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공기업 '방만경영'···재무악화에도 '억대 연봉' 수두룩
에너지 공기업 '방만경영'···재무악화에도 '억대 연봉'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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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올린 한전, 3천명 육박 '사상 최다'
'자본잠식' 석유공사, 억대 연봉 비중 4년새 15%p↑
이주환·양금희 의원 "공기업 경영효율화 촉구"
한국전력 본사. (사진=연합뉴스)
한국전력 본사.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지난해 한국전력의 억대 연봉자가 3000명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유가 여파와 탈원전에 따른 경영 악화로 60조원에 가까운 부채를 떠안고 8년 만에 전기요금까지 인상한 상황에서 오히려 직원들은 고액 연봉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 뿐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주요 에너지공기업 직원 가운데 억대 연봉자도 꾸준히 늘고 있어, 방만 경영 논란이 제기된다.

26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한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의 억대 연봉자는 2972명으로 2019년 2395명 대비 577명 늘어난 동시에 역대 가장 많았다.

작년 기준 한전 전체 직원은 2만3389명으로, 직원 8명 중 1명이 억대 연봉을 받은 것이다.

같은 기간 기관장 연봉은 2억6505만원으로 전년보다 3335만원 증가했다. 또한 주택 구입을 목적으로 한 사내 대출은 620명이 신청해 1인당 8210만원가량을 받았다.

지난해말 기준 한전의 부채는 59조7721억원을 기록하며 부채 비율이 112.1%에 달했다. 부채비율은 대차대조표의 부채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을 말하며 경영분석에서 기업의 건전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쓰인다. 올해는 6월 말 기준 부채 62조9500억원에 부채비율 122.5%를 기록했다.

연료비 상승과 탈원전 여파로 경영이 악화한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카드까지 꺼낸 상황에서 정작 직원들은 과도한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환 의원은 "정부와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임기 내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고 공언했으나 사기극에 불과했다"며 "공기업 부채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는 만큼 공공기관들부터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전은 다음 달 1일부터 적용되는 4분기(10∼12월) 연료비 조정 단가를 전 분기보다 3.0원 오른 kWh당 0.0원으로 책정했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은 4인 가족의 한 달 평균 전기 사용량(350kWh)을 기준으로 전 분기 대비 매달 최대 1050원씩 오르게 된다.

한전 뿐 아니라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남부발전 등 산업부 산하 주요 에너지공기업들의 직원 가운데에서도 억대 연봉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등 산업부 산하 9개 에너지공기업들에게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억원 이상 연봉을 받는 임직원은 8704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6년(5259명)과 비교해 4년만에 무려 65.5%(3445명)나 늘어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에너지공기업들의 영업이익은 감소하고, 부채 규모가 증가하는 등 재무구조는 악화됐다. 9개 공기업들의 부채는 2016년 153조4974억원에서 지난해 177조2895억원으로 4년새 15.5%(23조7921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전체 임직원 수 대비 억대 연봉자 비율이 가장 높은 발전공기업은 중부발전이었다. 중부발전은 총 임직원 2610명 가운데 35.4%(926명)가 억대 연봉을 받았다. 이어 남부발전 34%(2435명 중 833명), 동서발전 32.73%(2465명 중 807명), 서부발전 26%(2763명 중 718명)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4년전인 2016년 대비 억대 연봉자의 비중이 가장 많이 늘어난 에너지 공기업은 15%p(207명 증가)이 늘어난 한국석유공사였다.

특히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부채비율이 2016년 528.90%에서 2019년 3415.50%까지 급증하는 등 경영악화 상황에서도 지난 4년간 에너지공기업 중 전체 직원수 대비 억대 연봉자 비중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석유공사 뒤로는 가스공사가 2016년 대비 9%p(537명), 남동발전 7.5%p(264명), 남부발전 7%p(288명), 중부발전 6.9%p(168명), 동서발전 4.65%p(151명), 한전 4.06%p(1045명), 한수원 3.76%p(576명) 순이었다. 서부발전은 2016년 대비 직원수가 늘어나면서 억대 연봉자의 비중이 1%p 감소했다.

전체 직원수 대비 억대 연봉자 비중이 4년 전에 비해 평균 6.43%p 늘어난 가운데 에너지공기업들의 부채도 꾸준히 증가했다. 중부발전은 2020년 부채가 9조6265억원으로 2016년(5조7014억원) 대비 68.8%(3조9251억원)나 늘어났고, 한국전력은 부채가 19.9%(9조9176억원)으로 증가했다.

양금희 의원은 "공기업 손실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는 잘못된 탈원전 정책을 멈추고, 발전공기업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경영 효율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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