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열전] 신작 부진·中 규제에 '추풍낙엽'···투심 반전 노린다
[게임열전] 신작 부진·中 규제에 '추풍낙엽'···투심 반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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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부터) 엔씨소프트 신작 '블레이드앤소울2'-넷마블 신작 '마블 퓨처 레볼루션'-펄어비스 신작 '도깨비'
(위부터) 엔씨소프트 신작 '블레이드앤소울2'-넷마블 신작 '마블 퓨처 레볼루션'-펄어비스 신작 '도깨비'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대형주로서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는 급락도 참 이례적인데, 반등 시점을 점치기도 쉽지 않다. 그야말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엔씨소프트를 두고 증시 전문가가 내린 진단이다. 엔씨소프트를 위시한 주요 게임주가 신작 부진 여파에 요동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게임 규제 변수까지 겹치면서 게임주 투자를 늘린 이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3주 새 시총 5.4조 증발···'신작 참패'에 속절없는 주가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엔씨소프트는 지난 16일 전장 대비 7000원(-1.17%) 떨어진 58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초 파죽지세 속 터치했던 최고가(104만8000원) 대비 무려 43.8% 급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폭락장이 연출됐던 지난해 3월 이후 1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지는 주가는 대형 모바일 신작 게임 '블레이드앤소울2'에 대한 깊은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다. 블소2는 사전 예약에서 이전 성공작 '리니지2M'(738만명)을 웃도는 746만명이 참여, 흥행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출시 직후 혹평이 잇따랐다. 뽑기 시스템에 기반한 과도한 과금체계가 이용자들의 강한 불만과 피로감을 불러왔다.

그간 주가 상승 탄력으로 작용했던 신작이 이번엔 대형 악재로 작용한 것. 83만7000원이던 엔씨소프트 주가는 신작 발표 당일 15%대 고꾸라지더니 60만원 선마저 내줬다. 이 기간 증발한 시총은 5조4500억원에 달하며, 24위던 순위는 31위로 밀려났다. 이에 엔씨는 지난 7일 자사주 30만주를 1899억원 매입, 주가 부양을 꾀했지만, 되레 뒷걸음을 지속 중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전부터 엔씨소프트 리니지 시리즈의 아이템 뽑기나 과금 체계 불만은 제기돼 왔는데, 이번 블소2도 기존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실망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도 너무 한다'는 인식이 골수 이용자 사이에 퍼지고 있고, 해당 문제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는 엔씨를 외면하는 모양새가 심상치 않다"고 덧붙였다. 

국내 게임 상장사 '빅2'에 넷마블 역시 새로 선보인 '마블 퓨처 레볼루션'이 시장 예상을 밑도는 성적을 거두자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출시 이튿날 7% 가까이 빠진 것을 비롯, 최근 3주 동안 상승 마감한 날은 단 2거래일에 불과하다. 이날도 1.61% 내린 12만2000원으로 연저점(11만8500원)에 더욱 근접했다.

김학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존 게임회사는 MMORPG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이용자당 평균 결제금액(ARPPU)가 높아 그 부분들이 매출의 근간이 됐다"면서 "하지만 주요 게임주 신작이 시장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현상을 보면, 과금 체계에 반발하는 부정적 반응이 두드러진다"고 판단했다. 

◇신작 흥행에도 중국發 규제 직면 '널뛰기'···"영향 제한적"

코스닥 게임 대장주 펄어비스는 신작 기대감에 모처럼 웃었다. 지난달 26일 신작 '도깨비'(DokeV)의 실제 게임 플레이 장면으로 구현한 트레일러가 호평받으면서 주가가 25.57% 급등했다. 30일에도 14.61% 오르며 10만원선을 뚫고 코스닥 시총 순위 3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그간 실적 부진과 '붉은사막' 출시 연기로 나타났던 부진을 며칠 만에 만회했다.

하지만 돌연 중국발(發) 게임 규제 이슈에 분위기가 급반전하더니 8만원대 초반으로 밀렸다. 지난달 31일, 중국이 미성년자의 온라인 게임 이용을 전면 금지하고, 주말에는 하루 1시간으로 제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 사업을 계획하는 펄어비스에 악재로 작용했다. 중국이 신규 판호 발급 지연 방침을 밝힌 것도 투심 악화를 불러왔다. 

그럼에도 우려보다는 완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학준 연구원은 "중국 청소년들의 매출 비중이 3% 이하로 추정되고, 시범사업을 통해 중국 판호발급과정의 변화 가능성이 있다"며 "코로나에도 상반기 중국 게임 시장은 성장세고, 신규 시장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는 '검은사막M'이 출시 예정"이라고 했다.

이동륜 KB증권 연구원은 "중국향 매출 비중이 높아 투자 센티멘트 악화는 불가피하다"면서도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은 이미 판호가 발급돼 출시 일정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장르 특성상 성인 이용자의 비중이 높아 미성년자 접속 제한에 대한 영향 역시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출시 신작, 주가 향방 관건···기존 방식서 탈피 우선 "

증권가에선 신작 모멘텀이 게임주 향배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한다. 신작 리스크에 크게 고꾸라진 엔씨소프트는 올 4분기 출시 예정인 '리니지W'가 사실상 주가 반등의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수익성을 얼마나 담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인데, 과금 구조 등 기존의 성공 방정식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리니지W가 게임성과 과금 비즈니스모델(BM) 측면에서 실질적 차별화 요소를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관건"이라며 "기존 리니지 기반의 BM에 의존하지 않고 혁신적인 신작을 개발, 출시하는 것이 중장기 기업가치 증가를 도모할 수 있는 확실한 전략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종원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리니지W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작의 답습에서 철저히 탈피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최고 수준의 3D 그래픽, 독자적 세계관과 내러티브, 기존 리니지와 다른 배틀 스타일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직 완벽한 후속작이 나온다는 전제하에 유저와 투자자의 관심을 회복시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상장과 동시에 게임 대장주에 오른 크래프톤은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으로 아직 공모가를 밑돌고 있지만, 내달 중순~말 글로벌 동시 출시 예정인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 흥행 기대감에 점진적 상승이 이뤄지고 있다. 펄어비스도 중국 출시가 임박한 '검은사막' 성과에 따라 10만원 재탈환이 기대되고 있다.

김학준 연구원은 "국내 게임들이 국내 중심의 출시 전략에서 벗어나 글로벌 공략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아직까지 매출로 유의미한 성과가 나온 게임은 없지만, 기존에 있던 한국형 MMORPG의 틀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은 잠재적인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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