정말로 영세 상인들이 어려운 이유가 카드 수수료 때문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일갈했다.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시행 이후 카드사의 영업점포는 40% 이상 축소됐다. 최대 10만명에 육박했던 카드모집인은 현재 8500명만 남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물론 디지털화 등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았겠지만, 수수료 수익이 줄어드는 구조에서는 비용을 줄일 수 밖에 없다"며 "수수료 인하가 인력·점포 감축을 가속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빅테크와의 규제차익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의 즉각적인 폐지를 요구한다"며 "국민생활과 직결돼 가격을 통제해야 하는 공공재는 모든 산업에서 동일하게 규제를 받고 있다. 그동안 이뤄진 수수료 인하도 이런 논리라면 빅테크도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혜택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금법은 전자금융거래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해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을 확보하고자 만들어진 법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7월 전금법 전면 개편을 토대로 디지털 금융 종합혁신 방안을 내놨다. 여기엔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업자가 소액 후불결제 기능을 제한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방안이 담기면서 카드업계의 반발을 샀다.

빅테크에 후불결제 기능을 허용해 주면서 사실상 신용공여로 여신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와 달리 빅테크는 가맹업주 수수료율을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셀프 산정' 구조로, 다른 규제를 받으면서도 기능은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고 결국 형평성에 어긋나 '기울어진 운동장'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빅테크는 카드수수료에 비해 구간별 1.6~2.8배에 달하는 수수료를 자영업자에게 자율적으로 책정해 받고 있다. 

카노협 관계자는 "신용카드사는 영세자영업자 구간인 30억 미만 가맹점에 대해서 최대 1.5%의 손실을 감내하고 있는데 빅테크사들은 영세자영업자들에게도 최대 1.4%의 추가수수료를 취하고 있다"며 "빅테크사는 카드수수료 및 PG 역할과 주문관리서비스 운영에 대한 수수료라고 해명했지만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신용카드사와 빅테크사의 수익격차가 점점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아직 검증 단계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수수료 관련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마지막으로 회계사무소를 통해 비용 관련한 검증을 하고 있다"며 "검증 단계가 끝나면 10월 말부터는 이해관계자 의견을 취합해 11월 말쯤 적격비용 산정이 이뤄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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