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표 가계대출 대책 마침표?···'전세대출' 금리조정 대두
고승범표 가계대출 대책 마침표?···'전세대출' 금리조정 대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 금융위원장 "금리 등 조건 유리해 전세대출 급증"
갭투자 활용되는 대출 금리조정 등 간접 규제 가능성↑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정책금융기관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정책금융기관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전세자금대출 규제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총량·질·증가속도 등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엄포를 놓으면서도 실수요자 피해가 우려되는 전세대출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내달 발표할 가계부채 추가 대책에 전세대출 규제가 포함될지도 아직 미지수다. 다만 전세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데다 당국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규제하는 방향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 위원장은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8개 정책금융기관장과의 간담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전세대출 규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안을 특정한 것은 아니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전세대출이 실수요와 연결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활발한 소통 행보를 이어가는 고 위원장은 현장에서 전세대출 규제와 관련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검토 중'이라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

대출 보릿고개 우려에도 가계대출 규제 강화 기조를 유지하는 것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고 위원장은 전날 경제·금융시장 전문가 간담회에 이어 이날도 "가계부채가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총량·질·증가속도를 엄격히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가계부채 총량관리의 시계(視界)를 내년 이후까지 확장하고, 대책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강도 높은 조치들을 지속적·단계적으로 시행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당국이 유독 전세대출 규제에 대한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전셋값 급등 등으로 전세자금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우려돼서다.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선 앞으로도 전세대출을 '규제의 성역'으로 남겨둬야 하지만, 그렇다고 현 상태로 방치하기엔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어려움이 따른다.

실제로 올들어 전세자금대출의 증가 속도는 유난히 가파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의 8월 말 전세대출 잔액은 119조9670억원으로 지난해 말 105조2127억원보다 14% 늘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4.1%)과 신용대출(5.4%) 증가율보다 훨씬 높다. 당국이 진퇴양난에 빠진 이유다.

일각에선 당국이 고심 끝에 은행 전세대출 심사 강화 등 간접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여론 등을 의식해 직접 규제를 가하진 않을테지만, '가계부채 저승사자'를 자처하고 있는 고 위원장이 급증하는 전세대출을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중에서도 대출 금리 조정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고 위원장이 전세대출 급증의 원인을 낮은 금리 등 유리한 조건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전망에 근거로 작용한다.

고 위원장은 이날 "전세대출은 실수요자 대출이기에 세밀하게 봐야 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 금리라든지 조건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어서 그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대출의 조건이 좋아 수요가 많이 늘어났다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전세대출 금리는 일반 주택담보대출보다 낮기 때문에 대출이 더 많이 실행되는 부분이 있다"면서 "당국이 최근 이런 부분을 언급하는 거로 봐선 갭투자에 이용되는 전세대출 등에 대한 금리 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당국이 금리에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없고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관리에 들어가야 하는데, 금리를 조정하는 일이 가장 수월하다. 다만 어떻게 실수요와 투기수요를 구분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