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원·달러 환율···美FOMC·中헝다쇼크發 변동성 확대
널뛰는 원·달러 환율···美FOMC·中헝다쇼크發 변동성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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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 변동폭, 1175~1186원···하루새 10원 넘게 오르내려
FOMC·헝다쇼크 우려에도···연휴 밀린 수급, 强달러 눌러
美연준 기조 해석 상이···"리스크 걷고 방향성 드러날 듯"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서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하루 새 10원 넘게 출렁였다. 환율은 미국 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본격화하고 중국 헝다그룹의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리스크까지 맞물리면서 연중 최고점도 갈아치웠지만, 오후 들어 오름폭을 모두 되돌렸다. 연휴 동안 밀렸던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환율 상단을 제한한 영향도 컸지만, 뚜렷한 단기적 추세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관측도 있다. 내주 불확실성이 걷히면 방향성이 일부 드러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2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0.5원(0.04%) 올라선 달러당 1175.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8원 갭업한 1183원으로 개장한 뒤 오전 상승폭을 키웠지만, 오후 들어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환율은 오전 10시께 1186원도 넘어서면서 연내 장중으로는 지난 8월20일(1181.1원) 이후 가장 높았으며, 장중 고가 기준으로도 지난해 9월14일 1187.5원 이후 1년여 만에 가장 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고점을 찍은 뒤 환율은 빠르게 오름폭을 반납하기 시작했고, 오후 들어서도 낙폭을 꾸준히 키우면서 장중 최고점 대비 10원 넘게 내린 1175.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우선 환율이 오전 빠르게 올라서며 고점을 경신한 데에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과 발표가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정책금리 목표범위(0.00~0.25%)를 동결하고, 자산매입도 기존 완화적 정책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테이퍼링 도입에 대한 시기를 오는 11월로 직접 거론하고 나선 데다, 금리 인상 전망도 내년으로 예상하는 위원이 절반에 달했다.

여기에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개발업체인 헝다(에버그란데)그룹에서 유동성 위기로 파산설에 휩싸이면서 리스크오프(위험자산회피) 심리를 더욱 부추겼다. 총부채가 3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헝다그룹은 이날까지 채권 이자 993억원을 지급해야 하는 등 위기를 키우는 듯 했다.

그럼에도 환율은 오후 마감까지 전거래일 대비 10원 넘게 올라선 상승폭을 모두 반납했다. 가장 큰 요인은 네고 물량이 환시를 덮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 달간 1180원을 기점으로 환율 상단이 제한되는 모습을 보인 가운데 이날 환율은 오전 최고 1186원도 돌파하는 등 높은 레벨을 보였고, 추석 연휴기간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던 탓에 상대적으로 수량이 집중되는 네고 물량이 결제 수요(달러 매수)를 크게 상회했기 때문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열리지 않으면서 원·달러 환율 상방을 제한하는 옵션들이 없었던 데다, 역외 환율의 높은 레벨은 오버슈팅에 대한 가능성도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네고 물량도 결제 수요보다 집중적으로 나타난 영향도 있었으며, 위안화가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1180원 중반 레벨을 뚫어내기에는 힘이 부족했던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더욱이 리스크오프 심리를 부추겼던 헝다그룹의 리스크 역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미국 주요 투자은행(IB)에서 글로벌 금융시장 내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위험회피 심리도 다소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응주 DGB대구은행 차장은 "상해 증시는 갭업 출발했고, 헝다그룹도 채권이자 지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중국 특유의 중앙 통제·수습 및 '대마불사(too big to fail)' 분위기에 시장의 잡음이 많이 상쇄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환율 등락이 크게 확대되자 업계 내에서도 향후 환율 변화에 대한 전망도 다르게 나타났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달러화의 카운터 파티인 유로화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테이퍼링 이슈가 부각되면 부각될수록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중국 규제 리스크 등이 다소 완화되고, 국내 경기 펀더멘탈의 흐름도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고점 수준에 대한 견해가 상이했다.

김 연구원은 "연준이 이번 FOMC를 통해 테이퍼링 신호를 보낸 것은 업계 내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수준에서 이뤄졌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유동성을 회수하는 방향으로 금리정책을 전환하는 데 세계가 같은 전제를 놓고 있으며,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된다면 원·달러 환율이 연내 1200원도 충분히 뚫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상향 돌파가 아닌 변동폭이 큰 박스권 등락으로 봐야 할 것이며, 동조화(커플링) 현상이 강한 중국 위안화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차장은 "FOMC, 테이퍼링,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조정 등 모든 기조가 매파적으로 흘러 모든 재료들이 악재로 작용하더라도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면서 "아직 변곡점이 많이 남아있는 가운데 역외시장에서는 유로화가 1.17달러를 저점으로 반등할 수 있으며, 원·달러 환율도 1180원을 고점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 환율이 1180원 레벨을 뚫어내려고 할 때마다 1190원을 넘어서지 못한 것을 보면 물량을 던지는 분위기도 아직 아닌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주와 다음 주 초까지는 헝다 관련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이슈에 따라 금융시장이 흔들릴 전망"이라면서 "내주 관련 리스크가 해소되고 불확실성이 걷어지면 보다 뚜렷한 방향성이 제시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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