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정상화 시급한데"···공정위·대우조선·HMM에 쓴소리(종합)
이동걸 "정상화 시급한데"···공정위·대우조선·HMM에 쓴소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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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심사 '차일피일'
대우조선해양 노조·지역단체에도 쓴소리
HMM 향해 "임단협 타결 환영···정상화는 시기상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3일 온라인으로 열린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산업은행)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3일 온라인으로 열린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산업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위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가 차일피일 미뤄지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두 항공사의 통합이 대한민국 항공산업 재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전략임에도 공정위의 소극적 태도에 발목을 잡혔다는 게 이 회장의 입장이다.

현대중공업과의 결합을 반대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최근 갈등 끝에 임금협상 타결에 성공한 HMM을 향해서도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생각해달라"며 쓴소리를 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3일 오후 온라인으로 열린 취임 4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심사가 늦어지는 것과 관련, 공정위를 향해 "대한민국 항공산업 재편을 위해 조속히 승인절차를 밟아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 회장은 "항공산업은 국내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 간 사활이 걸린 경쟁이라서, 우리 정부가 나서서 다른 나라의 경쟁당국도 설득했으면 좋겠는데 너무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기분이 들어 심히 섭섭하고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올해 초부터 두 항공사 간 기업결합심사에 돌입했음에도 승인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자 작심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두 항공사 간 통합을 두고 공정위 내부에 일부 이견이 있어 승인 결과가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주식을 취득하려면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 이전에는 PMI(인수 후 통합) 계획안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날 이 회장은 "이렇게 (발언)하면 제가 공정위의 괘씸죄에 걸릴지 몰라 조심스럽다만 할 말은 해야겠다"며 "대한항공-아시아나의 결합은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생존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불가피하고 필수적인 조치다. 그런 시장과 산업적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대한항공을 합병하면서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탐내겠다는 얘기가 아니지 않나"라며 "항공운임 통제를 철저히 하겠다고 했고, 국제 경쟁이 워낙 심해 그럴(항공운임 상승) 여건도 되지 않는 부분을 전향적으로 봐달라"고 했다. 두 대형 항공사 간 통합에 따른 독점, 항공운임 상승 등의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간 결합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를 반대하는 노조 및 지역단체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은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결합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노조와 지역사회, 지역 국회의원들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기업결합을 반대하면서 경쟁당국에 이를 취소하라고 압박을 넣고 있다"며 "(대우조선해양이) 금융지원 없이 독자생존이 가능하다고 보느냐"며 꼬집었다.

그러면서 "노조와 지역사회의 반대 활동이 경쟁당국의 승인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대우조선을 책임질 자신이 있는지 그분들께 물어보고 싶다. 노조와 지역사회의 책임 없는 권리 주장을 어디까지 수용해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HMM 노사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3년 내 성과급 제도를 마련하고 임금 정상화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선 "진일보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HMM이 정상화가 됐다고 보기엔 시기상조고,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 회장은 "HMM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배경에는 직원들의 노력도 있었겠으나 그보단 대규모 정책적 지원과 코로나19에 기반한 시황 개선 등 우호적 환경이 있었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된다"며 "내년, 내후년 시황이 정상화되면 해운운임이 낮아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HMM의 수익성도 굉장히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지금 얻은 수익을 기반으로 빠르게 정상화 기반을 다지느냐가 중요한 시점인데, 지난 노사협상 과정에서 보면 마치 어려움은 끝나고 잔치만 남았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얘기하면서 중장기적으로 HMM 정상화 방안을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HMM에 대한 원활한 인수·합병(M&A)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산업은행의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현재 산업은행은 HMM 지분 24.9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회장은 "현재 HMM 지분 매각과 관련해 별도로 진행중인 사안은 없으나 향후 여건이 조성된다면 보유지분을 조금씩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며 "지분매각은 정부 정책과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유관기관과 협의해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입찰을 이틀 앞둔 쌍용차와 관련해선 "능력있고 책임있는 경영주체가 참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제대로 된 사업주체가 실현가능한 계획을 가져오기 전에는 산업은행이 (쌍용차를) 살릴 방법이 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인수 후보자들이 쌍용차 평택 부지 개발이익을 노리는 이른바 '먹튀(먹고 튀는)'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가능성이 낮다"고 선을 그었다. 이 회장은 "공장을 이전하려면 많은 돈이 들고, 최소 10년이 걸리는 어려운 작업이라서 하루 아침에 먹튀를 할 수는 없다"면서 "산업은행이 예의주시하고 있기도 하다"고 답했다.

산업은행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KDBI)가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중흥건설을 선정한 것이 특혜매각이라는 비판과 관련해선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중간과정으로 본 바에 따르면 법률적으로 큰 문제 없는 것으로 보고 받았고, KDBI가 주어진 역할 하에서 최선의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KDBI는 지난 7월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중흥건설을 선정했다. 그러나 우협 선정 과정에서 중흥건설이 인수조건 수정을 요청하고, KDBI가 이를 수용한 것이 알려지면서 특혜매각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후 산업은행이 매각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KDBI 측은 "대우건설 매각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기 위한 M&A 전략 중 하나일뿐"이라며 해명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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